또 투기성 짙은 상품을 판매한 은행의 책임을 묻고, 은행이 판매자로서 책임을 다 했는지 여부에 대한 면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난 2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에서 열린 ‘키코 사태의 합리적 해결방안 모색을 위한 토론회’에서 주제발표를 한 김석태 동국대 경제통상학부 교수는 금감원의 감독 미흡과 은행의 리스크관리 부족이 키코 사태를 키웠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일반적으로 은행이 신상품을 출시할 경우 금감원으로부터 약관심사를 받게 돼 있다”며 “리스크가 매우 높은 키코상품을 심사 통과 시킨 금융감독원은 감독의무를 다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금감원의 약관 심사 시스템이 보다 적절하게 작동됐더라면 키코문제를 사전에 막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이어 키코사태의 발생 원인으로 은행의 전문가로서의 부적합한 행위 및 리스크관리 부족을 꼽았다.
그는 “은행은 전문가로서 고객보다 높은 전문지식 수준과 윤리수준을 가지고 언제나 고객의 이익을 최우선적으로 생각해야 하는 의무를 갖고 있다”며 “이에 따라 고객에게 투자 자문을 할 경우 투자 목적과 투자 조건 등을 알아보고 이에 맞는 상품을 권유해야 하며 시장 상황, 상품의 특성 등에 대해 적절한 고지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이에 “상품의 구조상 리스크가 매우 높고, 기업들의 외환문제를 헤지하기에 매우 부적합함에도 불구하고 은행들이 기업들에게 적극적으로 키코 상품의 매입을 권유했다는 것은 전문가로서의 의무를 다했다고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은행의 리스크관리시스템이 적절하게 가동됐다면 키코사태를 막을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김 교수는 “은행은 신상품을 개발하여 출시할 경우 준법 감시인에게 의뢰하여 상품의 적합성을 심사받아야 한다”며 “키코상품의 경우 많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준법 감시인으로부터 판매를 동의 받았다는 것은 은행의 리스크 관리 시스템이 적절하게 작동되었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은행의 준법감시인이 일차적으로 그 상품의 과도한 위험성과 문제점을 찾아내어 키코상품 출시를 막았거나 영업팀의 과도한 영업행위를 제한하였더라면 지금과 같은 문제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각 은행이 운영하고 있는 리스크관리팀도 키코 상품에 내재되어 있는 파생상품의 리스크를 인지하고 예방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비난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이 김 교수의 주장이다.
이와 함께 키코상품 판매에 있어 은행 영업팀의 과도한 영업행위도 비판의 대상이 됐다.
김 교수는 “고객의 헤지니드에 맞게 상품을 권유했다기보다는 판매 상품의 특성과 리스크 성격을 잘 알지 못한 채 단지 영업실적을 높이기 위한 수단으로 과도하게 가입을 권유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즉 1차적으로 은행 내부에서 준법감시인이나 리스크 관리팀에서 상품의 과도한 위험성을 지적하고 키코상품을 출시하지 말았어야 했고, 2차적으로는 금융감독원의 약관 심사에서 통과되지 말았어야 했다는 것이 김 교수의 설명이다.
여기에 3차적으로 은행의 영업부에서 고객의 이익을 생각하여 고객의 헤지니드를 파악하고 과도하게 가입을 권유하지 않았다면 피해를 줄일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그는 덧붙었다.
향후 개선 방안에 대해 김 교수는 “금융기관에서 제출하는 신상품에 대한 약관 심사가 좀 더 체계적이고 심도있게 이루어져야 하며, 내재되어 있는 리스크들에 대한 분석까지 할 수 있어야 한다”며 “키코와 같이 이색 옵션(장외 파생상품)이 가미된 상품의 경우 가치 평가와 리스크 분석이 매우 어렵기 때문에 전문가 집단의 자문을 받아 고객의 입장에서 철저한 리스크 분석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은행에 대해서도 김 교수는 “영업사원에 대한 교육 강화(직업윤리 및 상품에 관한 전문 지식에 대한 교육)와 리스크 관리팀이나 준법감시인으로부터의 사후 통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토론자로 나선 김주영 변호사(법무법인 한누리)는 “은행법 38조에 따르면 금융기관은 상품 또는 유가증권에 대한 투기를 목적으로 하는 자금 대출을 못하도록 하고 있다”며 “키코 판매가 투기목적으로 하는 거래에 따른 신용공여행위로서 일종의 금지업무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문제될 수 있다”고 밝혔다.
정하성 기자 haha70@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