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들은 28거래일 연속 순매도에 나서면서 사상 최장 기간의 ‘셀코리아’에 나서고 있는 모습이다.
대체로 시장에서는 이번 저환율정책으로의 변화가 당장 수출기업에 부담을 줄 것으로 보고 있지는 않지만 최근 재부각되는 미국발 신용경색 위기 등과 하반기 기준금리 인상론 등이 중첩되고, 글로벌 시장의 소비시장의 침체가 자칫 시장 전반의 함정으로 영향을 끼칠지 우려섞인 목소리다.
삼성전자·현대차·LG디스플레이·LG전자 등 국내 증시 대표 수출주들의 최근 환율정책 변화 이후 낙폭을 키우고 있다.
올 상반기 이들은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여파에도 불구하고 고환율 정책 등에 힘입어 탄탄한 실적개선과 주가흐름을 보여왔으나 최근 저환율 정책으로의 변화로 5월 말부터 주가의 낙폭을 키우고 있는 모습이다.
CJ투자증권 김승한 선임연구원은 “대외적인 불확실성 가운데서도 그동안 수출기업들의 이익모멘텀은 견조할 것으로 예상돼 왔지만 유가 급등에 따른 수출시장의 소비심리 위축 가능성과 원·달러 환율의 빠른 하락은 향후 기업이익 전망을 약화시킬 수 있는 요인”이라며 “주식시장의 저평가 상태 진입은 장기적으로 상승에너지의 축적이라는 점에서 긍정적 시그널이나 미래 기업이익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은 여전히 고민거리”라고 말했다.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이달 초 1050원대를 훌쩍 넘어섰다가 당국의 무차별 개입으로 한때 달러당 1000원 아래로 급락하는 등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면서 외국인들은 국내 주식 매도물량을 더욱 쏟아냈다.
지난주 한은의 발표가 나온 뒤 코스피지수가 -0.67% 하락하는 동안 수출비중이 높은 IT업종과 경기소비재업종은 각각 -5.24%, -4%대의 하락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상승하고 있는 물가압력 등으로 한은이 기준금리 인상을 시사하고 있는 상황에서 수출기업들이 높은 비용과 채산성 악화를 겪게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다.
금융연구원 서병호 연구위원은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이 도래하고 기업의 수익성이 악화되면 중소기업과 수출기업으로의 도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외환보유고를 동원해서라도 환율을 잡겠다는 정부와 한은의 강력 개입 정책에 대한 유효성 논란도 확산됐다.
고유가 충격 완화 및 외국인 투자자금 이탈 억제를 통한 물가안정을 위해 외환시장에서 달러매도와 구두개입을 단행해 큰 폭의 원화가치 상승을 유도하며 한때 1000원선이 붕괴됐던 원·달러 환율이 이번주 들어 슬금슬금 1007원대로 오르고 있는 모습이다.
이번 개입이 시장의 달러매수 심리를 누그러뜨리는 효과를 거뒀지만, 시장에서는 환율 급변으로 불확실성을 확대시키고 외국인의 자산 매도를 부추겼다는 지적도 일었다.
게다가 고유가 등으로 수급에 의한 환율 상승요인이 있는 상황에서 시장추세를 바꾸려는 시도가 외환보유고만 소비하고 정책효과를 달성하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은 아니냐는 우려섞인 반응도 나오고 있다.
반면 경기침체가 우려가 현실화되면서 급격한 금리인상 카드를 꺼낼 수 없기 때문에 환율상승 압력 해소를 위한 외환시장 개입 불가피론도 힘을 얻었다.
이와 함께 신용경색 위기가 다시 글로벌 시장을 짓누르면서 해외 소비시장의 위축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원자재가격 상승 등으로 휴대폰·가전·자동차 등 국내 주력 수출제품들이 가격인상 압력을 받고 있으면서도 정착 수출증가율은 둔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3월 이후 전년동기대비 40% 후반대를 유지한 휴대폰 수출 증가율은 6월 들어 24.6%로 그 폭이 둔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자동차 수출도 지난 2분기 전년동기대비 2.6% 줄었고, 지난달에도 0.1% 감소하면서 6개월째 마이너스 추세를 보이고 있다.
CJ투자증권 김익상 연구원은 “세계 경기 침체분위기 속에 미국·유럽·중국 등 시장에서 휴대폰 수요가 저조해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배동호 기자 dhb@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