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건설 조기매각, 탄력
전광우 금융위원장이 지난 20일 산업은행 민영화와 관련해 “산업은행이 보유한 비금융회사를 매각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산은이 보유한 현대건설, 하이닉스 등 비금융기업의 보유지분을 처분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이들 기업들의 매각작업이 본격화되면, 은행들은 보유한 지분 매각으로 인한 처분이익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우선 매각 대상으로 현대건설이 꼽힌다. 현대건설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이 조기매각을 강력히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외환은행은 조만간 매각 주간사를 선정하고 실사과정 등 준비절차 및 공개 입찰절차를 통해 올 연말까지 현대건설의 매각을 완료한다는 방침이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전 위원장의 발언으로 현대건설 등에 대한 매각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며 “운영위원회 멤버인 산업은행과 다른 채권단들도 현대건설 매각 추진에 공감하고 있고, ‘구사주 문제’에 관해서도 조만간 해결점을 찾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외환은행 등 채권단이 현대건설의 연내 매각에 나선 이유는 엄청난 매각이익을 벌어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외환은행 등에 따르면, 채권단이 현재 보유하고 있는 현대건설 매각대상 지분은 49.7%(5514만2678주). 최근 시가 기준(21일 종가 8만7000원)으로 4조8000억원대에 이른다.
여기에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더할 경우 현대건설 매각가격은 6조~8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경우 채권단의 매각이익은 장부가 기준으로 2조이상은 될 것이라는 게 금융권 주변의 평가다. 채권은행의 한 관계자는 “현대건설을 누가 인수하느냐에 따라 은행권의 매각이익은 크게 변할 수 있다. 현대중공업, 현대그룹 등이 인수전에 뛰어드는 등 매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만큼, 매각이익은 더 올라갈 것”이라며 “최근 M&A의 기대감이 커지면서 현대건설 주가가 상승세를 타고 있는 것도 호재”라고 말했다.
◇ 하이닉스 내년 매각될 듯
반면 채권단은 하이닉스의 매각의 경우 연내 이뤄지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인수가격도 문제지만 국내 인수희망자도 거의 없다.
외환은행 등 채권단은 조기 매각을 희망하고 있지만 산업은행이 외국업체로의 매각을 경계하고 있어, 하이닉스의 주인 찾기가 당분간 어려운 상황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채권단이 현재 갖고 있는 지분은 37.37%(1억7152만여주). 외환은행이 8.22%로 가장 많고 우리은행(8.03%), 산업은행(7.06%), 신한은행(6.10%) 등의 순이다.
21일 종가 기준(2만6250원)으로 채권단이 보유한 지분을 환산할 경우 4조5020억에 이르고,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더할 경우 6~7조원안팎에서 하아닉스가 매각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럴 경우 채권단의 매각이익은 장부가 기준으로 3조~4조에 달할 것이란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하이닉스의 인수자를 찾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채권단이 인수가격을 내리거나, 단계 매각 등을 추진할 가능성도 높다는 것이 금융권의 시각이다.
채권은행 관계자는 “핵심 반도체기술 등의 외국유출을 우려해, 산업은행 등 일부 채권금융기관들이 중국 등 외국업체로의 매각을 경계하고 있다”며 “하지만 국내에서 인수자를 찾는 것도 쉽지 않다. 이에 따라 인수 대금을 낮추는 방안 등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대건설이나 하이닉스가 매각될 경우, 지난해 LG카드매각과 마찬가지로 채권은행들은 올해나 내년 이익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며 “채권은행으로서는 자산가치의 현실화 등으로 기업가치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하이닉스 주요 채권은행의 지분율 및 시가환산 금액>
(단위 : 주, 억원)
*08. 3. 21 종가(26250원) <자료: 각 은행>
<현대건설 주요 채권은행의 매각대상주식 및 시가환산 금액>
(단위: 주, 억원)
* 08. 3. 21 종가 (87000원) <자료: 각 은행>
정하성 기자 haha70@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