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용시장 불안에 주목해야
서브프라임 충격이 해를 바꿔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한 때는 그 이름조차 낯설었던 서브프라임이라는 말이 이제는 CDO(부채담보부증권)니, 컨듀이츠(conduits)니 더욱 모호한 용어들을 쏟아내며 우리를 혼동스럽게 만든다.
그리고 최근에는 모노라인(monoline)이라는 뜻 모를 용어까지 등장하고 있다.
미국의 저신용 주택담보대출의 부실화에서 비롯된 서브프라임 사태가 점차 현대 금융의 총아인 첨단 파생금융상품과 고도 금융기법으로까지 번지면서 세계 금융시장 전반에 심각한 충격을 미치고 있다.
얼마 전에는 프랑스가 자랑하는 대형 투자은행 쏘시에테제네랄에서 한 명의 신출내기 트레이더에 의해 피해액 71억4천만달러에 이르는 사상 최대 규모의 금융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그만큼 글로벌 금융시스템이 취약함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다행히 최근 들어 미국 정부 당국을 비롯해 월가 금융기관들의 다각적인 구제 노력에 힘입어 미국의 채권보증업체인 모노라인 사태가 진정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세계 주식시장도 아직은 미온적이긴 하지만 적어도 단기적으로 저점을 치고 반등세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현대 금융의 핵심이라고 할 신용시장에서는 더욱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모노라인 사태를 계기로 거래상대방의 신용 위험을 뜻하는 이른바 ‘카운터파티 리스크(counterparty risk)’가 부상하면서 신용시장 전반에 심각한 우려를 조장하고 있다.
이와 같은 주식시장과 신용시장의 이산(divergence) 현상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일단 주식시장의 선반영 속성을 감안할 때, 최악의 국면을 넘어섰다는 안도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제 더 이상 나올 대형 악재는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난 해 7월에도 이러한 이산 현상이 목도된 바 있지만, 결국 주식시장은 신용시장 쪽으로 수렴하고 말았다. 그 결과가 지난 해 여름 세계 금융시장을 뒤흔든 서브프라임 충격이었다. 혹시 이번에도 같은 결과가 빚어지는 것은 아닌가? 아니면 한 차례 학습 효과를 감안할 때 이번에는 사정이 다를까?
서브프라임 사태의 근본적인 함의는 리스크 재평가(Risk Repricing), 다시 말해 풍부한 유동성을 기반으로 위험을 무시한 채 수익만을 좇았던 투자 행태에 대한 근본적인 재고라고 할 수 있다. 본래 금융이라는 것은 리스크 관리를 생명으로 한다.
하지만 현대의 금융혁신은 리스크의 헤징, 분산, 해체라는 본 취지와 정반대로 오히려 사상 최대의 리스크 버블을 조장했다. 이제 서브프라임 사태를 맞아 이런 기류에 경종이 울리고 있다. 더불어 금융혁신에 기반을 둔 승수 효과를 통해 확대 재생산되던 유동성 붐도 함께 막을 내리고 있다.
리스크 버블 혹은 유동성 붐이 현대 금융 혁신과 더불어 수년(혹은 수십년?)간에 걸쳐 누적돼 온 현상임을 감안한다면, 그 붕괴 역시 단시일 내에 끝날 성질의 일은 아니다.
따라서 중간 중간 막바지 유동성 랠리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며, 최근 관심을 끌고 있는 유가나 원자재, 농산물 등 원자재 가격 고공행진은 그 연장선상에서 해석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증시 역시 일방적인 하락보다는 매번 그 때마다의 고비를 넘기고 일시적인 반등을 모색할 공산이 크다. 하지만 현대 금융의 메카 신용시장의 불안은 쉽사리 해소되지 못할 것이다.
오마하의 현인 워렌 버핏은 파생금융상품을 “금융의 대량살상무기”라고 경고한 바 있다. 또 다른 논자는 금융혁신을 통해 “사상 최대의 금융 환영(幻影)”이 창출됐다고 지적한다. 전통적인 은행시스템과 달리 규제의 덫에서 벗어나 새로운 신용 창출을 주도하는 “금융 프랑켄슈타인”에 대한 우려도 크다. 지금은 버블의 주범으로 비난받기도 하는 ‘마에스트로’ 그린스펀이 신봉하는 “시장 자본주의의 힘”이 과연 오늘날의 “그림자 금융시스템(shadow banking system)”에 대한 스트레스 테스트를 이겨낼 수 있을지 아직 의문이 아닐 수 없다.
관리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