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반응 ‘효율성 높인다’ vs ‘관치금융 부활’
향후 금융위 사무처와 역할 분담 논의 쟁점될 듯
“새롭게 신설되는 금융위원회와 금감원의 역할을 분명하게 정리할 필요가 있다. 그 전제조건으로 금융위원장과 금감원장의 겸임을 폐지했다. 금감원장은 당연히 민간인으로 임명하게 된다.” 박재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정부혁신·규제개혁 태스크포스 팀장.
“앞으로 금융위원회가 금융관련 법령 제개정 등 금융정책과 감독 전반을 맡게 되고, 금감원은 주어진 제도하에 집행기능을 담당하게 된다. 민간기구인 금감원에 공권력이 부여되는 만큼 금융위원회 산하에 두도록 했다. 다만 시행세칙과 감독규정 제개정권을 누가 가질 것인지에 대해서는 추가적으로 논의가 필요하다.” 곽승준 인수위 전문위원.
이명박 정부가 금융정책 ‘컨트롤타워’의 막중한 소임을 ‘금융위원회’에 맡기게 된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정부조직개편의 큰 밑그림만 놓고 보면 금융관련 법률의 제·개정권을 비롯해 금융회사 감독규정 제·개정권, 각종 인허가, 제재권에 이르기까지 막강한 권한을 갖게 되는 정부 부처가 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 조직인 금융위원회에 힘이 쏠리면서 금융감독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둘러싼 논란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금감원 노조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금감원 노조는 16일 성명서를 통해 “금융위원회의 출범은 관치금융을 심화시켜 금융선진화를 저해할 것”이라며 “금감위와 금감원을 통합해 공적 민간기구를 만드는 것이 옳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특히 금감원 분리에 따른 감독기능 조정 문제가 앞으로 감독체계 개편 과정의 최대 이슈로 떠오를 전망이다.
◆ 금감위 금융정책 ‘컨트롤타워’
인수위는 16일 금융감독위원회와 재정경제부 금융정책 부문을 통합한 ‘금융위원회’의 신설을 확정, 발표했다. 재경부의 금융정책, 외국환거래 건전성 감독, 금융정보분석(FIU) 등이 금융위원회로 통합되는 것이다.
여기에 산업은행·기업은행 등 국책금융회사의 감독기능과 예금보험공사, 신용보증기금, 기술신용보증기금의 감독권한도 재경부에서 금융위로 이관된다.
또한 예금보험공사에 대한 관리·감독과 신용보증기금과 기술신용보증기금에 대한 관리도 금융위원회가 담당하게 된다. 하지만 대외경제협력 기능을 수행하는 수출입은행과 국가보유 외화자산을 관리하는 한국투자공사(KIC)는 기획재정부에서 그대로 맡게 된다.
이에 따라 금융위원회는 금융정책과 금융시장 전반의 감독 권한을 동시에 행사할 수 있는 막강한 조직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그러나 정부 조직인 금융위원회에 힘이 쏠리면서 금융감독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둘러싼 논란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현행 3단계(재경부 금정국·금감위·금감원)인 금융감독체계가 2단계로 줄어 들었지만 상대적으로 금융위의 권한이 커지면서 금감원의 역할과 권한이 축소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금융위는 기존 금감위가 갖고 있는 감독규정의 제·개정 및 인허가 등 금융감독 관련 주요 사항 심의·의결은 물론 금융법령의 제·개정권을 갖고 있는 재경부 금융정책국이 흡수돼 거대 조직이 된다.
◆ 금감원, 위상 약화에 반발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금융위원장과 금융감독원장을 분리하고, 금융위와 금감원의 기본적 역할 분담은 유지된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불안감은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금감원은 오히려 인수위가 “금융위는 감독규정과 지침을 운영하면서 감독집행을 맡는 금감원을 감시·감독하고 적절히 견제하도록 하겠다”는 방침에 주목하고 있다.
금감원은 26국, 2실, 4개 지원, 3개 출장소, 4개 해외사무소와 1700명의 직원을 거느리며 금융회사의 감독 및 검사 등을 담당하는 조직이다.
정부조직개편 논의 과정에서 금감원은 한국은행처럼 민간 의결기구인 금감위를 두고, 현재 금감위 사무국과 금감원은 기능만을 통합해 금감위를 보좌하는 공적 민간기구를 희망했다.
하지만 금융위의 출범으로 이 같은 바람은 ‘물거품’이 됐다. 되레 권한 및 기능 축소를 우려하는 분위기가 확산되는 실정이다.
현행 금융감독 체제에서 금감원의 영향력은 상당하다. 금융감독 규정 제·개정이나 금융회사 인허가에 대한 시장조사 및 검토를 거쳐 안건을 작성한 뒤 금감위 사무국과 협의해 심의의결기구인 금감위에 상정해 왔다.
이번 정부조직개편 방안 만으로는 감독규정 제개정권 등과 관련된 구체적인 방향은 여전히 안개속이다.
곽승준 인수위 전문위원은 이와 관련, “구체적인 사안은 향우 금융감독원장이 선임된 후 논의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위와 금감원의 구체적인 역할은 아직 최종적으로 정리되지 않았으며, 향후 법령개정시 추가적인 논의과정을 거칠 것이란 얘기다.
하지만 금감원의 불안은 여전하다. 금융위 사무처 조직이 확대되는 만큼 금융관련 법률의 제·개정권을 비롯해 금융회사 감독규정 제·개정권, 각종 인허가, 제재권에 이르기까지 막강한 권한을 갖게 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금감원은 감독규정 제·개정이나 금융회사 인허가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이 없어지면서 사실상 ‘감독’ 권한을 상실한 채 금융회사 ‘검사’와 불공정거래 조사, 회계감리, 공시 감독 등의 시장 감독 기능만 남게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앞으로는 감독규정 등의 제·개정 역시 금융위 사무처가 주도하고, 금감원은 사실상 수요조사나 의견 개진 정도에 그칠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이 이번 조직개편으로 “금융위 산하의 ‘금융회사 검사소‘ 정도로 전락할 수 있다”는 불안감을 표출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 금융권 “기대반 우려반” 엇갈려
초대형 금융부처 신설에 대해 금융계는 매우 신중한 모습이다.
재정경제부와 금융감독위원회로 나뉘어 있던 금융정책과 감독정책 기능의 통합으로 정책 효율성이 크게 제고될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관료사회의 특성상 메머드급 부처 신설로 오히려 금융규제가 양산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우선 재경부와 금감위 등으로 나뉘어 있던 금융 법령의 제·개정 및 감독, 인허가 업무가 한 곳으로 합쳐지면서 보다 일사분란한 정책 수립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금융기관들은 그동안 하나의 사안에 대해 재경부와 금감위 양쪽을 접촉해야 했던 번거로움이 적지 않았다.
금융 정책과 감독 정책 기능이 통합됨에 따라 금융현실을 감안한 보다 유기적인 정책이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각종 인·허가 등 과정에서 찾아가야 할 기관이 하나라도 줄었다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라며 “다만 금융사 입장에서는 3개 기관이 민간기구로 통합되는 것을 더 희망했다”고 말했다.
반면 오히려 새로운 규제가 양산될 가능성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관료조직의 특성상 정부부처는 몸집과 권한이 클수록 그에 맞는 규제정책을 양산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그동안의 경험이라는 것이다.
이는 곧 관치금융의 부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은행권과 비은행권 등 금융기관들이 공히 우려하는 점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은 될 수 있는 한 규제가 없는 것이 최선의 정책”이라며 “그런 차원에서 보면 대형 금융부처의 출현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금감원 노조가 “금융위 신설은 관치 금융의 폐해만 늘릴 것”이라고 지적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에 따라 규제 양산을 방지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반드시 전제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막강해진 금융위원회 초대 수장은
금융위의 위상이 현 금감위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지는 만큼 우선 현 김용덕닫기

교체 때는 후보군으로 학계, 금융계, 정치인, 관료로 나눠 상당수 인사들이 오르내린다. 우선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경제1분과 인수위원 백용호 이화여대 교수가 거론되고 있다.
백 교수는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정책브레인으로 이 당선자가 서울시장 때 설립한 동아시아연구원 원장과 서울시정개발연구원장을 지냈다.
금융계 인사로는 한나라당 경제살리기 특위 부위원장을 맡았던 황영기닫기

재경부 출신으로 금융감독원 감사를 지냈던 한나라당 이종구 의원도 유력 후보다. 관료 중에서는 김석동 재경부 제1차관과 인수위 자문위원인 진동수 전 재경부 제2차관 등이 거론된다.
◆ 금융위, 과장급 이상 자리 경쟁 치열
금융위원장이 확정되면 사무처 간부들의 ‘서바이벌 경쟁’도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재경부 금정국과 금감위 사무국이 합쳐지는 만큼 관·국·실·과장 자리 가운데서 업무가 중복되는 곳은 대폭 없어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현재 금감위는 장관급 김용덕 위원장 밑에 차관급 이승우 부위원장, 1급으로 김용환닫기

금감위 감독정책1국장 자리가 권혁세 상임위원의 승진으로 공석에 있기는 하지만 인수위가 인력규모를 최소한으로 통제하겠다는 방침을 밝힘에 따라 급수에 따른 자리 신설은 예상할 수 없고, 향후 조직조정 과정에서 인사 이동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실무 과장 자리를 둘러싼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금감위의 11개와 1팀, 재경부 금정국의 7과의 업무 등이 은행·보험·증권·비은행감독처럼 금융권역별로 중복돼 있어서다.
반면 금감위 고위 공무원들은 금융위 출범에 따른 인사에 대해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어 보인다. 금융감독당국 관계자는 “현 금감위는 장관급, 차관급, 1급 인사들이 포진하고 있다”며 “재경부 금정국 등이 오더라도 인사 등에서 제대로 대접을 받을 수 있을지 관심”이라고 말했다.
김의석 기자 eski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