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인투자자가 맹신하는 세 가지 신화
정신과 레지던트였던 알렉산더 엘더는 1976년 캘리포니아로 가던 중 엥겔의 ‘How to Buy Stocks’를 읽다 주식과 첫 대면했다. 이후 레지던트를 마치고 뉴욕의 정신분석기관에서 공부하며 저명한 의학전문지 편집자로 활동하기도 했지만, 당시 주식매매는 그의 일상이었다. 사무실엔 일주일에 몇 번만 나갔고, 대부분 시장에서 시간을 보냈다. 매매하는 동안 계좌기록을 바닥에 내던지기를 수없이 반복했다. 그러다 매번 병원 일로 되돌아갔고, 또 읽고 생각하고 테스트하다 다시 매매하러 갔다. 투자 성적은 조금씩 향상됐다. 승리 요인은 컴퓨터가 아니라 자신 안에 있다는 걸 깨닫고 나서부터다.
정신분석학은 그에게 매매에 대한 통찰력을 제공했다. 이후 전문투자자로 활동하면서 저서를 집필하고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 88년에는 투자자 양성전문기관인 ‘Financial Trading Seminars’를 설립했다. 심리학과 차트를 접목한 독특한 투자법은 그를 세계적으로 몇 안 되는 최고의 기술적 투자자로 키워냈다.
알렉산더 엘더는 증권가의 투자심리를 대단히 중시했으며 주도면밀하게 분석했다. 그는 ‘주식투자 최대의 적은 통제력 상실’이란 지론을 갖고 있다. 아마추어의 딜레마를 꼬집은 책도 썼다. 투자심리를 다룬 명저로 ‘심리투자법칙’이다.
이 책에 따르면 아마추어와 베테랑은 생각부터 다르다. 프로들은 늘 시장을 분석하며 반응을 관찰한 후 투자계획을 세운다. 철저히 현실만 주시한다. 때문에 고독할 수밖에 없다. 반면 아마추어 패배자들은 자신만의 환상에 빠져 매매한다. 결과는 패배 뿐이다. 유명한 이론도 만들어냈다. 이를 ‘개인투자자가 빠지기 쉬운 세 가지 신화’로 설명했다. 먼저 지식의 신화(The Brain Myth)다. 학력이 높은 사람이 성공한다는 신화다. 패배자들은 늘 자칭 고수들의 ‘투자비밀’을 궁금해 한다. 허풍쟁이에게 거금을 주고 예언서도 산다. 하지만 그는 “성공매매는 맹장수술을 하거나 소송하는 것보다 훨씬 쉽다”고 말한다. 승자와 패자를 가르는 건 지식도 비밀도, 교육도 아니라는 메시지다.
다음은 저자본 신화(Under capitaliza tion Myth)다. 큰돈으로 투자했으면 성공했을 것이라는 신화다. 패배자들은 늘 ‘조금만 돈이 더 있었으면 성공했을 텐데…’라며 아쉬워한다. 미련이다. 그는 “패배자는 자본이 부족한 사람이 아니라 정신이 발달하지 않은 사람”이라고 전한다.
자동매매시스템 신화(Auto pilot Myth)가 세 번째다. 어딘가 돈벌어주는 자동항법장치가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다. 이는 탐욕과 게으름, 수학적 무지가 빚어낸 ‘패자의 법칙’이다. 매매시스템으로 돈 번 사람은 그것을 판 사람밖에 없다. 그는 “시스템이 유효하면 그걸 왜 팔겠는가”라며 “족집게 종목 발굴은 애초부터 불가능하다”고 밝힌다.
◆ 매매는 위험한 행동이자 어려운 게임
증시전문가에 대한 쓴소리도 잊지 않는다. 애널리스트의 전망 역시 고장난 시계가 하루 두 번은 정확히 시간을 맞추듯 일정시점에서만 각광을 받는다고 본다. 당장 “거래량은 주가에 선행한다는 말로 유명해진 ‘요셉 그랜빌’도 오래 가진 못했다”고 평가했다. 언론에서 잘 팔릴수록 종말이 가까워진다는 입장이다.
이는 특히 파생(선물)시장에서 두드러진다. 매매는 숨겨진 심리적 현상 때문에 매우 어려운 게임이다. 주식·선물·옵션은 도박의 매력을 높여주는데다 지적이고 세련돼 보이기까지 한다. 하지만 이는 오판이다. 그는 “시장 곳곳엔 위험이 널려있다”며 “매매는 가장 위험한 인간의 행동이며 전쟁의 축소판”이라고 전한다.
때문에 흥분이나 두려움을 느끼면 매매를 중단하는 게 바람직하다. 자칫 감정이 개입되면 싸움은 하나마나 지기 때문이다. 그는 매매실패자를 알코올중독자에 비유한다. 최악의 상황에 다다라서야 문제를 깨닫는 우를 범해서다. “매매는 매수세와 매도세가 싸우는 전쟁터에요. 베테랑들은 힘의 균형을 발견하고 승리하는 그룹에 돈을 겁니다. 힘이 비슷하면 옆으로 비켜서는 게 현명하죠. 누가 이길지 이성적으로 확신이 설 때만 매매하세요. 주가는 회사가치를 중심으로 연결된 고무줄이에요. 수요와 공급의 교차점이 가격입니다”
매매는 흔히 조바심으로 연결된다. 다른 사람이 낚아챌까 서둘러 결정한다. 똑똑한 투자자는 시장이 조용할 때 진입해 격변기 때 이윤을 취한다. 가격과 거래량, 미결제약정 등이 대중행동을 반영한다. 시장은 거대한 군중집단이다. 매매순간 최상의 지혜를 가진 사람들과 경쟁하는 무대다. 베테랑은 늘 독립적으로 생각한다. 홀로 분석하고 매매한다. 집단은 어리석을 수 있지만 개인보다 강하다. 또 추세를 만들 힘이 있다. 그는 “추세를 거스르면 안된다”며 “결코 집단과 논쟁하지 말 것”을 권한다. 그런데 기업의 내부자들은 지속적으로 수익을 낸다.
차트 분석은 내부자들의 매매를 파악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입장이다. 차트는 내부자를 포함한 시장참가자들의 행동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결국 그들도 차트에 행적을 남길 수밖에 없다. 따라서 “그들을 따라 하는 게 아마추어가 할 일”이라고 가르친다. 기관투자가는 주머니가 깊고(돈이 많고), 정보 네트워크가 견고하다. 때문에 대중보다 앞선다. 대중은 집단으로 미치고, 한명씩 천천히 제정신으로 돌아온다. 대중이 똑같은 공포에 사로잡혀 한꺼번에 내던진 뒤에야 주가는 뛰기 시작한다.
더불어 그는 잘 준비된 매매계획을 세우라고 권한다. “사이렌의 노래를 듣고 싶어 자신을 돛대에 묶은 오디세우스처럼 행동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아름답다고 뛰어내려선 안된다는 얘기다.
또 전문투자자답게 수수료에 민감할 것을 강조한다. 그의 코멘트다. “적은 수수료는 성공의 중요한 장벽이죠. 아마추어가 장시간 시장에 남아있으면 1년 동안 수수료로 자기자본의 50%나 그 이상을 소비하게 될 수 있어요. 가능한 낮은 수수료를 찾아다니세요”
그는 심지어 대부분의 아마추어들이 그냥 넘기는 주문가와 체결가의 차이(체결오차)까지 최소화할 것을 가르친다. 그에 따르면 차트보다 더 결정적인 지표가 있다. 증시전문가들의 투자의견이다. 그는 “증시전문가들과 반대로 매매하는 것도 가치가 있다”며 “이들의 행동은 개인의 행동보다 훨씬 원초적”이라고 밝힌다. 때문에 이들의 의견은 대개가 중요한 반대지표라고 했다.
그는 “최고의 매매시스템일수록 단순하고 명확하다”며 “단지 몇 개의 요소로만 구성돼 있을 뿐”이라고 잘라 말한다. 정보가 넘치고 투자의견이 판치는 한국증시를 염두에 두면 그의 분석은 적잖이 의미심장하다. 결국 질 수밖에 없는 게임을 펼치는 아마추어 투자자라면 엘더의 말을 곰곰이 되새김질해보는 것만으로도 성공투자에 한발 다가서는 중요한 작업이 될 것 같다. 불확실성이 여전한 2008년 한국증시, 엘더의 코멘트에서 약자(弱者)의 생존활로를 모색해보는 건 어떨까.
전영수 프리랜서 재테크 전문기자
관리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