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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업은 제조업이 아니다

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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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08-01-09 21:59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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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업은 제조업이 아니다
대선 이후 금융 산업에 대해 백가쟁명식 제안이 쏟아지고 있다. 금산분리 완화, 부동산 투기 억제와 금융의 역할, 신용회복 지원, 금융감독기구 개편 그리고 동북아 금융허브 건설까지 가히 정책의 바겐세일 시대를 방불케 한다. 겉으로 표방하는 목표는 금융 강국 건설이다.

그러나 과연 세무전문가와 거시경제학자 그리고 산업조직론을 전공한 사람들이 모여서 제조업 경영인과 함께 금융 강국을 건설하는 것이 순탄할 지는 지극히 의문이다.

과거 박정희 정권 시절에는 특정 산업을 발전시키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통치권자의 의지였다. 통치권자의 의지는 곧 자원이 희소한 가운데 특정 산업이 집중적인 자원투입의 축복을 받을 수 있는 보증수표였다. 그 시기에 발전의 토대를 일구었던 비료산업, 제철산업, 건설업, 전자산업 등이 모두 이런 의지의 산물이었다.

그러나 통치권자의 육성 의지가 있다고 해서 아무 업종이나 모두 발전의 과실을 누릴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 80년대 후반 엄청난 재원을 쏟아 붓고도 결국 부실화한 중화학 공업의 실패 경험은 정부가 특정 산업을 육성하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님을 보여주는 중요한 증거다.

그 뒤로도 산업육성의 의지는 계속되었고, 실패의 사례도 끊이지 않았다. 국민의 정부에서 야심차게 추진했던 벤처산업 육성은 결국 반 토막도 못 건지는 일장춘몽으로 끝이 났다. 생명산업이 미래의 성장산업이라며 앉은뱅이가 걷는 현대의 기적이 마치 모퉁이만 돌아가면 잡을 수 있는 것처럼 떠벌이던 어떤 학자는 희대의 사기극의 주인공이 되었다.

사람이 다른 동물과 다른 점은 실패로부터 무엇인가 교훈을 배우고 앞으로 동일한 잘못을 범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런데 어찌된 연유인지 우리나라의 경제정책은 과거의 실패로부터 아무 것도 배우지 못한 것처럼 보인다.

현대 경제에서 정부가 자원을 집중적으로 투입한다고 해서 어떤 산업이 금방 날개를 달고 훨훨 비상하는 것은 아니다. 혹시 제조업은 아직도 그런 것이 가능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사람이 사람을 상대하는 서비스업은 자원의 집중만으로 성장할 수 없다. 특히 신용을 다루는 금융업은 완전히 다른 전제조건을 필요로 한다.

그렇다면 금융업을 발전시킬 수 있는 전제조건은 무엇인가. 신뢰와 평판 그리고 투명성이다.

금융업은 경제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목숨만큼 중히 여기는 돈을 빌려 주고 돌려 받는 것을 핵심으로 하는 산업이다.

이것이 말이 쉽지 간단할 리가 있겠는가. 당연히 금융업의 원시적 단계에서는 무엇인가 증표가 전제될 때에만 이런 거래가 발생할 수 있다. 집을 담보로 잡히거나 보증인을 세워야만 대출이 가능한 상태가 바로 이런 예이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신용거래가 정착하기 위해서는 이런 구체적인 증표 없이도 거래가 가능해야 한다. 그 때 필요한 것이 신뢰와 평판 그리고 투명성이다. 저 사람이 믿을 만하고, 이제까지 돈 거래에서 한 번도 약속을 어긴 적이 없고 이번에 하겠다는 일도 나에게 낱낱이 보고하는 경우라면 신용거래가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정부가 과연 이런 간단한 명제를 가슴깊이 깨닫고 있는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왜냐 하면 투명성을 담보하기 위해 산업자본과 금융자본을 분리한다는 금융의 대원칙을 허물려고 하고, 신뢰와 평판의 기초자료인 신용기록을 삭제하자는 주장을 겁 없이 하고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정부는 아직도 산업자본이 은행을 인수해서 열심히 쳇바퀴를 돌리면 금융업이 발전한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 얼마나 슬픈 착각인가.

새 정부는 금융업도 제조업처럼 화끈하게 추진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제조업 사장을 영입해서 야심차게 코리아 펀드를 출범시켰던 현대증권의 실패를 벌써 잊었단 말인가. 그룹간의 자존심을 건 싸움을 벌였던 엘지카드와 삼성카드가 결국 처참하게 붕괴했던 과거를 잊었단 말인가. 제조업과 금융업이 유일하게 공유하는 원칙이 ‘기초공사를 탄탄하게 하는 것이 큰 집을 짓는 비결’이라는 점을 새 정부는 잊지 말아야 한다.



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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