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반지주사 은행 이외 금융사 보유 바람직
12월 19일 대선을 통해 새 정부가 출범하였다. 금융 산업의 경우 참여정부는 동북아 금융허브를 추진하는 등 많은 노력을 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이 금융산업의 진정한 경쟁력 강화로 이어졌는지는 미지수다. 우선적으로 지적 가능한 것은 금융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필요한 각종 제도 도입은 이루어졌지만 새로운 자본이 금융산업에 유입되어 금융산업이 업그레이드되는 획기적 규제완화는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다는 점이다.
주지하다시피 금융산업은 상당한 변화의 물결에 휩싸여 있다. 우선 제조업의 이윤율 저하와 함께 선진국과 신흥시장국을 중심으로 금융산업이 신성장 동력산업으로 부각되면서 제조업을 대체할 미래 산업으로의 금융산업 역할이 활발히 논의 되고 있다.
둘째 자본과잉의 시대가 도래하고 잉여자본의 탈출구로서 금융산업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게 부각되고 있다. 국내기업의 경우 외환위기 이후 지속적인 재무구조 개선 노력이 이루어진 결과 부채비율이 상당 부분 감소하였다. 주요 대기업의 경우 부채비율이 100% 이하가되는 상황이 나타났고, 이 과정에서 미래를 향한 투자와 R&D가 위축되면서 국내경제에서 자본 부족 상태가 아닌 자본과잉 상태가 발생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따라서 이처럼 투자를 하지 않고 쌓아놓은 자본을 투자가 가능하도록 유도하는 과정에서 금융업의 역할이 부각되는 상황이다.
셋째, 은행중심 금융이 아직도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지만 전세계적인 펀드자본주의의 발달과 함께 시장중심금융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바 최근 국내에서도 자본시장통합법이 제정된 상태에서 직접금융에 대한 관심도가 제고되고 있다.
넷째, ‘저축’ 대신 ‘투자’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경제주체들의 자금운용패턴이 예금을 통한 저축에서 직접금융시장의 금융상품쪽으로 옮겨가고 있다. 특히 1가구-1펀드 시대라고 불릴 정도로 펀드가입자의 숫자가 늘어나고 있다. 경제주체들이 과거 증권을 포함한 투자행위를 함에 있어서 직접 증권을 선택하고 투자하는 직접적인 투자전략을 선호하였는데 이제는 펀드상품을 통한 간접적 투자를 선택하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직접적 투자보다는 간접적 투자가 일반화되어가고 있다.
다섯째, 최근 국제금융시장에서는 헤지펀드, 사모펀드, 국부펀드 등 공모형태가 아닌 사모펀드 형태로 조성되는 펀드의 규모가 급격히 늘어났고, 이러한 펀드들의 영향력이 상당한 수준으로 증대되면서 과거와는 다른 흐름이 형성되고 있다.
특히 신흥시장국이나 개발도상국에서 국가가 직접 설립하는 국부펀드가 출연하면서 선진국 기업에 대한 M&A를 시도하는 등 특이한 움직임이 나타났고 이에 따라 일본 같은 선진국들이 국부펀드설립을 추진하는 등 이들에 대한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또한 헤지펀드는 단기적·투기적 투자에 강하고 사모펀드는 부실화된 기업을 통째로 인수하여 과감한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역할을 하는 등 다양한 전략과 투자패턴이 제시되는 가운데 금융분야의 영향력이 제조업까지 급격히 확대되는 ‘금융 제국주의’라 부를만한 흐름이 형성되고 있다.
여섯째, M&A투자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최근 기업의 규모를 확장하거나 신규분야에 직접 생산 시설을 짓고 시장을 개척하는 그린필드형 투자보다 기존의 기업을 인수 합병하여 생산설비와 기존시장을 한꺼번에 획득하는 M&A형 투자를 선호하는 경향을 보이면서 금융 분야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M&A형 투자는 자금을 대규모로 조달하고 주식을 대량으로 매수하는 등 금융과 관련한 다양한 대형 비즈니스를 유발하고 이와 관련한 회계나 법률관련 자문을 필요로 하는 등 금융 비즈니스 관련 분야에 다양한 수요를 창출하게 되므로 관련된 부문이 동시에 발달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또한 이러한 움직임은 직접 금융과 관련한 기업금융부문을 더욱 발전시키는 효과까지 창출하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이제 실용정부로서의 이명박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 바로 캐치업전략이다. 금융 분야에서는 우리가 상당부분 다른 국가에 비해 뒤쳐져 있다. 따라서 다른 국가들의 사례와 우리의 상황을 토대로 새로운 전략을 짜야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우리나라로 세계 유수의 금융기관을 끌어들이는 허브전략을 일정부분 지속시키되 우리 스스로 해외로 나아가는 방향의 국제화전략을 병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금융서비스산업의 수출전략에 비견할 수 있는 중요하고도 새로운 방향을 의미한다.
이를 위해서는 국내자본이 대거 금융산업에 투입되어야 한다. 해외자본이 장악한 국내금융기관은 해당기관의 국내영업에만 몰두할 뿐 해외진출에는 별로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이미 해당 외국자본이 국제화된 자본으로서 해외영업망을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이 장악한 국내기관이 국제화하는 것은 원하지도 않고 그럴 필요도 없기 때문이다.
나아가 우리 금융산업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해묵은 금산분리 제도의 완화 내지 폐지를 통해 제조업과 금융업의 시너지를 극대화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잉여자본은 산업부문에 쌓여있는데, 이들을 어떻게 해서든 금융산업으로 끌어들이려는 노력을 견지해야 할 필요가 있으며 이를 위해서는 PEF 제도 등을 효과적으로 이용하여 은행부문은 물론 기타 금융부문에까지 새로운 자본이 유입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또한 지주회사 관련 규정을 완화하여 일반지주회사도 은행을 제외한 금융회사를 자회사로 보유할 수 있도록 법안을 개정해야 한다. 국부펀드 육성을 위해서는 한국투자공사를 명실상부한 국부펀드로 육성하는 동시에 이를 효율적으로 운영하여 국가소유의 해외자산을 대폭 증가시킬 필요가 있다. 국부펀드의 육성과 발전은 금융산업의 캐치업을 위해 매우 중요하므로 이를 즉시 시행해야 한다. 그리고 이미 발표된 바 있지만 해외 M&A를 위한 각종 규제를 더욱 과감하게 즉시 철폐하여 국내기업이 마음껏 해외기업 인수합병을 추진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2007년 이룬 과제도 있지만 미완의 과제 또한 상당하다. 2008년 신정부 출범과 함께 최선의 노력을 경주하여 우리 금융산업이 본격적으로 선진화되는 한해를 만들어야 한다.
관리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