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렇다. 조달청은 2005년부터 단계적으로 입찰업체에 대한 적격심사에서 신용평가등급의 활용을 확대해왔는데 올해 하반기부터는 기존에 500억원 이상규모의 입찰에만 의무 적용해오던 신용평가등급 반영을 100억원 이상의 공사로 확대시행했다.
특히 공동도급이 많은 중소형 건설업체들의 경우에는 10개의 회사가 공동으로 100억원짜리 공사 입찰에 참여하려 할 경우 10개 회사 모두 신용평가등급을 제출해야 하기 때문에 그 적용의 폭이 상당히 넓어진 것이다.
다급한 그 건설업체 사장님의 문의에 대한 필자의 대답은 특별한 비책이라기보다는 원론적인 것이었다. 신용상태에 대한 평가는 하루 이틀 사이에 나쁜 것을 좋게 할 수도 없고, 그 반대의 경우도 불가능하다. 그래서 평소에 자기 기업에 대한 신용상태를 주기적으로 파악해보고, 이를 토대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나가는 노력이 쌓이고 쌓이면 좋은 신용등급으로 나타난다는 이야기를 해주고 통화를 마쳤다.
이렇게 중소기업들의 신용등급이 각종 경제활동에서 필수적인 요소로 자리잡게 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한국기업데이터가 출범하기 전인 2~3년 전까지만 해도 기업신용평가는 대기업 위주로 매우 제한적인 범위에서 이루어졌다.
기업신용평가의 용도가 주로 회사채나 기업어음, ABS 등 유가증권 발행을 위한 수단으로 한정되어 있었고, 유가증권을 발행할 만한 규모가 되는 기업들은 회계법인에 의한 외부감사를 득한 약 5% 내외의 소수 대기업이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외감 기업들의 경영상태나 신용등급은 손쉽게 파악할 수 있었지만, 비외감 중소기업들에 대한 정보는 매우 부족한 정보 불균형 상태가 초래되었다.
이러한 ‘정보의 비대칭성’은 사회적으로 여러가지 폐해를 낳았다. 중소기업은 대기업과 달리 신용상태에 대한 검증이 어렵다는 이유로 은행으로부터 담보나 보증서 없이는 십중팔구 대출을 받을 수 없었다. 또 대기업은 다른 중소기업과 거래하고자 하여도 해당기업의 투명한 경영상태를 파악할 방법이 묘연해서 거래선을 다변화하거나 경쟁시스템을 도입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정보의 비대칭성으로 인한 中企 신용인프라의 부재와 그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는 2004년 중소기업 경쟁력 강화 종합대책에 中企전문 기업CB(크레디트 뷰로) 설립안을 담아 추진하게 되었고, 이에 따라 2005년 초 국내 최초의 본격적인 기업CB인 한국기업데이터가 출범하게되어 중소기업에 대한 신용정보를 집중(Pooling)하고 개별 중소기업의 신용등급을 전문적으로 산출하기 시작했다. 이후 금융부문, 기업부문, 공공부문 등에서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우선 은행들이 한국기업데이터의 신용등급을 활용, 中企 관련 신용대출 상품을 출시하게 되었다. 국민은행의 ‘파트너십론’이 대표적이었고, 중소기업청이 주도하고 은행과 공공기관이 참여하고 있는 ‘공공구매론’도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기업 부문에서는 대기업이 협력업체를 선정하거나 유지·관리하는데 신용등급을 필수요소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이름만 대면 알만한 대기업들은 거의 모두 각자의 ERP에 이를 반영하여 사용하고 있다.
그리고 공공부문에서도 정부와 공공기관들이 시설이나 물품구매 입찰에서 신용등급을 낙찰업체 선정의 중요변수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06년 기준으로 정부와 공공기관의 연간 조달규모 85조원 중 중소기업 해당분이 약 56조원에 달할 정도로 비중이 높아 이제 중소기업들도 투명한 신용관리에 적극 나설 수 밖에 없다. 올해 진행된 개성공단 입주기업 심사에서도 한국기업데이터가 산출한 신용등급이 큰 변수가 되었다.
이렇듯 변화된 신용인프라 속에서 중소기업이 스스로의 경쟁력을 강화해나가기 위해서는 자발적으로 中企전문CB인 한국기업데이터에 자기정보를 등록하여 성실히 신용관리를 해나가야 하고, 금융·공공기관과 대기업은 중소기업과의 상생·발전을 위해 공공구매론 등을 통한 신용대출과 신용거래 활성화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관리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