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주가가 2000시대를 노크하고, 경제도 호전되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들이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난방비가 없어 냉방에서 겨울밤을 지세는 서민들의 슬픈 사연과, 파산 신청을 위해 법원 문지방이 닳아 없어지도록 드나드는 가난한 우리 이웃들의 딱한 이야기도 만만치 않게 들려오고 있다.
최근 우리 사회는 부자와 빈자의 격차가 위험한 수준으로 치닷고 있다. 한쪽에서는 온갖 문명의 혜택을 향유하며 풍족한 삶을 살고 있는 반면, 또 한쪽에서는 의식주 해결을 위한 기초 생계비 마련 조차도 힘겨워하고 있다.
서민 금융기관에 몸담은 한 사람으로서, 최근 발생하는 서민의 각종 생활고와 금융소외 현상을 지켜보면서 실로 안타깝고 죄스러운 생각이 많이 든다.
어느 신용정보회사의 통계에 따르면, 은행과 신용카드사, 캐피탈회사 등 제도권금융기관에서 대출을 기피하는 저신용자(7~10 신용등급자)의 수가 어림잡아 700만명에 달한다고 한다.
그들이 저신용자가 된 사유를 살펴보면, 분에 넘치는 과소비를 일삼았기 보다는, 신용관리의 소흘, 저소득으로 인한 생활자금의 부족, 사업의 실패, 가족과 본인의 질병 등 구조적이거나 우연찮은 계기에 의한 경우가 훨씬 많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한번 저신용자로 낙인찍히면, 금융기관의 대출 제한은 물론 기업체에 취업할 수 있는 기회조차도 박탈당하는 등 수많은 차별대우와 제재를 받게 된다.
아직도 저신용자에게 있어서 금융기관의 문턱은 높기만 하다. 누구나 살다보면 갑자기 급전이 필요할 때가 있지만 아무도 거들떠 보지 않고, 어디서도 빌릴 곳이 없을 때의 그 막막함과 초라함은 겪어보지 않는 사람은 알 수가 없다.
최근 지방에서 식당을 하는 어느 아주머니로부터 다급한 전화를 한통 받았다. ‘연말을 맞아 단체 손님 예약을 받아 놓았는데, 당장 식자재를 살 돈이 없어서 장사를 못할 형편’이라며 ‘음식을 팔고 바로 갚을 테니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 달라’는 내용이었다.
다행히 협회에 소속된 대부업체에서 도와줘 대출을 받아 간 그 아주머니는 며칠 뒤에 빌려간 돈과 정성스레 만든 음식을 들고 찾아와 몇 번이고 고맙다는 말을 하고 돌아갔다.
우리 주변에는 이 아주머니와 같이 딱한 사정으로 인하여 급전을 찾아 헤매는 사람들이 많다. 자식의 대학 등록금을 마련 못해 속이 까맣게 타버린 부모들과, 불의의 사고로 사경을 헤메는 가족의 수술비를 구하는 사람들, 사글세를 못내 엄동설한에 길가에 쫓겨날 처지에 몰린 사람들…. 남에게 알리기 싫은 궁색한 돈 문제라서 겉으로 드러나 보이지 않아서 모를 뿐이지, 한발짝만 더 다가서보면 이것은 우리 가까이에 있는 형제, 친구, 이웃에게도 늘상 있는 이야기이다.
이런 사람들이 수백 퍼센트에 달하는 불법사채업자들의 고금리 덫에 빠져들지 않도록 마지막 버팀목이 되어주는 것이 바로 서민금융이자 대부업이다.
경제가 아무리 발전하더라도 저신용 상태의 급전 수요자는 어디에나 있기 마련이다. 이들을 보호하고 이들에게 새로운 금융기회를 제공하기 위해서, 정부와 업계가 역할을 나누어 대부업의 건전한 육성을 위해 진지하게 고민해 나가야 한다.
정부는 그들의 애환과 응어리진 마음을 다독거리는 정책 개발에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들은 이 나라의 근간을 이루는 중산층으로서, 그들이 쓰러지면 곧 국가의 저변경제가 붕괴되는 결과를 야기할 것이다.
또한 대부업자는 과거의 구태를 버리고 서민금융기관으로서 선진화된 금융서비스의 제공에 힘을 쏟아야 할 것 이다. 비록 대부업계가 최근 심각한 경영상의 어려움에 처해있지만, 이런 때일수록 스스로의 회사 신용을 제고하고 고객에 대한 서비스 개발에 총력을 기울여야 사회적 신망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원컨대, 2008 무자년(戊子年)에는 넉넉하지 못하고 금융서비스에서도 소외된 우리의 이웃들이 대폭 줄어들어, 고단한 삶의 무게가 보다 가벼워 지기를 바란다.
관리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