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하기 힘든 부분 가운데 하나는 이들 금융기관들은 오랜 기간 동안의 시행착오를 거쳐서 나름대로 위험을 관리하는 시스템을 잘 갖추고 있었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대규모 손실을 발생시킨 이유가 궁금하다. 그리고 어떻게 선진 위험관리 시스템 하에서도 이처럼 치명적인 실수를 범할 수 있을 까라는 의구심을 갖게 된다.
금융의 본질 자체가 다양한 위험을 적절히 관리함으로써 수익을 창출하는 비즈니스임을 고려하면 선진 금융기관들의 이번 위기는 보통 사람들의 눈에도 이해하기 힘든 면이 없지 않다.
지난 몇 년 동안 국제 금융시장은 일찍이 경험하기 힘들 정도의 유동성 증가를 경험하였다. 결과적으로 주택에서부터 시작해서 주식, 원자재 그리고 그림 시장에 이르기까지 천정부지의 가격 증가를 경험하였다. 늘 그렇듯이 시장은 일단 상승 기운을 타게 되면 시장에 참여한 사람들로 하여금 마치 가격이 끝없이 오를 것 같은 그런 기분 혹은 착각을 제공하게 된다.
이런 분위기에 편승한 채 굴지의 금융기관들을 이끄는 최고경영자나 자금 운용자들 그리고 시장의 미래를 전망하는 애널리스트 역시 상승 분위기에 편승한 무리에 스스로를 포함시켰을 것이다.
흔히 심리학자들은 이런 현상을 두고 ‘떼거리 심리’(herd mentality)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대부분의 투기 붐은 떼거리 심리를 필연적으로 동반하게 되고 이런 심리적 상태를 통해서 가격 상승은 더욱 더 가속화 되게 된다. 이번 경우에도 예외 없이 떼거리 심리가 작동하게 되고 막상 이런 무리로부터 자신을 벗어나도록 만들기 힘들었다.
물론 어느 금융기관들도 이 같은 문제점을 제어하기 위해 정교한 시스템을 갖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결국 이번 사태는 이런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할 수 없었음을 반증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여러 각도에서 위험을 관리하는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해 왔는가에 따라서 회사마다 손실 규모가 큰 차이가 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그러나 이처럼 위험을 관리하는 시스템은 결국 경영상의 중요한 의사결정을 집행하는 최고경영자의 판단이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다시한번 깨우쳐 준다.
이미 월가의 CEO들 가운데 메릴린치의 스탠오닐이나 씨티그룹의 찰스 프린스와 같은 인물은 오랜 업계 경험과 뛰어난 경영성과로 비교적 후한 평가를 받아온 사람들이다. 물론 그런 평가 덕택에 그 자리에까지 오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대세의 앞날을 점치는 판단이란 점에서 실수를 범함으로써 주주들에게 엄청난 손실을 안겨다 주었을 뿐만 아니라 자신들은 중간에 불명예 퇴진하는 수모를 당하게 되었다.
기업경영에서 아무리 정교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더라도 많은 부분은 경영층의 의사결정에 의존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최고경영자를 비롯한 경영진들이 ‘떼거리 심리’에 편승하는 일은 위험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그러나 경영진들 역시 인간이기 때문에 인간의 보편적인 심리 상태로부터 예외가 될 수 없다.
이번 사태를 보면서 나는 두 가지 점을 지적하고 싶다. 시장의 참여자들이나 시장을 분석하는 자들이 모두 서브프라임 모기지에 우호적인 자세를 유지하는 상황에서 이런 정책이 가져올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을 예상하고 사전에 위험을 관리하는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었는지, 만일 그것이 가능하지 않았다면 어떤 이유가 있었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는 다음에도 비슷한 상황이 발생하는 경우에 위험관리라는 측면에서 중요한 일이다.
다른 하나는 최고경영자를 비롯한 경영진들의 정확한 판단 문제를 생각하게 된다. 분위기에 편승하지 않고 자신 만의 관점을 갖는 일은 사업 세계에서 무척 중요한 일이다. 이를 두고 흔히 ‘유행과 본질을 구분하라’는 말로 표현할 수 있다.
경영자라면 늘 올바른 의사결정을 내릴 수는 없지만 이런 현상이 유행에 해당하는 것인가 아니면 본질에 해당하는 것인가를 스스로에게 확인함으로써 유행에 휩쓸려 큰 실책을 범하는 부분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관리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