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도 마지막 정기국회가 끝났지만 보험업계와 관련된 법안들 대부분이 처리되지 않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4단계 방카슈랑스 확대시행과 관련된 보험업법 일부개정안의 경우 소위원회에 계류중인 상태여서 보험업계의 한숨만 더해지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무분별한 의원 입법이 남발되면서 오히려 보험 산업 발전 취지가 퇴색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보험업법은 물론 화보법, 우체국예금·보험에관한법 등 보험업계와 연관된 법안들 중 40여개가 넘는 개정안들 대부분이 소위원회에서 계류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 산업 발전이라는 명분아래 발의된 개정안들이 정작 빛을 보지 못한 채 죽은 법안들로 전락하고 있는 셈이다.
◇ 잠자고 있는 보험업법 개정안
17대 국회에서 발의된 보험업법 개정안은 모두 13개다. 이중 3개의 보험업법 개정안의 경우 대안폐기 됐으며 나머지 10개는 소위원회에 계류중이다.
특히 안택수 의원과 신학용의원이 4단계 방카슈랑스 확대시행을 근본적으로 저지하는 내용으로 각각 발의한 보험업법 개정안의 경우 지난 11월 재경위 법안소위에 상정되어 있는 상태다. 하지만 정기국회가 끝나고 내년 1월 임시국회만 남아있는 상태여서 국회통과는 불투명하다.
또 김효석 의원의 보험사기 조사 및 자료 요청을 골자로 하는 법률 개정안은 건강보험공단 등 일부 기관의 자료 제출 거부로 답보상태에 있다.
채수찬 의원이 지난 2004년에 농협·수협·신협 및 새마을금고 등 공재사업자의 보험업법 적용을 골자로 발의한 개정안의 경우 정무·행자·과학기술정보통신·농림해양수산위원회 등 관련 소관위 반대로 인해 소위원회에서 논의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이외에도 통신수단을 통해 보험가입 확인 및 계약철회가 가능하도록 선병렬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과, 보험안내자료 기재 사항에 보험금 지급 제한 사유를 신설하는 김애실 의원의 개정안도 모두 소위원회에 계류중이다.
◇ 화보법 개정안 연기 잇따라
‘화재로인한재해보상과보험가입에관한법률’ 개정안이 총 5개가 발의됐지만 단 한건도 본회의에 상정되지 못하고 있다.
공제사업자의 화재보험취급 허용을 골자로 최경환 의원이 지난 05년 9월에 발의한 개정안의 경우 공제사업자의 감독 일원화라는 해묵은 문제에 부딪쳐 현재까지 소위원회에 계류중이다. 공제사업자의 특수건물 화재보험 취급 허용 및 범위 확대 등의 법률이 해당 부처별로 감독 부처가 다른 현행법과 상충돼 자칫 불공정 소지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박찬숙 의원의 화재보험 의무가입 대상인 특수건물의 범위에 종교시설을 포함 하는 법률안도 소위원회에 계류중이다. 이 법안은 지난 2005년도에 낙산사가 산불로 인해 전소된 이후 여론형성에 힘입어 박 의원이 입법 발의 했으나 이후 낙산사 화재사건이 기억 속으로 사라지고 심사순위에서 밀려 유야무야 되었다. 또 나경원 의원이 발의한 화재보험 의무가입 대상인 특수건물의 범위에 사회복지시설 추가 관련 개정안도 소위원회 계류중이다.
◇ 공제·자보관련 법안도 정체
금융감독원이 우체국예금·보험부문에 대하여 검사하여 시정요구사항을 정보통신부장관에게 건의할 수 있도록 강성종 의원이 발의한 우체국예금·보험에관한법률 개정안의 경우 한미 FTA협상을 지켜본 뒤 결정하기로 한 이후 법안소위에 상정하지도 못한 상태다.
또 농업협동조합과 중앙회의 공제사업에 대하여는 보험업법을 적용하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채수찬 의원이 발의한 농업협동조합법 개정법률안의 경우에는 지난 4월 법률안심사소위원회에 상정된 이후 거북이걸음을 하고 있다.
공재보험의 감독일원화와 관련된 법안 모두 국회에 상정되지 못하고 10년이 넘게 뚜렷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어 여전히 공전을 거듭할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자동차보험과 관련이 깊은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의 경우 총 8개의 개정 법률안이 입법발의 되었지만 모두 소위원회에서 계류중에 있으며 자동차관리법시행규칙의 경우도 대부분 법률안심사소위원회에 상정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 무분별한 입법발의 문제
업계 전문가들은 보험관련 입법이 무더기로 무산되면서 제대로 된 업계 의견 수렴이나 법률적 검토가 이뤄지지 않은 채 무분별한 의원 입법이 남발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해 관계자의 편향된 의견이나 공제사업자 감독 일원화 문제 등 근본적인 법률적 검토 없이 의원 입법이 졸속으로 추진되고 있다는 게 중론이다.
특히 4단계 방카슈랑스 백지화 관련 보험업법과, 종교시설 및 사회복지시설의 화재보험가입 의무화 등의 경우처럼 여론에 따라가는 입법 발의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보험업계 한 전문가는 “개정안이 수십개가 남발되고 있지만 업계 의견이나 법률적 검토 등 현실성이 떨어지는 법률이 남발되다보니 대부분이 계류중이다“라며 ”최근 정부가 보험 산업의 규제 완화 측면에서 보험업법 개정 등을 적극 검토하고 있지만 의원들의 법 개정안은 정작 보험산업 발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재호 기자 hana@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