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을 통해 자금을 끌어들이지 못하고 시장에서의 자금 의존도가 한층 높아지는 등 최근 자금사정이 좋지 않은 은행권이 대손충담금을 더 쌓아야 하는 부담감마저 안으면서 당장 4분기 순이익이 감소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2005년과 지난해에 이어 올해 역시 기업여신에 대한 대손충당금을 더 쌓도록 지시했다.
이번 조치로 제조업 정상여신에 대한 충당금 최적 적립률은 기존 0.7%에서 0.85%포인트로 올라갔다. 하지만 건설업과 부동산·임대업, 도·소매업, 숙박·음식점업의 정상여신은 0.7%에서 1.2%로 0.5%포인트나 높아졌다.
따라서 당장 올해 말 결산부터 국내은행은 약 1조4000억원을 추가로 적립해야하므로 4분기 당기순익은 급감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김은갑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적립률 상향 조정에 따라 2007년 순이익은 은행별로 4~9% 감소할 것”이라며 “특히 우리금융과 기업은행의 추가 적립 규모가 각각 2200억원, 1700억원으로 타 은행 대비 상대적으로 규모가 클 것”이라고 예상했다.
우리금융의 경우 기업대출의 규모가 크고 적립률 차등적용 대성업종의 비중도 높은 상태며 기업은행 역시 은행 특성 상 기업대출의 규모가 크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결론적으로 그는 2007년 순이익은 신한지주3.8%, 하나금융5.1%, 우리금융6.3%, 부산은행7.3%, 대구은행7.5%, 기업은행이 8.9% 감소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굿모닝 신한증권도 충당금 적립 규정 변경으로 은행권의 4분기 순이익은 37.9%정도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이보다 중요한 것은 재무적 효과 이상으로 추가 규제에 대한 우려 등이 은행주 투자심리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홍진표 굿모닝신한증권 애널리스트는 “순이익에 미치는 영향 보다는 기업대출에 대한 규제가 추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은행업의 내년 수익성 전망은 충담금 등 건전성 규제 강화에 달렸다고 강조했다. 비이자부문의 이익을 비롯 전체적으로 크게 악화 요인이 없지만 일회성 이익도 없어 내년은 올해 보다는 성장성이 둔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은행업의 건전성 강화를 위해 쌓아야 하는 충담금이 많아지면 수익성은 바로 악화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배규민 기자 bk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