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과 보험권은 내년 4월 시행을 앞두고 전산시스템의 공통적인 틀을 정하기 위해 실무자들이 정기적으로 모임을 가지는 등 실질적인 준비에 나서고 있다.
또 HSBC는 12일 하나생명의 지분인수를 통해 방카슈랑스 채널을 확보함으로써 향후 규제가 완화되는 방카슈랑스시장에 공격적인 영업에 나설 계획이다. 지분을 매각한 하나금융그룹 역시 HSBC와 전략적 제휴를 통해 방카슈랑스 시장에서 우위를 차지하려는 등 4단계 방카슈랑스 시행을 대비한 금융권의 움직임이 탄력을 받고 있다.
◇ 전산 통일 등 물밑접촉 한창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업계와 보험업계는 4단계 방카슈랑스 시행의 효율성을 살리기 위해 각 업계의 IT 실무자들이 정기적인 모임을 통해 전산시스템의 공통된 형식을 정하는 등의 작업에 착수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은행과 보험사간의 전산화하는 방법이 각각 다 달라서 만약 한 보험사가 15개의 은행과 거래를 할 경우 15번의 작업을 모두 따로 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이는 은행의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각 은행 역시 거래하는 보험사에 일일이 전산시스템을 다 맞춰야 하기 때문에 5개의 은행이 각 10개의 보험사와 거래를 한다고 해도 총 50번의 작업을 개별적으로 해야 어려움이 따른다. 따라서 4단계 방카슈랑스 시행을 앞두고 은행과 보험사 간 전산시스템의 형식을 통일되게 구축해 효율성을 높인다는 취지다.
김창권 은행연합회 자본시장부장은 “대략 10~20명의 업계 각 대표들이 모여 시스템 형태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에 대한 논의를 벌써 4차례 이상 진행한 바 있다”며 “4단계 방카슈랑스 시행과 관련해 업계간 대립되는 의견과는 별개로 시행을 대비한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내년 방카 시장 확대를 틈타 방카 시장을 선점하려는 금융기관들의 움직임 또한 두드러진다.
하나금융은 12일 자회사인 하나생명 50%-1주를 HSBC에 매각하면서 HSBC와 전략적 제휴를 체결했다. 이는 내년 4월 방카슈랑스 제도 확대 시행을 앞두고 금융그룹 자회사인 하나은행의 폭넓은 지점망과 HSBC의 보험상품 개발 능력을 접목해 시장 확대에 나선다는 전략에서다.
이와 관련 하나금융그룹의 김병호 상무는 “HSBC는 보험부문 중에서도 특히 방카슈랑스 부문이 강하다”며 “장기적인 전략적 파트너로써 제휴사의 뛰어난 상품개발능력과 마케팅 노하우를 활용하면 방카슈랑스 시장 확대에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계 은행인 HSBC 역시 하나생명 지분 인수를 통해 국내 보험시장에 진출하는 발판으로 삼는다는 계획이다. 내년의 방카슈랑스 시장 확대를 염두에 둬 국내 보험사와 경쟁이 용이한 방카 채널을 이용 공격적인 영업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 국회 법안 처리 결과가 관건
최근 재경부와 금융감독원은 ‘4단계 방카슈랑스는 예정대로 시행될 것’이라는 기존의 입장을 거듭 밝히고 있어 금융권의 방카 4단계 시행을 대비한 움직임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권오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13일 보험업계 사장단을 만나, 4단계 방카슈랑스 확대시행에 협조를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6일 생·손보협회장의 의견을 들은 것에 이어 2주 연속 보험업계 설득작업에 나선 것이다. 재경부의 방카슈랑스 시행에 대한 의지가 확고함을 확인할 수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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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금융업계에서는 4단계 방카슈랑스 시행과 관련 확신할 수 없다는 입장 또한 역력하다.
4단계 방카슈랑스 시행 전면 철폐를 주 내용으로 해서 10월에 국회의원들이 발의한 법안의 처리가 어떻게 되냐에 따라 판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법안이 아직 국회에 상장 중에 있기 때문에 4단계 방카슈랑스 시행여부는 아직 알 수 없다”며 시행철폐 가능성에 다소 희망적인 태도를 드러냈다.
이와 관련 은행업계는 더욱 확신을 하지 못하는 눈치다. 대선과 관련 어떠한 변수가 작용할 수도 있다는 판단에서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법안 처리의 결론이 나지 않는 이상 시행과 관련해서는 어떠한 확신도 할 수 없다”며 “만일 하나 법안이 통과될 경우를 생각하면 4단계 시행을 대비해 본격적인 준비에 나서기도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법안이 소위원회에 계류 중인 현 상황으로서는 사실상 시행 대비를 할 수도 안 할 수도 없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전산시스템은 비롯해 시행을 대비한 준비가 단시일에 끝날 수 있는 작업들이 아니므로 업계 관계자들은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다른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 역시 “보험사와 공통적인 준비를 한 후에도 은행은 막대한 자본을 투자해야 하고 또 개별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3개월 이상은 걸릴 것”이라며 “늦어도 내년 1월까지는 법안의 발의 결과가 나와야 기본적인 시스템을 갖추고 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는 시간 등을 벌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배규민 기자 bk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