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고의 노하우와 신용정도를 쌓아온 국민은행으로선 해볼 만한 비즈니스”라는 강정원 행장의 자신만만한 발언과 달리 금융업계는 전산인프라와 인력개발, 판매망 구축 등 실질적으로 소매금융기관을 설립하는 데 드는 시간과 노력을 국민은행이 너무 과소평가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또 국민은행의 방대한 점포망과 다양한 고객군은 신용대출부문에 시장의 잠식에 대한 개연성이 높지만 시스템의 기술적인 측면과 확연히 달라진 고객군에 대한 프라이싱 작업에 대한 노하우가 없는 것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14일 은행권에 따르면 강정원 국민은행장은 13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서민금융을 취급할 수 있는 기관을 별도 자회사 형태로 설립하고 국민은행이 축적한 고객 정보와 평가시스템을 활용해 서민들을 위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히고 내년 중에 서민금융시장에 진출한다는 분명한 입장을 보였다.
낮은 신용등급의 고객들을 담당할 수 있는 금융기관을 별도로 만든 후 국민은행의 점포망을 통해 여신이 필요한 해당고객들을 소개한다는 전략이다.
이와 관련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평판 리스크 관리상 은행권에서 서로 미뤘던 소액신용대출에 대해 국민은행이 앞장서 진출하고 제도 및 관행의 선진화를 이루겠다는 입장표명은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면서 “하지만 축적한 신용평가모델을 일부 수정해 신용등급이 낮은 고객군에 대한 대출서비스를 할 것”이라는 발언은 위험하기 짝이 없는 생각이라고 지적했다.
은행이 기존에 위험 관리 상 취급을 할 수 없었던 신용등급의 고객이 주요고객인 만큼, 리스크를 관리하는 노하우, 통계학적인 시스템, 경제시장 환경, 또 고객군에 대한 철저한 매칭이 없고서는 성공을 보장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특히 시스템의 기술이나 프라이싱을 적절하게 구사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한 것은 국민은행의 한계로 지적됐다. 국민은행이 축적한 고객 정보와 신용평가시스템을 활용해 이자를 낮춘다고 하더라도 기존의 우량 고객군에서 3~4등급 아래의 고객군이 대상인 만큼 많은 경험과 노하우가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더욱이 리스크는 크지만 국민은행은 저축은행이나 캐피탈 같은 서민 금융기관 보다 낮은 20~30%대의 금리로 영업하는 만큼 리스크 대비 실질적인 수익성의 문제 또한 남는다. 물론 고객군의 범위를 넓힘으로써 개인정보를 공유하고 교차판매를 통한 시너지창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아울러 서민금융 시장 진출에 있어 필요인력의 조달문제도 대두됐다. 기존 은행의 고인력들을 그대로 이용할 경우 수익대비 인건비가 너무 비싸 비즈니스 모델로서는 적격치 않다는 우려에서다.
저축은행 한 관계자는 “씨티파이낸셜을 비롯 외국계 기업들은 에이전트를 이용해 소액 신용대출 시장에서 아웃소싱 영업을 하고 있다”며 “여기에 따르는 문제점이 대두되고 있지만 향후 국민은행도 비슷한 형태로 인력 문제를 해결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민은행이 네트워크나 다양한 고객군의 확보 등 분명 경쟁 우위에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시장을 장악할 만한 비즈니스 모델을 제대로 만들지 않고서는 성공가능성을 얘기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지주사의 한 관계자 역시 은행에서 (신설될)자회사로 고객을 연계시키는 만큼 거기에 따르는 수익을 어떻게 나눌 것인가의 문제 등 자회사 연계와 관련해 구체적인 제도와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인수가 아닌 신설인 만큼 별도의 전산인프라 구축, 판매망, 인력개발 등의 문제까지 해결할 숙제가 산재하다며 실효성에 의문을 드러냈다.
배규민 기자 bk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