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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를 어디까지 보호해야 하는가

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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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07-10-21 23:11

이상묵 상무 삼성금융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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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를 어디까지 보호해야 하는가
웃자고 만들어낸 이야기라고밖에 생각하기 어려운 소송 사례가 미국에서는 흔치 않게 일어난다고 한다. 물에 젖은 고양이를 말리려고 전자레인지에 넣어 고양이가 죽자 제조업체를 상대로 소비자가 소송을 제기해서 승소했다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고양이를 전자레인지에 넣지 말라는 경고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 그 이유다.

이런 일이 벌어지다보니 미국에서는 제조업체들이 희한한 경고문을 부착하는 일이 많다. 소비자 경고문 중에서 제일 황당한 문구를 선발하는 행사를 매년 벌이는 단체마저 있다.

M-Law라는 이름을 가진 단체의 홈페이지에 게시되어 있는 2007년도 황당 경고문 우승자는 세탁기에 부착된 ‘사람을 집어넣지 마시오’, 모터보트 연료주입구에 부착된 ‘연료의 양을 확인하기 위해 성냥불을 키거나 불꽃을 일으키지 마시오’, 로토 티켓에 표기된 ‘다리미질 금지’, 전화번호부 책자에 인쇄된 ‘운전중에는 이 책자를 사용하지 마시오’라는 경고문 등이 있다.

역대 우승 경고문 중에서 몇 개를 더 소개하면 유모차에 부착된 ‘접기 전에 아이를 먼저 내리시오’, 낚시 바늘에 부착된 ‘삼키면 위험함’, 스쿠터에 표기된 ‘작동하면 움직입니다’, 다리미에 표기된 ‘사람이 입은 상태에서 옷을 다리지 마시오’라는 경고문이다. 이중에서도 단연 압권은 하수구 세척제에 표기된 ‘이 제품의 사용법이나 주의사항, 경고문들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거나 글을 읽을 수 없다면 이 제품을 사용하지 마시오’라는 경고문이다.

미국인은 합리적이고 실용적인 사람들로 정평이 나 있다. 평균적인 미국 사람들은 이러한 일을 상식을 벗어난 황당한 일로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나라에서도 보기 어려운 이런 현상이 미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원인을 변호사 과다에 따른 소송남용 문화와 배심원 제도에서 찾는 사람이 많다.

미국은 변호사 자격제도가 그 어느 나라보다 개방적이다. 그 결과 미국은 국민당 변호사 수가 가장 많은 나라로 알려져 있고 소송비용이 낮다. 문제는 일거리가 궁한 변호사들이 스스로 소송거리를 발굴해서 소송을 제기하도록 부추기는 경향이 나타난다는 점이다.

또한 배심원 제도가 이런 현상을 증폭시키기도 한다. 배심원은 일반 시민들로 구성된다. 소비자 관련 소송에서 배심원들은 법 원칙이라는 관점에서 판단을 하는 것이 아니라 소송 관련자가 처한 개별 상황에 따라 다분히 감정적인 판결을 내리는 경우가 왕왕 있다는 것이다. 은퇴한 가난한 할머니가 대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면 배심원들은 법적인 책임의 유무가 아니라 할머니의 딱한 처지에 대한 감정에 이끌려 결정을 내리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제조물 배상책임제도를 도입하긴 했으나 미국에서와 같이 황당한 일이 벌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그런데 그 정도 면에서 차이는 있으나 우리나라에서도 유사한 현상이 일어나는 분야가 있다. 금융 분야다.

한때 투신사들이 수익증권을 판매하면서 예상수익률을 마치 확정수익률인 것처럼 소비자에게 제시했다는 주장과 함께 민원이 들끓었던 적이 있다. 수익증권을 매입할 정도면 이재에 밝은 사람이다.

또 보유하고 있는 금융자산 규모도 평균 수준 이상으로 보아야 한다. 그런 사람이 수익증권을 확정수익률을 보장해주는 상품으로 알고 매입했다는 주장은 수긍하기 어렵다. 그런 주장을 하는 사람은 어수룩해서 정말로 잘못 알았다기보다는 민원을 통해 피곤하게 해서 얼마라도 보전을 받으려는 영악한 사람일 가능성이 오히려 크다.

설사 진심으로 예상수익률이 보장되는 것으로 믿은 사람이 있다고 하더라도 감독당국이나 사회가 그런 비정상적인 기대를 충족시켜주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지도 의문이다. 세탁기가 정상적인 용법 하에서 제대로 작동하게 만들어졌다면 세탁기에서 목욕을 할 수 있다는 비정상적인 기대를 가지고 세탁기에 들어갔다가 다친 사람에게 제조회사가 피해를 보상하도록 강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금융상품의 경우에도 상품 자체가 금융원리와 법규에 적합하게 설계된 것이라면 비정상적인 소비자의 기대를 충족시켜주도록 강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세상에는 공짜가 없고 어떤 사람에게 공짜로 무엇을 제공하면 그 비용을 누군가가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도 금융상품과 관련한 민원이 적지 않다. 특히 복잡한 파생상품의 거래나 보험과 관련한 민원이 자주 발생한다. 상품을 판매하는 사람이 판매 당시에 어떻게 설명했는지를 사후적으로 검증하는 일은 쉽지 않다. 민원인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는 점을 금융회사가 입증하도록 요구하면 금융회사는 극소수에 불과한 비정상적인 사람의 민원을 방지하기 위해 적지 않은 비용을 투입해야 한다. 상품 가입서의 곳곳에 복수의 서명을 받고 그것도 모자라 콜 센터에서 일일이 재확인을 해서 녹음 내용을 보관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관리비용은 결국 금융 소비자 전체가 부담하게 된다. 그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금융회사들이 민원 발생 가능성이 커 보이는 복잡한 상품은 그것이 비록 선진형 상품이라고 할지라도 아예 판매하지 않음으로써 전체 금융소비자들이 선진 금융상품을 통해 자산을 관리할 수 있는 기회를 상실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금융소비자 보호정책의 적정점을 찾는 지혜가 중요한 이유다.



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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