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변동성위험 배제·보장매입·거래유연성·거래기밀유지 등 특징
올해 초 자본시장통합법의 도입을 준비하면서 국내 금융시장에서 신용파생상품이 부각됐고 향후 다양한 상품으로 투자시장을 한층 확대시킬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과 관련한 신용위기 확산의 원인으로 신용파생상품이 지목되고 있다. 한편, 미국 주택시장 침체에 따른 모기지 부실과 글로벌 유동성 과잉이 신용위기의 근본적인 원인이며, 신용위험 분산이라는 본연의 임무에 충실한 신용파생상품을 서브프라임 사태의 희생양으로 삼고 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과연 무엇이 올바른 진단일까. 신용파생상품이 득일까 실일까라는 판단은 신용파생상품을 제대로 이해해야만 여기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최근 한국기업평가는 이같은 시장상황을 고려해 ‘신용파생상품의 구조와 리스크 분석’을 내놓고 신용파생상품을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은 김경무 신용파생실장과 양정용, 정연수 연구원이 공동으로 집필했다.
김경무 신용파생실장은 “신용파생시장 활성화에 대한 기대와 관심은 높지만 정보비대칭으로 인해 시장참여자들의 신용파생상품에 대한 이해는 제한적”이라면서 “신용 파생상품에 대한 이해 부족이 시장활성화의 장애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시장참여자와 함께 신용파생상품에 대한 정보 공유가 필요하다고 생각됐다”고 말했다.
최근 출간된 ‘신용파생상품의 구조와 리스크 분석’의 내용을 중심으로 신용파생상품에 대해 풀어봄으로써 독자들의 신용파생상품에 대한 이해를 돕고자 한다. 본지는 신용파생상품의 구조와 리스크 분석을 신용파생상품 시장현황 및 개요와 세계 시장에서 가장 비중을 많이 차지하고 있는 구조화신용파생상품(Structured Credit Products)을 2회에 걸쳐 풀어본다.
◆ 해외 시장 20조달러… 연평균 50% 성장
‘신용파생상품의 구조와 리스크 분석’에서 세계 신용파생시장은 매년 큰 폭의 성장을 이어가고 있으며 금융권에서 중요한 투자부문으로 자리매김을 해가고 있지만 국내 시장에서는 아직 걸음마 단계를 못 벗어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세계 신용파생시장은 2000년 이후 연평균 50% 이상의 고성장을 지속해 2006년말 현재 시장규모가 20조 달러에 달하고 있다.
상품별로는 Single-name CDS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구조화신용파생상품(SCP)과 지수거래의 증가가 최근 시장성장을 주도하고 있다. 시장참여자별로는 보장매입자의 59%, 보장매도자의 44%를 점하고 있는 은행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최근 헤지펀드의 시장참여가 크게 증가해 보장매입자의 28%, 보장매도자의 32%를 차지함으로써 은행에 이어 두번째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국내 신용파생시장은 2006년말 거래잔액이 4조3000억원으로 시장규모가 미미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 특히 원화 신용파생상품 거래가 거의 전무하고 대부분이 국내 금융기관과 외국계 은행과의 외환거래로 국한되어 있어 시장이 초기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시장참여자 구성면에서는 외국계 은행 국내지점이 보장매입자로서 국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김경무 실장은 “국내 금융기관의 경우 신용파생상품 투자자로만 제한적으로 시장에 참여하고 있어 신용파생시장의 저변확대가 시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내 신용파생시장 활성화를 위한 가장 시급한 과제로 신용파생상품에 관한 규제완화, 감독기준의 정비 등 규제인프라의 확충이 지적되고 있다. 규제와 관련한 논의는 크게 금융권역별로 상이한 신용파생상품 취급기준의 정비 및 취급제한의 완화, 신용파생상품에 대한 감독기준의 보완, SPC(유동화 전문회사)를 활용한 신용파생거래를 위한 자산유동화법의 개정 등 세가지 측면에서 진행되고 있다. 금융감독당국은 올 7월 신용파생상품 회계기준 정비, 외환 신용파생상품 신고제도 개선, 신용파생상품 자기자본 산출기준 정비 등을 골자로 하는 신용파생상품시장 활성화방안을 발표했으며, 자산유동화법 개정작업도 진행중에 있음을 감안할 때 조만간 규제 인프라가 시장 성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수준으로 정비될 것으로 기대된다.
◆ 보장매입 등을 통해 다양한 거래 유인
1990년대 초 국제 금융시장에 등장한 신용파생상품은 기대 이상으로 빠른 성장세를 탔다. 이는 신용파생상품이 회사채와 같은 전통적 금융상품과는 다른 몇가지 특징 또는 장점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신용파생상품의 구조와 리스크 분석’에서는 특징과 장점을 네가지로 설명했다. 첫째, 신용파생상품은 금리ㆍ환율 변동과 같은 변동성위험의 영향을 배제하고 부도위험(default risk)만을 독립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수단을 제공한다. 둘째, 회사채를 빌려서 거래하거나 대출채권의 공매도(short sale)가 어려운 반면, 신용파생상품은 보장매입을 통해 쉽게 신용위험에 대한 매도(short) 포지션을 취할 수 있기 때문에 신용시장에 대한 부정적 전망을 가진 경우에도 다양한 거래를 발생시킬 수 있다. 셋째, 거래구조의 유연성을 기반으로 투자자의 다양한 위험선호성향과 요구수익률을 충족시킬 수 있는 맞춤형 금융상품이다. 넷째, 양도 또는 유동화 거래와 달리 채무자에 대한 통지 또는 승낙이 필요치 않기 때문에 거래의 기밀유지가 가능하다.
또한 신용파생상품의 경제적 기능도 설명하고 있다. 첫째 신용파생상품은 금융기관이 보유한 신용위험을 축소 또는 분산시킬 수 있는 유용한 위험관리 수단을 제공한다. 둘째, 신용파생상품은 장외시장에서 거래되는 상품으로 거래구조의 유연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투자자의 니즈에 맞는 상품설계를 통해 신용위험에 대한 폭넓은 투자기회를 제공한다. 셋째, 대출채권과 같이 유동성이 낮은 자산의 신용위험을 신용파생상품을 통해 이전시킴으로써 유동성이 떨어지는 자산에 유동성을 부여하는 효과를 가진다. 넷째, 전통적으로 지급보증기관이나 보험회사가 수행하던 기능을 시장이 분담해 보증의 효율성을 제고시키며, 신용위험에 대한 가격산정의 효율성을 높임으로써 금융시장의 안정성을 높여준다.
◆ 거래에서 준거자산, 신용사건, 정산 등 중요한 검토 요소
이 책에서는 신용파생상품 거래가 거래당사자의 당초 의도대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준거자산의 범위, 신용사건의 정의, 신용사건 발생시 정산절차에 대한 검토가 면밀해야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준거자산(reference asset)은 신용파생상품 거래에서 신용사건 발생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 되는 자산을 말한다.
CDS(Credit Default Swap) 계약상 준거자산으로 정의된 채무에 대한 신용사건에 한해 보장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준거자산의 범위와 특성을 어떻게 정의하느냐는 매우 중요하다.
신용파생상품의 신용도는 준거자산의 신용위험 수준에 따라 좌우되며, 준거자산의 범위와 특성을 어떻게 결정하느냐에 따라 신용파생상품의 신용도가 크게 달라진다.
신용사건(credit event)은 준거자산의 가치하락을 초래해 보장매도자가 손실보전의무를 부담해야 하는 경우를 정의한 것이다. 통상 ISDA(International Swaps & Derivatives Association)에서 정한 표준계약서의 정의를 따르는 것이 일반적이며, 기업 신용위험과 관련된 신용파생거래에서는 통상 파산(bankruptcy), 지급실패(failure to pay), 채무재조정(restructuring)의 세가지를 신용사건으로 정의한다. CDS계약상 신용사건의 정의에 포함된 경우에 한해 보장매입자가 신용위험 헤지효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신용사건의 정의는 신용파생상품 거래의 가장 중요한 검토요소가 된다.
신용파생상품 거래에서 신용사건이 발생하는 경우 보장매도자가 보장매입자의 손실을 보전해 주어야 하는데, 이러한 손실보전을 위한 제반 절차가 정산(Settlement)이다. 정산방식으로는 현물결제(physical settlement)와 현금결제(cash settlement)의 두 가지가 있다.
현물결제는 보장매도자가 준거자산의 권면액에 해당하는 금액을 지급하고 보장매입자로부터 직접 준거자산을 인도 받는 정산방식이다. 현금결제는 보장매도자가 보장매입자의 준거자산 보유에 따른 순손실, 즉 준거자산의 권면액에서 시장가치를 차감한 금액만을 지급하는 결제 방식이다. 결국 준거자산의 부도후 회수가치(recove
ry) 산정이 정산절차의 핵심으로, 정산방식에 따라 투자자의 궁극적인 손실정도가 달라진다.
정리=고재인 기자 kji@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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