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지만 경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중소기업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그다지 높지 않은 편이라 아쉽다. 필자가 중소기업의 중요성에 대한 통계자료를 새삼스레 다시 찾아보니 고용은 87%, 사업체수는 99.8%, 생산 50%, 부가가치 51%를 차지하고, 투자비중은 48%, 수출비중은 33%다. 이처럼 큰 비중을 갖기에 중소기업이 잘 돼야 나라가 잘된다는 말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中企를 둘러싼 여건은 갈수록 각박해지고 있다. 정부는 국가 전체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정책의 키워드를 이미 ‘보호·지원’에서 ‘옥석가리기’로 선회했다. 이에 따라 정책적으로 지원해 오던 단체 수의계약제도도 폐지되었고, 정부산하 국책금융기관들도 기존 전통산업에 대한 지원은 줄여가고 IT, BT 등 미래형 산업에 보증과 대출지원을 늘려가고 있다.
차별성 없는 저가경쟁은 더 이상 지속하기 어렵고, 알음알음으로 납품받아주던 대기업도 스스로 글로벌경쟁에서 생존하기 위해 품질이나 기술력이 떨어지는 중소협력업체라면 거래선을 바꿀 수 밖에 없다.
진퇴양난에 놓인 중소기업들이 중국으로 베트남으로 돌파구를 찾아나서도 보지만 낭패를 보는 경우가 적지 않다. 현지의 기업환경이 갈수록 냉혹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젠 더 이상 피해갈 곳도 없고 물러설 수도 없다. 생존을 위해서는 ‘자체 경쟁력’을 확보하는 수 밖에 없다. 피할 수 없다면 제대로 해보자는 의미에서 中企생존에 결정적인 두가지 ‘경쟁력 함수(函數)’를 말씀드리고자 한다.
첫째는 中企경영에서 꼭 챙겨야 될 ‘김치 전략’이다. 필자는 신용보증기금 이사장 시절과 현재 CEO로 일하고 있는 한국기업데이터에서 중소기업인들과 접할 기회가 있을 때마다 ‘김치’ (K-I-M-T-C-H-I)라는 中企경영전략을 말씀드려왔다. 김치 없이는 못사는 한국 사람처럼, 중소기업들도 이 ‘김치’의 영양소를 잘 섭취하여 경쟁력을 창출할 수 있길 바라는 마음에서 필자가 만든 말이다.
순서대로 보면, Knowledge(지식), Informat ion(정보), Marketing(마케팅), Technology(기술), Culture(문화), Human-Relation(인간관계), Innovation(혁신) 등 일곱가지 요소이다. 지면 관계상 상세전략은 다른 기회에 말씀드리기로 하고, 이것들을 유기적으로 갖춰야 중소기업이 글로벌 무한경쟁 환경을 헤쳐 나갈 수 있다.
어느 한 요소라도 소홀히 하면 언제 시장에서 퇴출당할지 모른다.
둘째는 기업자체의 ‘신용관리’를 잘 해야 한다.
이제는 금융 거래시에도, 대기업 납품시에도, 조달시장 공공입찰에 참여할 때도 ‘신용등급’ 제출을 요구하는 일이 보편적이다.
특히 신바젤협약이 시행되는 내년부터 금융기관은 대출자산위험관리를 위해 ECAI(적격 외부신용평가기관)등급 등 신용등급을 활용해 각종 대출결정에 반영하게 된다.
이처럼 모든 경제활동에서 기업의 신용등급을 따지게 된 것은 자연스러운 시대적 흐름이기에 신용관리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부각되고 있다.
그래서 신용관리에 도움이 될 만한 5계명을 말씀드리자면 첫째, 외부감사를 받는 등 회계자료의 투명성을 제고해야 한다. 둘째, 대표이사 개인의 신용도는 중소기업 신용도와 직결된다.
셋째, 사소한 금액이라도 연체는 금물이다. 넷째, 한국기업데이터와 같은 전문평가기관에 자발적으로 자료를 등록하고, 신용도를 관리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거래처 신용상태를 항상 모니터링하여 연쇄도산 위험을 줄여야 한다.
우리경제의 성장과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해온 숨은 주역, 중소기업.
그러나 이제 정부나 주변의 도움으로 꾸려나갈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 창업 때의 뜨겁던 초심으로 기본부터 하나하나 다시 쌓으며 ‘김치경영’과 ‘신용관리’라는 두 경쟁력 함수를 조합하여 스스로 강해져야만 ‘中企생존’이라는 해(解, solution)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대기업 최고경영자들이 올해의 사자성어로 ‘스스로를 강하게 만드는데 쉼이 없다’ 는 뜻의 ‘자강불식(自强不息)’을 많이 꼽았다고 하는데 이 말은 오히려 중소기업에 더 절실하고 시급한 것이 아닐까 싶다.
관리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