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가운데 미 연준이 지난 9월 18일에 기준금리를 큰 폭, 즉 0.5%p 인하하였는데 그만큼 사태가 심각하다는 정책적 판단에서 이루어진 조치로 해석되지만 아직 미진하다고 보는 식자도 있다.
그러나 이번 조치로 설사 단기적 위기를 넘길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거액의 재정적자, 경상수지적자, 부(負)의 민간저축 성향, 과대하게 책정된 민간소비로 부각되는 미국경제가 2003년 이래 근 4년간 누렸던 호황 사태가 종말을 고하고 늦어도 2~3년 후에는 위기에 당면하리라는 비관적 전망, 심지어 미국은 위기 대처 능력까지 상실하여 세계경제의 좌장 자리에서 내려갈 운명에 있다는 극도의 위기의식에서 전적으로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이다.
이번 사태의 단초를 제공한 헤지펀드의 파탄은 미국 뿐만 아니라 사실상 전 세계의 주가에 악영향을 미친 것이 사실이다.
즉 미국의 주택론이 파탄에 가까운 부실로 이루어지고 주택 버블 붕괴가 가속화하여 주택 가격 폭락을 통한 미국 GDP의 7할 이상을 점하는 미국 국민의 소비를 위축시켜 그 파장이 국내외적으로 확산될 개연성을 전혀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 8월말 현재 미국의 대출관련 업체에 대형 인력 감축 사태가 일어나 약 4만 여명이 해고 되었다는 보도도 있다. 사실 2003년부터 시판된 하이브리드형 금리조정 조건부 담보대출 ARM(Adjustable Rate Mortgage)은 처음 3.5년은 저이자로 책정되어 있지만 그 후 급속히 인상되는 스킴을 취해 위험 요소는 이미 잉태되어 있었다고 볼 수 있다.
2001년 IT버블이 붕괴됨과 동시에 미국 주택붐이 일어나 미국인이 얻은 주택자산 가치 증식효과는 2.5조 달러에 달하여 주가하락으로 줄어든 자산(약 3조 달러)을 거의 상쇄하고 소비를 지탱하여 왔다. 연준은 금리를 지속적으로 인하하여 시장에 자금을 윤택하게 공급하였다.
이른바 하이메이, 프레디막 등 정부계 기관이 주택담보 증권을 대량 발행하고 금융공학에 의하여 생성되는 금융파생상품(Derivatives)을 적극 도입하였으며 주택 가격 상승분을 현금으로 빌려주는 Home Equity Loan이 급팽창하여 주택 투자열을 부추겨 왔다.
이런 와중에 주택대출담보증권(RMBS)과 이를 유동화하기 위하여 발행한 채권담보부증권(CDO)의 결과적 실패가 투자은행인 베아스탄즈 산하의 헷지펀드 파탄으로 이어졌다. 즉 원인은 경기 부양책을 쓴 정부에서 제공한 것이고 공적투기(Gamble)가 있었다고 비난을 받아도 할 말이 없게 된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사태에 대하여 미국 정부가 무관심 했고 책임을 지려고 하지 않는데 있다.
당초 J. 스티글리츠 전 IBRD 부총재나 예일대학의 R. 실러가 주택버블에 경고를 발하면서 미국경제를 비관적으로 예측했지만 미연준이나 정부는 별 반응이 없었던 것이다.
최근 9월 6일에 내한한 씨티은행 르빈 회장(전 미 재무장관)도 서브 프라임 사태에 대한 확고한 전망이나 치유책을 내놓지 못하고 모든 것이 불확실하다고 핵심을 비켜갔지만 오늘날 글로벌 시대의 경제는 허다한 변수로 인해 이미 전통적 방법으로 실체를 파악하기 힘들고 그 명확한 해결 방안을 찾기 어려워졌음을 시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단순히 금번 서브 프라임 사태만 진정되면 미국경제 나아가서는 세계경제가 안정을 되찾을 것이라는 환상을 가져서는 안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오늘날의 리스크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나 판단은 없다. 사소한 경제의 악재가 크나큰 부메랑 효과를 국제적으로 야기시킬 우려는 얼마든지 있는 것이다. 비근한 예로 산유국이나 신흥 수출대국들의 보유외환으로 만들어지고 있는 국부펀드(S. W.Fund)의 움직임이나 더욱 난관에 봉착할 헤지펀드, 또는 P.E.펀드에 대하여 미국정부가 도덕적 해이라는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어떻게 지원해 줄 수 있겠는지도 관심거리다.
높은 수익추구와 리스크 부담은 항용 함수관계로 인식되지만 오늘의 경제에서는 이미 특정 국가의 정책이나 정세만으로 좌지우지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선 면이 있다. 테크놀로지 발전과 규제 완화는 자금의 제약없는 흐름을 촉진시킴으로써 이미 국가단위 경제의 테두리를 많이 벗어나 있다.
이런 배경에서 아무리 우수한 두뇌집단이 집결한 미 연준이라 하더라도 그들이 채택할 정책의 배경에는 허다한 변수가 있어 이 변수들을 잘못 제외시키거나 또는 고려되는 변수가 갖는 의미를 오판하게 되면 정책의 유효성에 치명상을 입힐 수 있다. 금번의 기준율 인하조치에 확고한 정책적 신임을 못 느끼는 것도 이번 조치에 대한 장고(長考) 과정도 이러한 연유 때문이 아니겠는가?
금번 연준 금리 인하로 우리 주식시장은 다시 활황에 접어들은 듯 보이나 너무 낙관론에 편승하는 것은 소망스럽지 못하다. 이번 사태와 관련한 국제공조가 어느선까지 이루어질지도 알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경우는 환율 약세로 인한 대미수출 감소와 중국의 대미수출 타격으로 인한 더블 펀치를 맞을 개연성이 있다. 미국의 GDP 성장률이 1% 떨어지면 0.9%의 수출 차질이 발생한다는 분석도 있다. 또한 변화무쌍한 국제 정세 하에서 전혀 예상치 못한 이질적 변수 발생이 세계경제를 위축시킬 수도 있다.
이번 서브 프라임론 사태는 풍부한 유동성 하에서 복잡한 파생상품 구조와 헤지펀드의 투기적 요인이 연관된 것이 근본요인 이지만 이 파급효과가 컸던 것은 금융세계화 또는 경제의 글로벌화의 급속한 진전 때문임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정부는 단기적으로는 앞으로 번질 엔캐리 자금 청산 문제, 금융권(주로 제2금융권)의 주택금융 부실화 예방, 적정 유동성 공급을 통한 스무딩 조작, 지속적 수요기반 확충을 통한 증시 안정 등에 주의를 기울이고 더 크게는 수출 차질 또는 불확실성이 야기할 국가 경제 침체에도 대비해야 하리라 본다.
한편 국가 단위로 취할 수 있는 정책 방안도 점차 제한적으로 변해가고 리스크에 대한 고려변수도 나날이 늘어가는 오늘의 현실을 직시하여 투자는 결국 각 투자 단위의 위험 부담 하에 수행할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하리라 본다.
관리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