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부가 당초 출연금에 대해서만 비율에 따라 배분키로 방침을 정했기 때문이다.
12일 은행업계에 따르면 재정경제부는 지난 6월 정치권과 은행권의 입장을 조율하기 위해 새로운 잉여금 배분기준을 국회에 제시했다. 재경부 수정안에 따르면 재정특별융자금 형태로 정부가 출연했던 자금(3조 7000억원) 중에서 금융권의 출연(5700억원)비율에 따라 전체 잉여금을 6대 1 정도로 나누도록 했다.
부실채권정리기금은 외환위기 직후 은행의 부실채권을 정리하기 위해 조성된 공적자금으로 2012년 기금운용시한이 완료되면 잔여재산이 약 7조 2000억원에서 많게는 9조까지의 잉여금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된다.
현행법상으로는 이 잉여금을 금융권이 다 가져가지만 재경부의 방침대로라면 전체금액의1/6수준밖에 받지 못하게 된다.
이뿐만 아니라 공적자금잉여금은 사회를 위해 전액 다 써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어 잉여금을 배분받기가 더 어려워 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9일 금융경제연구소가 주관한 ‘금융소외, 어떤 재원으로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토론회에서 양준호 인천대 교수는 2007년 8월 현재 캠코의 부실채권정리기금 잉여금이 9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를 재원으로 활용해 금융양극화 해소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교수는 “잉여금이 생긴 이유는 IMF이후 구조조정으로 인한 국민들의 희생과 캠코의 관리능력, 정부가 리스크의 부담을 안고 공적자금을 투입한 데서 비롯된 것”이라면서 “시중은행들은 부실채권정리기금의 투자자이기 보다는 오히려 수혜자로 잉여금을 이들에게 돌려주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금융소비자연대의 김관기 변호사는 “잉여금이 생길 것이라는 생각을 못하고 법을 만든 것이 문제”라고 지적하면서 “금융기관의 부실을 세금으로 다 해결한 상황에서 잉여금이 남았다면 그것은 국민의 돈이므로 공적인 용도로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정치권에서도 국민의 세금으로 조성된 공적자금을 은행권에게 나눠먹기식으로 분배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어 앞으로 논란이 한층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잉여금을 둘러싼 논란은 그동안 끊이지 않았다.
학계 관계자는 금융기관이 5700억원을 출연한 것은 투자의 목적이 아니라 IMF구조조정 때 수혜를 받아 내놓은 성격이 짙다며 21조 6천억원의 기금 전체 규모를 놓고 봤을 때도 금융기관의 출연금은 2.7%에 해당하는 금액이라고 지적했다.
캠코의 한 관계자는 개인적으로 잉여금은 국민을 위해 사용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면서 “은행권에게 잉여금이 배분이 되는 것은 국민에 대한 이율배반적인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또 2012년까지는 기간이 많이 남았으니, 그때까지는 합리적인 해결방안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은행권은 현행법 규정을 들어 잉여금 전액을 은행권에 줘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
배규민 기자 bk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