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과 한달만에 은행의 상품 트렌드가 180도 바뀌어 버렸다.
주류였던 정기 예적금은 자취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자리를 내줬고, 대신 고객을 세분화하고 유망 타깃 고객군을 집중적으로 공략하는 상품이 각광을 받는 등 보다 차별화, 세분화, 틈새화된 상품이 시장을 휩쓸고 있다.
자통법 시행으로 금융권별 상품 서비스경쟁이 이미 예고되긴 했지만 변화속도에 대해 업계서도 놀랄 정도이고, 전문가들은 앞으로 라이프 사이클별, 투자성향별, 타깃고객별로 세분화된 복합상품 등이 주류를 이룰 것으로 전망했다.
29일 은행권에 따르면 고객을 소득과 연령, 직업 등에 따라 세분화하고 각 고객의 다양한 니즈를 충족시켜주는 상품의 출시가 활발해지고 있다.
내달 7일까지 한시 판매되는 국민은행의 ‘KB리더스정기 예금 KOSPI 2007-15호’는 만기해지시 원금이 보장되는 정기예금에 국내외 주가지수, 개별기업주가가 각종 시장지수와 연계한 파생상품을 결합한 상품이다.
이는 위험을 최소화 하면서 이윤을 극대화하는 금융상품에 관심이 있는 고객 니즈를 맞추기 위한 것이다.
우리은행의 ‘신기원 2007 복합예금’ 역시 연 7%의 확정금리를 지급하는 우리사랑레포츠 정기예금과 코스피 200지수 연동예금에 절반씩 동시에 가입해, 주가의 상승률에 따라 최고 연 16%의 수익이 가능하다.
고령화 시대가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실버세대들의 니즈를 반영한 상품들도 대거 출시됐다. 지난 9일에 출시된 국민은행 ‘KB골드 라이프 카드’는 차별화된 노후 생활을 준비하는 세대를 위한 것으로, 유망 타깃 고객군인 실버세대를 겨냥했다. 일주일 앞서 출시된 ‘WINE 정기예금’은 중장년층의 건강과 재테크에 중점을 두면서 출시 17일 만에 1조가 넘는 판매실적을 올렸다.
하나은행은 은퇴고객들을 대상으로 하나의 상품이 아닌 패키지 상품을 출시했다. ‘부자 되는 연금통장’, ‘하나 연금 신용 대출’, ‘부자 되는 정기예금’ 등 실버금융 상품라인을 구축했다.
은행권 은퇴자산관리 시장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기 위해 머지않아 은퇴준비자를 위한 펀드 상품까지 갖출 계획이다. 또 상품 출시 전에 은퇴준비 포럼을 통해 고령화에 대비한 금융의 역할을 짚고, 은퇴상담 전문 솔루션을 구축해 고객을 대상으로 노후컨설팅을 시작한 점이 주목할 만하다.
기업은행은 지난 20일 환경부와 환경문화 발전을 위한 기부금 출연협약을 맺고, 판매 실적의 0.1%를 환경발전기금으로 출연하는 ‘환경사랑통장’과 이용 실적의 0.2%를 기금으로 내는 ‘환경사랑카드’를 출시했다. 은행의 공공성 및 브랜드 이미지 제고를 위한 공익형 상품의 성격이 짙다.
업계 관계자는 “차별화된 서비스와 틈새 공략으로 누가 고객의 가려운 곳을 긁어 주느냐에 따라 국내 은행 간은 물론 금융권간의 시장 점유율은 달라질 것”이라며 차별화된 고객 니즈를 충족하는 상품·서비스의 개발은 더욱 가속화 될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은행 임영학 R&D팀 리서치파트장은 “자통법은 은행의 전통적 수신과 고객 자산관리 영업에 커다란 영향을 주므로 은행은 이에 상품개발전략의 변화와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하면서 “특히 은행의 단순한 예·적금 상품에서 눈을 돌려 위험을 최소화하면서 이윤을 극대화하는 상품을 찾는 고객의 니즈충족을 위해, 고객의 다양한 특성과 성향을 정확히 파악한 금융상품의 발굴을 더욱 활발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금융·경제 지식이 풍부한 고객층이 광범위하게 확대되므로 금융권은 더욱 차별화되고 세분화된 상품 전략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이에 현재 및 향후 상품의 트렌드는 라이프 사이클별, 투자성향별, 타깃고객별로 세분화된 복합상품이 주류를 이룰 것”으로 전망했다.
배규민 기자 bk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