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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으로 돈을 버는 사람도 있어야 한다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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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06-11-22 22:01

이상묵 상무 삼성증권, 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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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보고 있자면 정책의 궁극적 목적이 무엇인지에 대해 의문이 들 때가 많다.

양질의 주택을 낮은 가격에 공급해서 국민의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궁극적 목적인지, 아니면 부동산으로 돈을 버는 일이 없도록 하는 것이 궁극적 목적인지 혼란스럽다. 두 가지가 결국 같은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냐는 사람이 있을 수 있으나 두 가지는 분명히 다르다.

부동산 정책의 궁극적 목적이 국민의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것이라면 부동산으로 돈을 버는 사람도 필요하다.

우선 주택사업을 하는 기업의 입장에서 보자. 자본주의 시장경제 체제가 소비자들에게 품질 좋고 가격이 저렴한 제품을 풍부하게 제공하는 이유는 단 하나이다. 큰 돈을 벌 수 있는 가능성을 보고 치열하게 경쟁하는 기업들이 있기 때문이다.

주택이라고 해서 예외가 될 수 없다. 주택사업이 매번 큰 돈을 버는 것 같지만 사실은 건설업만큼 위험이 큰 사업도 없다. 열번 성공하고도 한번 실패하면 패가망신하는 것이 건설업이다. 잘 하면 큰 돈을 벌 수 있는 가능성이 없다면 좋은 품질의 주택, 가격이 저렴한 주택을 공급하기 위해 경쟁하는 기업들이 존재할 수 없다.

주택에 시장원리를 적용하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보고 분양원가공개제도나 환매제도와 같은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사람이 있으나 그런 생각은 결국은 주택공급부족을 야기해 국민의 주거환경을 악화시킬 것이다.

분양원가 공개를 주장하는 사람의 본심은 주택사업자가 지나친 이윤을 누리지 못하도록 원가에 적정 마진만을 붙여 분양가를 정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생각을 실제 실행하려고 하면 무수한 문제를 야기한다. 적정 마진율을 얼마로 할 것인지도 문제지만 사전적으로 분양이 몇 % 되는 것을 상정하고 적정 마진을 책정해야 하는가. 분양이 100% 된다는 것을 상정하고 마진을 정했다가 분양이 50%밖에 되지 않으면 어떻게 할 것인가.

또 분양에 소요되는 기간을 얼마로 상정해서 마진을 정할 것인가. 분양에 시간이 많이 걸릴수록 금융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인데 이러한 금융비용을 고려하지 않고 분양원가를 책정하면 주택업자의 연쇄도산이 야기될 것이다.

이런 문제들에 대한 고민이 없이 단순히 토지구입비와 건설비를 합계한 공사비만을 기초로 분양원가를 책정하게 되면 주택사업을 하는 기업은 성공한 사업에서는 금리수준의 마진만을 누리고 분양에 실패하는 경우에는 엄청난 손실을 모두 떠안아야하는 비대칭적 상황에 처하게 될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어느 누가 주택사업을 하려고 하겠는가.

환매제도는 우리나라에서는 이미 실패한 영구임대주택제도와 본질적으로 다를 바가 없다. 환매제도나 영구임대주택제도가 모두 입주자가 주거용으로 계속해서 사용하는 데에는 기간 제한이 없다.

환매제도하에서는 자신이 계속해서 주거할 의사가 없으면 매입가격에 미리 정해진 이자를 붙여서 대금을 받고 집을 되돌려주어야 한다.

환매제도는 애초 분양가를 전세금으로 내고 나중에 전세금을 돌려받을 때에는 전세금에 이자를 붙여주는 영구임대주택제도에 불과하다.

싱가폴에서 이런 제도를 성공적으로 시행하고 있다고 하나, 싱가폴과 우리나라는 처한 환경이 다르다. 우선 주거에 대한 국민의 인식이 너무나 다르다. 또한 작은 도시국가여서 정부에 의한 통제가 가능한 나라에서 시행하는 제도를 인구 4,000만이 넘는 대국에 도입하려는 생각 자체가 무모하다.

국민의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궁극적 목적이라면 부동산 투기로 돈을 버는 사람도 있어야 한다. 투기수요는 실수요로 인해 형성되는 미래의 가격을 예측하여 배팅을 하는 것이다.

투기수요에 의한 가격의 변동은 미래에 형성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격을 현재 시장에서 보여줌으로써 실수요자와 공급자가 대응할 수 있는 기간을 앞당겨주는 역할을 한다.

투기자들은 자신의 예측이 맞으면 큰 돈을 벌고 예측이 틀리면 거액의 손실을 입는다. 상승을 예상했는데 실제로도 상승하면 돈을 번다. 하락을 예상했는데 실제로도 하락하면 역시 돈을 번다.

그러나 상승을 예상했는데 실제로는 하락하거나 하락을 예상했는데 실제로는 상승하면 손실을 입는다. 투기자의 예측이 맞으면 사회에 순기능을 하며 그 대가로 투기자는 돈을 버는 것이다. 반대로 예측이 틀리면 사회에 역기능을 하는 결과가 되고 그 벌로 투기자는 손실을 입는다. 부동산 투기자가 상승에 배팅을 해서 돈을 버는 것은 투기자들이 보내는 시그널에 대한 공급의 반응이 충분치 못한 데에 기인하는 것이지 투기자들이 반사회적이기 때문이 아니다.

주택은 공급을 늘일 수 있으나 토지는 공급을 늘일 수 없으므로 시장원리를 거론하는 것이 부적합하다는 고정관념도 잘못된 것이다. 우리나라의 국토가 협소해보이나 생각보다 훨씬 넓다.

토지의 공급이 고정되어 있다고 생각되는 이유는 국토의 태반을 규제로 묶어놓고 있기 때문이다. 택지 수요의 증가로 택지가격이 상승하면 임야와 농지를 택지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택지 공급을 늘여야 한다. 국토의 75%가 산으로 이루어진 나라에서 임야를 보존하기 위해 지금처럼 엄격한 규제를 유지하는 것은 난센스다. 또 쌀의 과잉생산 문제가 이미 심각한 현실에서 농지 규제를 지금처럼 엄격하게 유지하는 것도 난센스다.

부동산 정책의 궁극적인 목적이 국민의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것이라면 부동산으로 돈을 버는 것을 금기시해서는 안된다. 부동산으로 돈을 벌든지 자동차를 만들어 돈을 벌든지 돈을 버는 사람은 시장에서 소비자에게 기여하는 사람이다.

시장이 커버하지 못하는 취약계층에 대한 대책은 시장에서 번 돈에 적정한 세금을 부과하여 복지지출에 충당하면 된다. 정부가 시장을 보완하는 수준을 넘어 시장을 대체하려한다면 재앙이 초래될 뿐이다.



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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