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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죽신과 나막신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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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06-11-01 22:33

장경천 교수 중앙대학교 상경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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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주장을 펼 때에는 객관적인 정당한 근거에 기반을 두어야 한다. 자신만의 생각에 사로잡혀 올바른 상황판단을 하지 못하고 이루어지는 주장은 편협한 자신의 고집일 뿐이다.

백호 임제는 조선 중기의 풍류남아였다. 왕명을 받들고 평양 부임길을 가던 그는 황진이 무덤 곁을 지나게 되자 호기에 겨워 기생의 무덤에 술잔을 부어주며 “청초 우거진 골에 자난다 누었난다. 홍안은 어디두고 백골만 묻혔난다. 잔 잡아 권할 이 없으니 그를 설워 하노라.”라는 시조를 지었다가 임지에 부임하기도 전에 파면을 당했다.

어느 날 잔치집에서 거나하게 취한 그가 잘못 신발을 짝짝이로 신고 나와 말에 올라타려 하자 하인이 거들고 나섰다. “나으리, 신발을 짝짝이로 신으셨읍니다요!” “옛끼 이놈! 길 오른 편에서 나를 본 자는 저 사람이 가죽신을 신은게지 할 터이고, 길 왼편에서 나를 본 자는 저 자가 나막신을 신었구먼 할 터인데, 짝짝이고 아니고가 무슨 상관이란 말이냐. 어서 가기나 하자.”

묘한 말씀이다. 그저 걸어갈 때라면 신발을 짝짝이로 신은 것이 과연 우스꽝스러운 노릇일 테지만, 그렇지 않고 이쪽 발과 저쪽 발 사이에 말이 가로 놓이고 보면 짝짝이 신발은 하등 문제될 것이 없다는 괴상한 논리이다. 사람들은 어느 한쪽의 자기 기준만을 가지고 사실을 판단하므로, 자신이 본 반쪽만으로 으레 반대편도 그러려니 할 것이기에 한 말이다. 우리의 판단은 늘 이 모양이다. 짝짝이 신발처럼 알아보기 쉬운 것도 그 사이에 다른 것이 끼어들기만 하면 판단력이 흐려지고 만다.

대개의 경우 우리는 이것이냐 혹은 저것이냐 하는 명쾌한 판단을 요구 당한다. 이것도 되고 저것도 되는 식의 판단을 하면 회색분자로 몰리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세상만사에는 칼로 무우 자르듯 명쾌하게 구분되어지지 않는 일들이 많은 것 같다.

그러다보니 더욱 더 자신의 관점에서만 사물을 보고 판단할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관점에서 사물을 바라보는 자세도 필요한 것이다. 그렇다면 말 탄 사람의 신발이 짝짝이인지 아닌지를 알아보려면 어찌 해야 할까? 말의 정면에 서서 보면 금세 알 수가 있다.

동전에 앞면과 뒷면이 있듯이 모든 일은 언제, 어떠한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그 평가가 매우 달라진다. 그러기에 나와는 다른 견해를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상대방을 일방적으로 매도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자신만이 옳다는 생각에, 혹은 이기적인 욕심에 사로잡혀 일방적인 자신의 주장을 상대에게 강요하는 경우가 있다.

정보통신의 발달이 가져온 사회의 변화중 하나는 예전 같으면 전혀 모르고 지나갔을 사건들조차도 인터넷의 각종 매체를 통하여 알려짐에 따라 때로는 커다란 사회적 반향을 일으키며 여러 사람의 입에 오르내린다는 것이다. 하나의 사건에 대한 찬반토론이 무성하게 이루어지며 사회의식의 발전을 가져오기도 한다.

그러나 격렬하게 자신들의 주장을 펴고 자신과 반대 의견을 가진 상대방을 비난하는 글들이 또한 난무하기도 한다. 인터넷의 익명성은 때론 사람들을 겁 없게 만들고 주관적인 자신의 견해를 무분별하게 남발시키기도 하는 것 같다. 내 주장만을 펴다보니 도대체 남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려 하지 않고 객관적인 태도를 상실하는 경우가 자주 보인다.

IMF 이후 우리 사회의 곳곳에서 구조조정이 유행이 되었다. 각자 나름대로의 의견을 개진하며 바람직한 조직의 모습을 그려내려 하였다.

그러한 그림은 10년, 20년 후 아니 더 먼 미래를 위한 최선의 그림이어야 한다. 현재의 상황에서 보여지는 상태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된 상황에서의 상태는 또 다르기 때문에 자신의 주장을 펼 때에는 항상 변화와 수정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때로는 바람직한 조직의 모습과 나의 주장 사이에 이기적인 욕심이 끼어들어서 정확한 판단이 흐려지기도 한다.

무엇이 진정 국가와 국민을 위하는 길인가? 나의 생각만이 올바른 길로 연결되는가? 성장과 분배의 해묵은 갈등이, 투기의 억제와 경기의 부양이 혼란을 야기시키고, 내편, 네편을 가르며 코드가 맞느니, 안 맞느니 하는 논쟁이 발생하는 것을 보며 우리들이 한쪽 면만 보며 지나치게 자신의 주장만을 고집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말의 정면에서 바라볼 때에야 비로소 짝짝이 신발을 구별해 낼 수 있다. 이미 지나가 버린 말의 뒷모습을 보며 짝짝이 신발을 구별하는 것은 판단의 시기를 놓치는 것이 되고 만다. 자신이 서서 바라보기 편한 곳에 위치해서 판단을 하면 어느 한쪽 밖에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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