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민국 부자들의 금융자산 성장율이 세계 최고여서 PB시장이 충분히 성숙할 수 있고, 외환위기 이후 기업자금조달구조가 격변해 중소기업들은 은행의존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은행경쟁력의 중요 척도로 자리매김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 PB시장 잠재력 물올랐다 보고 선점경쟁 본격화
먼저 PB를 축으로 거액자산가들을 위한 자산관리서비스 분야는 수요가 앞으로 폭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국내외 금융사들의 전망이 일치하고 있는 가운데 고객기반이 두터워지고 있어 관련 금융서비스가 급팽창할 전망이다.
10일 메릴린치와 캡제미나이(Capgemini)가 아시아 태평양 부자보고서를 통해 국내 고액순자산보유자(High Net Worth Individual)증가율이 세계최고라고 밝히면서 고령화 저출산의 급속한 진행으로 은퇴관련 수요가 급증하고 30~40대 젊은 신흥부자가 늘고 있다고 알렸다.
또한 HSBC는 오는 17일 은퇴 및 노후 플래닝 서비스 전략과 관련한 기자설명회를 할 예정이어서 관련 시장 본격 공략을 예고했다.
메릴린치 등에 따르면 10억 이상 금융자산을 지닌 HNWI층은 지난 2004년 약 7만1000명에서 21.3% 늘어난 8만6700여명(지난해 기준)으로 추정된다.
게다가 이 가운데 자산 300억이 넘는 울트라 HNWI층도 무려 375명이라고 추정됐다.
국내 금융사 PB업계에선 그동안 씨티은행 등이 국내에 들어와서 별 맥을 못추고 있다고 지적해 왔지만 속으로는 관망하다가 시장이 성숙되면 언제든지 본격 진출해 시장 장악에 나설 것으로 우려해 왔다.
그리고 이미 올해 울트라 HNWI에 강점을 지닌 메릴린치를 비롯해 외국계 PB강자들이 본격적인 국내시장 공략에 시동을 걸고 나서고 있어 앞날이 주목되고 있다.
국내 PB업계 관계자들은 HSBC가 지금이 한창 무르익은 자산관리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최적의 타이밍으로 보고 전략적 선회에 나섰다고 보고 있다. 여기다 최근 UBS마저 본격 진출할 것이란 전망이 파다한 실정이다.
금융사 수익기여도가 높은 부자고객을 둘러싼 PB들의 한판 뜨거운 경쟁은 금융시장 판도에 주요한 변수로 이미 떠올라 버린 셈이다.
◇ 중소기업 대출이 태풍의 눈
PB분야가 거액 수신확보와 자산관리서비스를 통한 수수료 수익에 중요하다면 중소기업대출은 대출자산운용의 성패에 직결되기 때문에 중요성이 높아 가고 있다.
지난 9일 삼성경제연수소는 ‘기업자금조달의 구조변화와 시사점’이란 보고서를 통해 “중소기업의 외부자금조달 수요는 지속될 수밖에 없으며 대기업과 달리 은행권을 통한 간접금융 의존도가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 연구소 최호상 수석연구원은 “중소기업 회사채발행은 신용문제 등으로 부진하고 주식발행에 의한 조달규모는 2000년 수준에는 여전히 못미친다”고 지적했다.
1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들어 9월까지 은행들의 중소기업대출은 모두 32조4700억원 늘었다.
특히 9월 증가폭은 6조원에 육박한 5조9326억원으로 올해는 물론 지난 2003년 3월 이래 가장 컸다.
한은은 또 중소기업의 대출수요지수가 1분기 24에서 2분기 31로 높아진 뒤 3분기엔 19로 줄었으나 4분기엔 25로 다시 높아진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그런데 한은은 “중소기업들이 수익성 저하에 따른 유동성 부족 등으로 운전자금과 예비자금 수요가 늘어 날 것”으로 예상했다.
대형시중은행 고위관계자는 이와 관련 “가계대출은 여전히 주택담보대출이 주축이고 담보인정비율 때문에 손실 우려가 훨씬 적은 반면에 중소기업대출은 리스크관리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큰 우환거리가 될 수 있다”며 “북핵 위기가 어떤 방향으로 갈것인지를 포함해 미국 등 주요 수출시장 경기 등 대외요인에 따라 경기가 나빠지면 은행 대출자산은 직격탄을 맞게 된다”고 걱정했다.
한은이 분석하기에 중소기업 신용위험지수는 올 들어 1분기 3에서 2,3분기 연속 9로 올라섰다가 4분기엔 13으로 다시 치솟을 전망이다.
수요가 늘고 대출자산운용처가 마땅치 않아 중소기업대출 증가는 계속 될 것이지만 신용위험 상승이 이미 가시권에 들어왔고 실제 연체율이 올라가고 있어 이번 4분기와 내년엔 은행경쟁력의 잣대로 부각되는 일만 남은 셈이다.
정희윤·태은경 기자
관리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