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금융정책은 고객들이 은행 한 곳만 들르더라도 은행·증권 상품은 물론 보험상품까지 망라, 전 생애에 걸친 자산 포트폴리오 구성을 할 수 있는 ‘원스탑뱅킹 서비스 구현’을 향했다.
게다가 방카슈랑스 채널은 가격하락 요인이 존재하는 만큼 고객에게 환원해줄 것이 많다는 이점이 있다.
이런 방카슈랑스 장점이 탐나서 제도는 도입했지만 판매가 늘어나는 만큼 보험설계사들의 생존이 어렵다는 이유로 반쪽짜리로 전락시켜 제도 도입 효용성과 소비자후생을 반감시킨 것이 오늘의 현주소다.
그렇지만 이해관계에 얽매여 갈 길을 지체할 수는 없기 때문에 명확한 가치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동시에 은행으로서도 보험설계사 못지 않은 밀착 금융서비스를 구현해야 하며 프라이빗뱅킹에서의 부자고객 뿐 아니라 매스고객에 대한 서비스 개선으로 시장 및 서비스 진화에 앞장서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 방카 비용하락분, 고객에 환원= 방카슈랑스가 설계사를 통한 보험 가입보다 비용이 적게 든다는 점엔 이견이 없다. 기존의 은행 채널을 통해 보험상품을 가져다 팔면 되기 때문에 설계사, 대리점 등 유통채널에 대한 관리비용 등 고정비용이 적게 들기 때문이다.
보험사들은 비용절감 요인을 반영해 보험료를 낮출 수 있지만 방카슈랑스 상품이라고 해서 가격차별화를 하지 않는 게 대부분이다.
금융계 관계자들은 대리점 운영 비용 등의 고정비용을 감안하면 방카슈랑스 상품은 적어도 5~10% 정도 가격이 낮아질 수 있다고 추정한다.
보험사들은 상대적으로 가격경쟁력이 낮아지는 설계사 채널의 존립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가격 조정을 시도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방카슈랑스 고객이 원가 이상의 비용부담을 지는 꼴이 된다.
다만 다행스러운 것은 최근 들어 보험사들이 설계사 채널과 이해상충 가능성이 없는 상품들에 한해 저렴한 가격으로 방카 전용상품들을 선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 설계사 보호-소비자후생 가치판단 할 때=대부분 저축성 보험들이 방카 전용상품으로 출시되고 있다. 이런 상품은 설계사 채널에서는 관심이 적지만 은행 특성과 어울리면서 방카슈랑스 전용으로서의 장점을 발휘하고 있다.
그러나 전용 상품은 여전히 한정돼 있다. 그렇다고 보험업계가 설계사 보호를 더 중시하면서 언제까지 방카슈랑스 소비자들 몰래, 손해를 끼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보험사들 스스로도 금융환경 변화에 발맞춰 설계사 규모를 감축하기도 하지만 방카슈랑스의 순조로운 정착과는 거리가 먼 실정인 것으로 은행권은 바라보고 있다.
고객 일생 포트폴리오 제공엔 서로 동반자여야
“방카 비용절감 요인으로 가격5~10% 하락 가능”
“설계사보호-소비자후생 가치판단 명확히 할 때”
따라서 이제는 과연 설계사를 보호하기 위해 소비자 후생을 뒤로 한 채 제도 도입 취지에 어긋나는 규제들을 유지할 것인지, 아니면 소비자 후생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갈 것인지의 가치판단과 결단이 필요한 때라고 은행권 담당자들은 입을 모은다.
특히 한 보험사당 점유율을 25%로 제한(25%룰)한 규정은 결국 은행-보험간 시너지 및 다양한 영업기회를 명백히 제한한다고 문제 삼고 있다.
◇ 다양한 마케팅 툴, DB 활용 = 과거 우리금융지주가 보험사 인수를 검토했으나 포기했던 이유도 25%만으로는 사업성이 적기 때문이었다. 최근에 기업은행은 25%룰의 완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보험사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계지주사들이 보험사를 갖고 있는 경우 방카판매 시너지를 극대화 할 수 있다.
A은행 한 관계자는 “금융그룹의 장점을 살리면 서비스 퀄러티를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고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으로 고객에 맞는 서비스와 상품을 보다 빨리 제공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유럽에선 방카슈랑스가 확대되면서 보험사들이 은행과 합병하거나 지주사 혹은 은행계 보험사 형태로 구조조정이 이뤄졌다고 한다.
이 경우 지주사 계열 보험사는 단순히 방카슈랑스 판매 뿐 아니라 은행 DB를 활용해 고객을 찾아 적극 공략하는 영업을 펴면서 활로를 열어 가고 있다는 것이다.
B은행 한 관계자는 “한 지주사에 있게 되면 보험사, 은행 모두 텔레마케팅 등 다양한 마케팅 툴이 가능해지고 CRM을 통한 영업기회가 많아 진다”고 강조했다.
◇ 방카채널, 설계사 못지않은 밀착관리 보완돼야 = 정부 및 금융당국의 방카에 대한 소비자 후생 및 고객지향적인 시각과 가치판단이 이뤄진다면 당초 목적인 ‘원스톱뱅킹’ 실현도 멀지 않아 보인다.
점포가 많은 국내 금융현실에선 물리적인 거리상의 원스톱뱅킹 보다는 내가 거래하는 은행에서 전문적인 상담을 받고 다양한 상품을 가입 및 관리할 수 있다는 차원에서 강점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은행 한 관계자는 “방카슈랑스가 없을 땐 절름발이 포트폴리오였다면 앞으로는 기간별, 자산운용 종류별로 전 생애에 걸친 포트폴리오 구성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를 위해서 은행은 판매자로서의 의무 뿐 아니라 사후관리 기능을 더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자산은 보험사로 넘어가겠지만 은행을 매개로한 고객이기 때문에 고객감동 영업에 소홀히 했다간 경쟁에서 도태될 께 뻔하기 때문이다.
금융연구원 한 연구위원은 “아직은 은행들이 보험설계사 만큼의 설명력과 인내심 고객관리가 되지 않고 있다”며 “더욱더 밀착된 금융서비스를 해줘야 하고 PB고객 등 소수고객이 아닌 매스고객을 대상으로 한 서비스도 강화돼야 한다”고 충고했다.
보험업계도 설계사 보호논리에 머물러 금융시장 선진화를 지체시킬 것이 아니라 은행들과 머리를 맞대고 고객과 함께 ‘트리플윈’하기 위한 쪽으로 발상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 불완전판매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클 수 있고 판매망이 넓은 은행에 너무 빨리 아웃바운드 영업이 허용되면 보험설계사들에게 충격이 갈 우려도 있다.
그러나 방카슈량스는 이미 도입됐고 없던 일로 돌릴 수는 없다. 그렇다면 은행 보험사 고객 모두에게 이로운 방향으로 정착시키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할 의무가 금융당국과 은행 보험사 모두에게 있다는 지적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원정희 기자 hggad@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