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위원회는 보험회사의 자산운용 자율성 확대 및 보험상품 통신판매 활성화를 위해 외화대출 취급은 물론 통신판매시 자필서명을 면제하기로 하는 등 보험업감독규정을 대폭 개정하기로 결정했다.
이러한 규제완화에 보험업계는 쌍수를 들고 환영하고 있지만 규제완화에 대한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특히 자필서명 면제로 인한 불완전 판매와 그에 대한 시비가 늘어나지 않을까 하는 지적이 크다.
◇ 자산운용 규제 풀렸다
오는 28일부터 보험사들도 사회간접자본(SOC)사업에 대한 외화대출이 가능해지는 등 자산운용 규제가 대폭 완화된다.
보험업계와 금감원에 따르면 보험업감독규정의 개정으로 보험사도 SOC사업에 참여하는 국내기업들에 대해 총 자산의 30% 이내에서 달러화나 엔화 등의 외화대출 취급이 가능해졌다.
또한 외화증권 및 신종외화증권에 대한 투자도 한층 완화돼 자유로운 자산운용이 가능해졌다.
그동안 보험사가 외화증권 및 신종외화증권에 투자하기 위해선 투자대상증권이 외국신용평가기관에서 투자적격등급 이상을 받은 경우에만 가능하는 등 제한이 컸지만 이제는 내국인 발행 외화증권의 경우에는 국내신용평가사의 투자적격등급 이상만으로도 투자가 허용된다.
이외에도 외화표시 신용연계채권과 거래구조 및 내용이 동일한 신용연계예금에 대한 투자제한은 물론 신용연계채권 기초자산 발행자 제한도 폐지됐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이번 감독규정 개정으로 자산운용의 효율성이 크게 증대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개정안에서는 외국 부동산의 취득기준을 명시해 그동안 문제시돼온 법규상의 혼란을 해소하기도 했다.
계약체결시 자필서명 번거로움 해소
녹취만으로 계약…불완전판매 소지 높아
◇ 통신판매 녹취만으로도 OK
통신판매 보험계약 체결시 청약서를 별도로 작성하는 불편함이 없어진다.
금감원은 금번 감독규정 개정으로 사망이나 장해를 보장하지 않거나 보험사기 가능성이 적은 보험상품에 가입할 경우 자필성명없이 전화만으로도 보험에 들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보험사의 사업비 절감은 물론 통신판매채널의 활성화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그동안 통신판매 보험상품 가입자들은 전화를 통해 계약을 체결한 후에도 보험사에 별도로 청약서를 작성해 보내야 하는 등 번거로운 절차를 거쳐야 했다.
그러나 앞으로 보험계약자·피보험자·보험수익자가 동일한 보험계약은 물론 △사망 또는 장해를 보장하지 않는 보험계약 △보험금이 비영리 법인에 기부되는 보험계약 △신용생명보험계약 및 신용손해 보험계약 등에 대해선 한통의 전화만으로도 보험계약이 가능하다.
업계 관계자는 “통신채널 보험상품들의 경우 최근 가입자가 크게 늘고 있는 추세지만 그동안 자필서명을 별도로 송부해야 한다는 점에서 고객들의 번거로움이 컸다”며 “이러한 번거로움이 사라지면서 저렴하고 폭넓은 보장, 간편한 가입절차의 장점을 고루 갖추게 됐다”고 말했다.
◇ 불완전 판매 우려 없을까
전화 한통화만으로 보험가입이 가능해 지면서 편의성이 크게 제고됐지만 불완전판매에 대한 위험도 무시할 수 없게 됐다.
우려의 의견을 제기하고 있는 이들은 기존의 자필서명시 약관동봉을 통해 보험사들이 상품에 대해 충분히 공지했다고 주장했음에도 보험가입자들의 불완전판매 민원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자필서명이 없어진 만큼 완전판매에 대한 보험사들의 노력도 배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관계자는 “전화통화상으로 상품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가능할 것으로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그많은 약관내용을 일일이 불러줄 수도 없고 직접 봐도 이해하기 쉽지 않은 내용들을 계약자가 얼마나 이해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라고 주장했다.
이어 “보험계약체결의 편의는 제고된 대신 불완전판매에 대한 위험이 증가한 만큼 보험사들은 완전판매 노력을 위해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올해부터 전화나 이메일 상으로도 펀드가입이 가능해지면서 일부 금융기관에서는 상담직원이 유선상으로 펀드의 주요 약관을 읽어주고 투자자가 동의하면 가입절차를 마치는 경우가 빈번히 일어나고 있지만 이로인한 분쟁조정 신청도 대폭 늘어나는 등 불완전판매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안영훈 기자 anpress@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