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요 저축은행들이 3분기까지 지난해의 전체 순익을 넘겼고, 올 결산에는 사상 최대 실적달성이 가능하다는 예상이다. 하지만 지역서민금융기관을 표방하는 저축은행이 본연의 기능을 외면한 채 부동산에만 매달린 결과가 아니냐는 비판은 향후 업계가 풀어야 할 과제로 남게 됐다.
◆ 화려한 실적
업계를 주도하는 대형사 가운데 3분기로, 지난해 전체 순이익 규모를 돌파한 곳이 상당수에 이르고 있다. 제일저축은행은 82억원의 순익을 올려 지난해 전체 순익 20억원을 가뿐히 제쳤다.
제일저축은행은 특히 대손상각비를 507억원이나 계상해 23억6500만원의 영업손실이 발생했음에도 불구, 계열사인 제이원저축은행에 대한 지분법적용결과 105억3300만원의 이익 덕분에 흑자가 가능했다. 푸른저축은행도 3분기까지 179억원의 순이익을 기록, 지난해 전체 순익 134억원을 넘겼다.
서울저축은행은 120억원으로 지난해 보다 17억원 가량 늘었고, 동부저축은행은 130억원을 벌어들여 지난해(66억원)의 두배를 벌써 벌었다. 진흥저축은행은 247억원을 벌어 지난해 73억원을 크게 앞섰고, 솔로몬저축은행은 377억원을 벌어 지난해 283억원을 이미 앞섰다. 부산저축은행은 지난해(542억원)와 같은 수준인 544억원을 3분기까지 벌었고, 한국투자저축은행은 163억원의 순익을 기록해 지난해 25억원을 크게 앞질렀다.
한국투자저축은행 관계자는 “부동산담보대출 등 일반 대출 상품에서 수익이 좋았다”고 밝혔다.
다만 한국저축은행만 상위 업체중 유일하게 지난해 350억원에 다소 못미치는 303억원의 순익을 거뒀다.
하지만 한국의 계열사인 진흥과 경기저축은행의 순익을 모두 포함하면 800억원대의 순익을 거둔것으로 추정된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부실채권(NPL) 투자 등에서 수익을 거뒀고, 주식시장 호황으로 유가증권 관련이익이 증가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대해 회사 관계자는 “업계 유례가 없는 1000억원의 순익을 거둘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 상위 업체의 3분기 실적을 종합하면 지난해 저축은행업계 하반기 순익 4000억원의 절반에 달하는 2000억원대의 순익을 거둬 사상최대의 순익을 계속해서 갱신해 가고 있다.
◆ 수신 40조 돌파…총알 충분
저축은행의 예금총액이 지난 4월말 40조원을 돌파하면서, 업계는 충분한 대출여력을 갖게 됐다. 지난 2004년 7월말 30조원에서 1년10개월만에 10조원이 늘어난 셈이다.
저축은행중앙회측은 “저축은행에는 시중은행보다 1%포인트 이상 금리가 높은 상품들이 많아 수신규모가 앞으로도 꾸준히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19일 기준 전국 저축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평균 연 5.23%. 은행권에 비해 1%포인트 이상 높은 수준이다. 수신고가 늘어나는 것 외에도 업계의 건전성이 개선됐다는 점도 자산운용에 있어 업계는 자신감을 갖게 됐다.
금융감독당국이 정한 건전성 기준인 BIS 자기자본비율 8%이상, 고정이하여신비율 8%미만을 기록하는 88클럽에 해당하는 저축은행이 30여개가 넘는다.
동부저축은행 관계자는 “자산이 건전화됐고, 대손충당금 적립도 늘어나 손익구조가 개선돼 이익이 계속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 서민 외면한 만큼 PF에 쏟아 부어
업계 사상최대의 실적행진이라는 화려한 성적 뒤에는 부작용도 숨어있다. 우선 업계는 저축은행의 설립목적인 ‘서민과 중소기업 지원’을 외면하고 있다. 저축은행중앙회가 중소기업대출이 2001년말 8조원대에서 올해 4월말 28조2983억원으로 확대된 이유는 담보여력이나 신용도가 다소 떨어지더라도 상환능력만 입증되면 중소기업 대출을 늘린 결과라고 발표했지만 내용을 뜯어보면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4개월전을 기준으로 할 때 기업대출중 60.1%가 부동산관련대출(14조51억원)이었다. 가계대출은 8조4653억원으로 오히려 3.4%나 줄었다. 부동산대출의 대부분은 상가개발 등에 쓰이는 것으로 서민들과는 거리가 한참 멀다.
이 점에 대해서는 업계 종사자들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사실상 서민금융기관으로의 역할은 다했다”는 것이다. 대형화와 사회양극화 심화로 서민금융기관이라는 의미의 퇴색이 심해지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업계는 ‘서민’을 어떤 계층으로 봐야 할 것인가의 문제로 보고 있다. 유럽에서 서민은 급여생활자로, 이들이 저축은행의 고객이라는 것이다.
금감원 김용범닫기

업계 일각에서는 저축은행의 영업구조에서 원인을 찾고 있다. 서민을 위한 상품에 대한 규제, 은행권에서 소외된 뒤 찾는 금융기관, 단순하고 제한적인 형태로 인해 몰려 다니기식 영업행태 등을 꼽는다.
업계 관계자는 “예금고객층과 대출고객층이 완전히 다른 비즈니스구조를 갖고 지역서민금융기관으로서의 역할을 기대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주요 상호저축은행 3분기 순익 실적>
(단위 : 억원)
한기진 기자 hkj77@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