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내부 검토작업이 모두 끝났으나 국내 감독당국과 협의가 계속해서 늦춰지고 있으며 수익모델에 대해서도 일부 회의적인 지적들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26일 금융계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2년 가까이 홍콩 IB현지법인 설립을 준비해 왔고 올 초 이사회 통과로 내부 추진 절차를 모두 마무리한 상황이다.
그러나 감독당국 내부에서는 은행의 해외 IB 진출에 대해 아직 명확한 입장정리가 안돼 있다. 게다가 일각에서는 부정적인 시각마저 나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져 향후 일정이 불투명한 상황에 빠졌다.
은행법 상 은행이 현지법인이든 지점이든 해외에 진출할 경우 금융감독위원회와 협의하도록 돼 있다.
아울러 진출하려는 국가의 감독당국에서는 모국의 감독당국으로부터 승인 혹은 동의 여부 등을 확인하는 절차가 있기 때문에 금감위와의 협의를 통한 동의과정은 필수다.
이에 따라 우리은행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금감원과 협의를 하고 있으나 구체적으로 진행되지는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계 한 관계자는 “감독당국에서는 이미 홍콩에 우리은행 지점과 우리투자증권 현지법인이 있어 은행 IB현지법인까지 생길 경우 겹치는 부분이 있지 않겠냐는 생각과 수익모델이 과연 나올 수 있느냐에 대해서 회의적인 것 같다”고 전했다.
현재 홍콩에는 우리투자증권 현지법인과 우리은행의 지점이 영업하고 있다.
증권사 현지법인은 현재 직원 6명으로, 외국계 펀드 등의 기관을 대상으로 주식중개, 채권중개를 비롯해 세일즈를 주로 하고 있다.
우리은행 홍콩지점은 18명의 직원으로 꾸려져 있으며 현지 진출한 기업 및 개인고객을 대상으로 여신, 수신, 외환 등의 각종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총자산은 1억9600만불로 우리나라 돈으로 1987억원 수준이다.a
이어 은행이 추진하는 IB현지법인이 홍콩에 들어서면 중동 및 중부유럽, 동부유럽, 아시아 및 브릭스국가 들을 대상으로 현지에서 일어나는 프로젝트 파이낸싱이나 인프라 투자 등을 주로 하게 된다.
이에 따라 은행 한 관계자는 “이 세 영역이 겹치는 부분은 없다”며 “오히려 홍콩지점이나 증권 현지법인이 하지 못하는 기능을 하게 돼 오히려 더욱 활성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른 대형 시중은행 한 임원은 “현지법인을 세우는 방향은 맞지만 기존 은행 점포와 증권 점포 두 군데서 관련 업무를 떼어 주고 초기 영업을 뒷받침해야 하는 얄궂은 상황인 것 같다”고도 풀이했다.
금감원 한 관계자는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협의할 단계는 아니다”며 “은행측에서 아직 공식적인 신청 절차를 밟지 않고 있다”고 일축했다.
게다가 “감독당국 내부에서도 은행의 IB해외진출에 대해 방향을 정하는 게 선행돼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조금 걸릴 것”이라고 말해 향후 일정이 순탄치 만은 않을 것을 짐작케 했다.
은행 IB현지법인이라는 첫 사례인 만큼 감독당국 내부에서의 입장정리나 관련된 적합성 심사 등에 대한 기준마련에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IB업무는 리스크가 커서 모 은행의 건전성 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은행에서 IB업무를 본격적으로 한다는 것, 그것도 해외 현지법인을 만들어 한다는 것에 대해 감독당국 입장에서는 민감할 수 있다”고도 분석했다.
당초 우리은행은 황영기닫기

원정희 기자 hggad@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