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씨티은행은 노사갈등으로 통합작업은 물론이고 신규영업이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어 파행운영 되다시피 해왔다. 게다가 지난주 말에는 은행측의 무노동무임금 적용 원칙에 따라 무기한 총파업의 상황까지 우려됐었다.
그러나 22일 본부조직 통폐합을 비롯해 언어사용지침 마련, 성과급 지급 기준 합의서 등을 내용으로 하는 2005년 임단협 노사 잠정합의안이 발표됨에 따라 정상화에 대한 발판이 마련될 전망이다.
◇잠정합의안에 담긴 내용은?=씨티은행은 그동안 첨예하게 대립됐던 △개인성과급(IPA)운용방안 △외부인력 채용때 충분한 협의 △대기발령제 폐지 △제도·인사상 차별개선 △언어사용지침마련 등에 대해 합의점을 찾음으로써 정상화 발판이 마련됐다.
특히 지난 연말 논란이 됐던 개인성과급 문제에 대해선 IPA의 적용범위를 부점장급 이상의 비조합원으로 한정하고 지급대상의 평가기준을 투명화 및 객관화 하기로 했다. 아울러 단체성과급과 개인성과급 제도의 차이를 축소하기로 합의함으로써 일단락됐다.
또 업무와 관련된 제반 문서는 반드시 국문으로 작성하고 필요한 경우 영문을 같이 사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언어사용지침’을 마련하는데도 잠정 합의했다.
고용불안의 원인이 됐던 대기발령제는 폐지하기로 했고 외부 인력을 채용할 때 노조와 충분히 협의하기로 했다.
아울러 비정규직의 경조금을 본인결혼의 경우 기존 3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인상하는 등 업계 최고수준으로 끌어올리는데도 성공했다.
이밖에 잠정합의안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오는 4월초 인사발령과 조직개편을 통해 그동안 노조가 주장했던 ‘불균형 인사’가 해소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지나치게 세분화된 조직은 통폐합을 통해 옛 한미은행 때 수준으로 슬림화를 이룰 것으로 전망했다. 아울러 호칭정책이나 직급통합, 본부부서 부장급 배치, 통합은행 인사제도와 관련해서는 변화관리전담조직 인사제도 테스크포스팀에서 추가로 논의하기로 했다.
◇비로소 토착화 전기 마련= 오는 24일 조합원 찬반투표를 통해 이 합의안이 통과되면 다음주부터는 태업명령이 해제돼 정상적인 영업활동을 할 수 있게 된다.
현재로서는 합의안이 무난히 통과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 다음주 부터는 그동안 태업으로 하지 못했던 가계대출을 비롯해, 수익증권·방카슈랑스 상품, 신용카드, 개인사업자 대출이 이뤄지면서 영업 정상화가 가능할 것으로 은행 안팎에서는 예상했다.
일단 노사갈등이 원인이 돼 합병 전에는 총파업으로, 합병 후에는 태업 등으로 거의 정상적인 영업이 불가능했다는 점에 비춰볼 때 노사갈등 요인이 대부분 해소됨으로써 일단은 정상영업에 많은 기대를 모으고 있다.
특히 그동안 씨티식의 제도와 다른 언어 등으로 토착화에 어려움을 겪었으나 국어 사용을 원칙으로 하는 언어사용지침을 마련하고 씨티 고유의 성과급제인 IPA제 적용을 개선했다는 점 등에서 토착화에 한 걸음 다가갈 수 있게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원정희 기자 hggad@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