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 26일 ‘M&A펀드, 과연 독인가’라는 보고서를 통해 외국인 투자가의 경영권 위협에 대한 이같은 의견을 내놨다.
◆ 외국인, 직접투자<간접투자 = 전체 외국인투자 가운데 설비투자 등의 직접투자보다는 은행, 증권 등 금융자산 매입을 통한 간접투자 비중이 늘고 있다. 중국 등 아시아 전체시장과 비교해도 국내에 대한 외국인의 간접투자비중은 월등한 수준. <표1 참조>
백흥기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외국인의 직접투자는 장기적 경제성장을 촉진하고 무역규모를 늘려 국제수지 효과를 내지만 간접투자는 주로 투기성 단기자금에 의한 해외로의 자금유출과 적대적 M&A를 통한 경영권 위협문제 등 부정적인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물론 국내증시에 투자하는 외국인의 경우 대부분 국내 투자자에 비해 장기투자를 해오고 있다. 투자주체별 매매회전율의 경우 2003년 국내 기관투자가가 1.73%인 반면 외국인은 0.72%에 그쳐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치기 때문이다. 이는 국내 개인(5.60%)과 비교하면 외국인의 매매회전율은 턱없이 낮은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 경영권 분쟁에 대한 방어장치가 미약해 최근 칼 아이칸과 같은 일부 외국인에 의해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 미국의 M&A펀드 파장 = 80년대 미국도 적대적 M&A에 의한 폐해가 심각한 수준에 달했었다. 때문에 과도한 부채를 진 주요 대기업들이 잇달은 부도 사태를 맞기도 했다.
더욱이 과거 적대적 M&A 대상기업들의 현재 상태는 여전히 불안정하거나 부채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포춘지에 따르면 85년부터 90년까지 리스트에 올랐던 41개사의 현재 상태는 19개사만이 기존 부채를 청산했고 나머지 22개사는 여전히 불안정하거나 부채가 더욱 늘어났다. 결국 4개사는 부도를 냈고, 2개사는 구조조정, 1개사는 매각 후 현금화됐다.
특히 적대적 M&A펀드들의 특징은 다른 모든 주주들의 부(富)를 감소시킨다는 것이다.
즉 의결권을 이용해 과도한 보상을 요구하거나 그린메일을 통해 높은 가격에 재구매를 요구, 단기 시세차익을 실현하는 식이다.
물론 이같은 펀드들의 경우 시장규칙은 철저하게 지킨다는 평가도 있지만 이는 ‘심증은 있으나 물증은 없는 행위’로 시장규칙을 교묘히 피해가기 때문인 것으로 연구원은 분석했다.
이 외에도 미국에서의 적대적 M&A에 대한 연구를 종합하면 부정적인 측면이 대부분.
일례로 ▲경영권 방어비용 증대 및 기업들의 과도한 부채 발생 ▲기업경쟁력 약화로 지역사회에 부정적 파급효과 ▲경영권 프리미엄의 과도한 지불로 부의 분배 효율성 저해 ▲기업인수과정에서 경영진의 대리인문제(모럴 해저드) 발생 ▲기업가치의 창조보단 파괴를 유발하며 심각한 사회비용 초래 등이 그렇다.
이에 미국 주정부들은 반인수법이라는 적대적 M&A를 제한하는 법안들을 일시에 마련했고 기업들도 경영권 방어수단을 적극 개발했다. <표2 참조>
이에 83년 최초로 독약처방(포이즌 필)이 도입되기도 했다. 이를 계기로 미국에선 90년대 이후 적대적 M&A가 사실상 사라졌다.
◆ 국내, 80년대 미국 위기 흡사 = 최근 국내기업의 경영권 위협 논란을 감안할 때 최근 국내시장은 80년대 미국이 경험한 적대적 M&A의 확산 우려가 크다고 연구원은 내다봤다.
백 연구원은 “우리나라는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금융시장과 기업경영의 투명하지 못해 일부 투기자본에 의한 경영권 위협이 지속될 것”이라며 “특히 국제경쟁력을 갖춘 우량기업은 경영권 방어비용 증가 등으로 인해 약(藥)보다는 독(毒)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반면 상대적으로 우량하지 못한 기업은 단기로는 부정적이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기업체질 개선의 기회 등 득이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예컨대 SK가 소버린 사태이후 사외이사 확대(이사회의 70% 이상) 등 경영 투명성 제고 노력으로 국제신인도를 높은 경우가 그렇다.
◆ “기업-정부, 적극 대응 필요”= 우선 기업들은 경영투명성 및 우호지분 확보, 기업가치 제고 등의 소극적 대응에서부터 정관변경 및 관련제도 변화에 대한 선제적이고 적극적인 대응을 해야한다고 강조됐다. 적극적 대응에는 초다수 의결제, 황금낙하산, 이사 시차임기제 등이 포함된다.
정부 차원의 대응도 강조됐다. 미국의 엑손-플로리오(Exon-Florio)법, 영국의 공정무역법(Fair Trading Act) 등과 같이 외국 투기자본에 대한 사전심사제 강화가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이 외에 경영권 방어제 보완 및 역차별적 기업규제 완화 등 효율성 증대를 위한 정책적 보완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표1> 전체 외국인 투자금액 중 간접투자 비중
(단위 : %)
(자료 : 산업자원부, 국제금융센터)
<표2> 미국상장기업의 M&A 방어수단 도입 비중
(단위 : %)
홍승훈 기자 hoony@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