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사 측에서는 자회사에 대한 감사를 벌인 뒤 은행에 근무하는 모 직원에 대해 ‘정직’ 조치를 요구했으나 은행이 인사협의회에서 이에 대한 결정을 보류했기 때문이다.
지주사는 지난 2002년부터 2004년까지 우리은행의 공과금자동수납기 600여대를 구입하는 과정에서 은행 A직원과 해당 업체 사이에 비윤리적인 행위가 있다고 판단, 최근 A직원을 6개월간 정직처리 하라고 지난해 말 무렵 은행에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은행은 지난 1월27일 인사협의회를 열고 A직원의 소명 절차를 거치면서 인사조치 결정을 보류했다.
은행 한 고위관계자는 “지주사에서 검사를 하기는 했지만 본인 주장과도 다르고 본인의 소명 또한 어느 정도 일리가 있어 은행에서 재조사를 하는 게 낫겠다는 입장이었다”고 말했다.
실제 당시 인사협의회에서는 해당 직원의 징계가 무리하다는 분위기가 압도적이었고 이에 따라 재조사를 하는 쪽으로 기울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지주사로서는 이미 모든 검사를 끝내고 인사조치 요청을 구체적으로 했는데도 수용되기는커녕 재검사로 결론이 맺어짐에 따라 심기가 불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셈이다.
지주사 한 고위관계자는 “은행에서의 진행상황은 아직 모르는 일”이라는 입장만 표명한 채 논평 또는 언급을 피했다.
지주사 관련 법에 따르면 지주사는 자회사에 대한 검사규정에 따라 자회사의 업무와 재산상태에 대한 검사를 할 수 있으며 검사결과 위법 혹은 부당한 행위를 발견하면 임원에 대해선 문책경고ㆍ주의적 경고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다.
하지만 자회사 직원에 대해선 면직 정직 감봉 견책 등을 조치하도록 요구할 권한이 있다. 특히 집행임원을 제외한 직원에 대해선 자회사에 제재수준의 결정을 위임할 수 있도록 했다.
이와 관련 지주사 한 관계자는 “정당한 절차에 따라 지주사에서 지시를 했으며 자회사에선 이를 수용하는게 맞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은행 한 관계자는 “정직은 중징계에 해당하는 만큼 직원의 인생을 좌우하는 것인데 조금 더 신중해야 할 문제”라며 “일단은 재조사를 하기로 했기 때문에 결과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보통 지주사 감사팀의 경우 4~5명으로 꾸려지기 때문에 검사 과정에서의 오류 가능성도 지적했다.
그룹사 한 관계자는 “황영기 회장이 부임한 후 윤리강령과 제재가 매우 강해져 과거 그냥 지나쳤던 문제도 무거운 징계를 내리는 사례가 많다보니 이런 상황이 벌어진 것 같다”고도 해석했다.
또 다른 지주사 소속 은행의 한 감사는 “대부분 지주사 의견을 수용하지만 조직간 힘겨루기 등의 과정에서 간혹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고도 말했다.
원정희 기자 hggad@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