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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묵 박사 삼성금융연구소 정책연구실장

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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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05-11-16 22:01

금융에 대해 무엇을 고민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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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글라데시 대학의 경제학과 교수였던 Muhammad Yunus는 공동체은행 또는 대안은행으로 불리는 빈민을 위한 은행의 효시인 Grameen Bank의 창립자이다. 그가 대안은행을 설립하게 된 배경은 방글라데시에서 발생한 기아가 빈곤층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기 위해 이웃 마을들을 방문하는 동안 금융이 얼마나 중요한 기능을 수행하는지를 깨달으면서라고 한다.

그는 마을을 순방하는 도중에 대나무로 의자를 만들어 생계를 유지하는 한 여성을 만나게 되었다고 한다. 대나무 의자를 만들기 위해서는 22센트를 들여 원재료인 대나무를 구입해야 하는데 그 여성에게는 22센트가 없었다. 그래서 그 여성은 중간상인으로부터 원재료 구입비용을 빌리고 있었다.

그런데, 중간상인은 돈을 빌려주는 대가로 이자를 받는 것이 아니라 그 여성이 만든 의자를 자신에게 넘길 것을 요구하였다. 중간상인은 그 여성이 하루 종일 만든 대나무 의자를 받아가면서 일당으로 2센트를 그 여성에게 지급하였다.

그 여성 스스로가 원재료를 구입하여 대나무 의자를 만들어 직접 수요자에게 판매한다면 빈곤을 탈출할 수 있을 것이나 일당 2센트로 아이들과 생계를 꾸려가는 그 여성이 원재료 구입비용을 스스로 축적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다. Muhammad Yunus는 그 여성에게 22센트의 금융을 제공하는 것이야말로 그 여성을 빈곤으로부터 해방시킬 수 있는 길이라고 판단하게 되었고 Grameen Bank라는 대안은행의 설립을 추진하였다고 한다.

금융과 관련된 현실적인 이슈들은 방글라데시에서 대나무 의자를 만드는 여성의 경우에 비해 훨씬 복잡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 사례는 금융의 수행하는 역할에 대해 잘 보여준다. 금융이 원활하지 못하면 금융을 수단으로 한 경제적 착취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이다. 또, 시장성 있는 기술과 노동력은 있으나 자본이 없는 사람에게 경제 내에 존재하는 잉여자금이 중개되도록 함으로써 자금을 빌리는 주체나 자금을 빌려주는 주체 모두의 소득과 생활수준을 높여주는 것이 금융의 기능이라는 점도 잘 보여준다.

과거 자금에 대한 초과수요가 존재하던 상황에서 우리나라 금융이 안고 있는 문제는 금융자금의 부족이나, 금융자금을 수단으로 한 착취의 가능성이 문제였다고 할 수 있다. 그러한 상황에서는 금융의 독과점 현상에 대한 우려가 타당성이 있었다. 기업집단 소속 금융회사를 견제하는 것이 나름대로 명분이 있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 우리나라의 금융이 당면하고 있는 과제는 과거와는 판이하다. 자금이 초과공급 상태이다. 경제 내에 잉여자금이 과잉상태를 보이고 있으나 생산적인 활용처를 찾지 못해 몰려다니면서 곳곳에서 자산가격 버블을 형성하고 있다. 최근의 이러한 현상은 금융회사들이 대출심사능력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상황에서 금융환경이 급변하였기 때문이다.

그동안의 경제발전으로 상위 중진국의 위치에 이른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금융이 직면하는 상황은 방글라데시에서 대나무 의자를 만드는 일을 상대로 한 금융에 비해 훨씬 복잡해졌다.



“ 금융중개 약화, 정보 비대칭성 탓 크다”



대나무 의자를 만드는 경우에는 그 기능의 시장성에 대한 판단이 용이하나, 만드는 제품이 반도체 부품인 경우에는 기술의 시장성을 판단하는 문제가 간단치 않다.

대나무 의자를 만드는 여성은 자기 혼자서도 제품을 만들 수 있을 정도로 제조공정과 유통경로, 필요한 조직이 단순하나, 반도체 부품을 만드는 중소기업주의 경우에는 상황이 판이하게 다르다. 복잡한 조직관리와 재무관리, 마케팅 이슈가 개입되고 사업의 성공에 필요한 경영자의 자질과 능력이 질적으로 차이가 있다.

그러나, 국내 금융회사들은 자금을 수요로 하는 주체가 시장성 있는 기술을 가지고 있는지, 또 필요한 제조공정과 유통경로를 제대로 장악하고 조직을 관리할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 등에 대한 판단능력을 키우지 못한 상태이다.

또, 항상 있을 수 있는 잘못된 판단에 대비하는 리스크관리 능력이 미흡하여 위험을 지나치게 과대 인식하고 위험을 인수하는 데에 지나치게 보수적이다. 그 결과 국내 금융회사들의 기업에 대한 대출은 날로 위축되고 있다.

최근 발생하고 있는 금융중개기능의 약화는 자금의 부족과 금융자금의 독과점화에 기인한 것이 아니라, 이와 같이 금융 수요자와 공급자간에 존재하는 정보의 비대칭성(Information Asymmetry)에 기인하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가 고민해야할 사항은 금융자금의 독과점과 금융을 수단으로 한 독과점 가능성이 아니다. 어떻게 하면 정보의 비대칭성을 완화시킬 수 있는 경로를 찾을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우리나라의 국민정서와 정책은 이러한 금융환경의 변화에 역행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자금에 대한 초과수요가 존재하던 외환위기 이전이라면 의미가 있었을지 모르나 정보의 비대칭성 문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관점에서 보면 재고되어야 할 금산분리 논의가 오늘날에 이르러 오히려 뜨거운 이슈가 되고 있는 것이 단적인 예이다. 현지 사정이 어두워 정보의 비대칭성 문제가 훨씬 심각한 외국계 자본에게 은행을 넘겨주고 금융선진화와 금융중개기능의 활성화를 기대하는 것도 상황과 맞지 않는 일이다.

뒤쳐진 상황인식에 기초한 불합리한 정서에 휘둘리는 것은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문제를 악화시킬 뿐이다. 차가운 머리로 오늘 우리나라의 금융이 당면하고 있는 문제를 분석하고 합리적인 해결점을 찾아 고민하는 지혜가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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