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책임자들은 “내년 카드시장규모는 올해와 비교해 약간 성장하는 데 그칠 것이다”, “한정된 시장을 놓고 빼앗으려는 곳과 지키려는 곳의 싸움이 치열해질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카드대란의 충격에서 벗어나며 흑자를 기록하기 시작한 카드사들은 올해를 기점으로 시장점유율 확대를 본격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며,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전업계 카드사와는 달리 은행계 카드사는 은행의 방침에 따라 마케팅비용을 책정하기 때문에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는 게 사실. 하지만 은행계 카드사들은 “은행의 전 영업망을 총 동원하면 목표달성이 가능하다”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점차 까다로워진 소비자의 입맛도 시장공략을 어렵게 하는 이유로 손꼽았다. 부가서비스에 민감해진 고객들은 실생활 위주의 할인점, 주유소 등에서 주로 카드를 이용하고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학원비와 보험료 등의 지출을 늘리고 있다.
주 5일제로 레저, 문화관련업종에서 사용이 늘어나고 국내소비가 완만한 증가를 보이는 데 반해 해외소비가 급증하는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또 LG카드를 인수하는 회사가 업계 1위가 되는 것을 기정사실화하고 있고, 현대카드가 GE와 전략적 제휴로 업계 3위로 진입가능하다는 분석까지 하며 업계는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여기에 후발카드사인 신한카드와 롯데카드 등이 메이저진입을 호시탐탐 노리면서 선발계 카드사인 LG카드와 삼성카드 등의 사업위축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이에 따라 우수회원 유지를 위해 브랜드 경쟁력을 강화하고 서비스를 늘리는 등의 마케팅을 예고하고 있다. 단 그간의 경험을 잊지 않으려는 듯 자산건전성 향상과 위험관리도 빼놓지 않고 있다.
농협카드는 ‘재도약 기반확립의 해’라며 브랜드 경쟁력 강화를 첫 번째 과제로 뽑았고, 하나은행도 브랜드로 은행의 명성을 따라가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른 차별화된 상품을 개발하고, BC카드와의 공통상품과는 별도로 개별카드도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KB은행 신용카드사업본부 김혜영 본부장은 “내년에는 업계가 그동안 경험하지 못한 고강도 마케팅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은행 카드사업부 박정규 부행장도 “고객을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더 많은 마케팅비용을 지불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은행의 수익에서 신용카드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고 있어, 카드 최고책임자들의 행보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그러나 카드사들은 마케팅범위를 나름대로 정한 모습이다.
KB카드는 ‘경쟁의 대가로 지불되는 비용이 기업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인지, 지속적 성장에 도움이 되는지 여부에 따라 지불할 것’, 우리은행은 ‘정상입금률, 연체율, 손실률 등 3가지 가이드라인 준수’, 기업은행은 ‘은행의 특성을 살리는 내용의 마케팅’, 하나은행 ‘우량고객유지와 CRM활용’ 등이다.
다만 조흥은행은 내년 신한카드와의 합병을 앞두고 있어 ‘듀얼브랜드 유지와 함께 수수료와 개별상품의 수익률을 낮춰 고객의 혜택증대’를 내세웠다.
이처럼 업계가 적극적인 영업방침을 밝히면서 감독당국의 감독방향도 바뀌고 있다.
카드사의 위험관리 및 소비자 보호정책을 강화하는 쪽으로 변화하고 있고, 업계도 “과거와는 반대로 과당경쟁을 감독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미 금융감독원 여전감독실은 카드영업을 간섭하기 시작하며 업계의 마케팅활동을 예의주시하기 시작했다.
한기진 기자 hkj77@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