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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어느 외국계 은행의 도덕성과 사회적 책임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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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05-07-24 20:47

이재웅 성균관대학교 경제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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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업계의 당면과제는 신뢰회복입니다. 고객의 신뢰를 저버린 일부 기업이 높은 윤리의식과 건전한 가치관을 갖춘 기업의 이미지마저 깎아내렸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국내에 들어와 있는 세계적인 다국적 기업 지멘스코리아의 호르스트 카이저 사장이 얼마 전에 한 이야기이다.

기업이 아무리 훌륭하다고 해도 대중에게는 미흡해보일 수밖에 없다. 이것이 기업이 사회적 책무를 다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이유라고 그는 설명한다. 기업의 사회적 책무는 윤리적으로 기업활동을 하며 경제성장에 기여하는 것이다.

동시에 직원들은 물론 지역사회, 더 나아가서 사회전체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다. 특히 글로벌 기업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사회적 책무를 다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기업이 우수한 지배구조를 갖추고 사회적 책무를 다할 때 장기적으로 경영에도 도움이 된다. 기업들은 흔히 수익성과 윤리경영, 사회적 책무 등은 상충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들이 서로 보완적일 때 기업은 장기적,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 기업에 대한 신뢰 형성에도 이러한 노력이 절대적이다. 세계적 다국적 기업들의 이 같은 주장은 세계 경영을 하면서 터득한 지혜인 만큼 투명경영, 윤리경영 및 기업의 사회적 책무는 마치 그들의 전유물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말로만 강조하는 윤리경영·사회적 책무

행동은 ‘비윤리’·지역사회공헌은 ‘뒷전’



그들의 주장에 따르면 기업은 더 이상 재화와 서비스의 생산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것만으로는 생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제 기업은 이윤추구 뿐 아니라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주체가 되어야 한다. 이런 기업만이 “영혼”을 가질 수 있고 지속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들의 설교를 듣고 있자면 우리 기업은 너무나 천박하다는 생각이 든다.

얼마 전 한국씨티은행의 하영구 행장도 어느 잡지와 인터뷰를 하고 카버스토리를 장식했다. 그는 수익창출만이 은행의 역할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세계를 경영하는 씨티그룹은 이윤추구 뿐 아니라 지역사회의 제반 사회적, 인간적인 문제에 관심을 갖고 이를 해결하는 주체로서 적극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한국씨티은행도 지역사회에 크게 기여한다는 이야기이다. 사실 씨티그룹의 세계적인 평판을 감안하면 이런 주장은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놀랍게도 한국에 진출한 씨티은행은 지난 몇 년 동안 고객을 지속적으로 기만하고 대출금리를 부당하게 높여서 상당한 부당이득을 취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부도덕한 경영을 전혀 용납하지 않을 듯한 씨티은행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다는 것은 커다란 아이러니이다. 실제로 씨티그룹은 최근에 유럽, 일본 등에서도 무리한 영업을 하다가 해당국 감독당국의 제재를 받은 사례도 적지 않다.

이번 대출금리 사기사건 외에도 한국씨티은행은 최근에 고금리 특판상품을 계속 내놓으면서 시장에서 과당경쟁을 불러일으켰으며 중소기업 대출 등을 대폭 줄이고 주택담보대출을 공격적으로 늘림으로써 국내 금융시장에서 빈축을 샀다.

미국에서는 은행들이 대출을 할 때 연방준비은행법으로 이자, 수수료 등 금융비용이 얼마인지를 분명히 밝히도록 되어 있다(Truth in lending). 따라서 씨티은행도 본국에서는 대출금리 사기사건 같은 것은 감히 생각도 못할 일이다.

또한 미국에서는 연방준비은행법 중에 “지역사회재투자법(CRA)이 있어서 은행이 그들이 영업하는 지역사회에서 서민대출, 중소기업대출 등 얼마나 기여하는지를 평가하도록 되어 있다.

이런 제도 때문에 미국에서는 은행들이 지역사회에 상당한 공헌을 하고 있다. 그러나 그들이 해외로 진출하면 돈만 벌려고 하지 현지 지역사회에 기여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 말로는 사회적 책무를 강조하지만 그런 것에는 별로 뜻이 없다.

그래도 되는 줄 아는 것 같다. 씨티은행이 지역사회에 대한 공헌은 소홀히 하는 반면 불법적인 경영활동은 서슴치 않는 등, 도덕성에 문제점을 드러내는 것도 이런 때문이다.

말이 난 김에 어느 교수의 경험을 소개한다. 그가 경제학회의 살림을 맡고 있을 때 외부 후원을 얻기 위해서 여러 기업, 금융기관들에게 지원을 요청했다.

국내 기업 및 금융기관들은 학회활동의 취지를 이해하고 대체로 후원에 응해주었다.

그러나 한국씨티은행, 외환은행, 제일은행 등 외국계 자본이 지배하는 은행들은 해마다 한결같이 묵묵부답이다. 평소에 경제 개방화, 글로벌화를 지지하고 외국자본에 대해서 누구보다 우호적인 경제학자들로서는 외국계 은행의 이 같은 반응은 오히려 의외였다. 이들도 외환위기 이전에는 한국계 은행이었고 당시에는 다른 한국계 은행들처럼 학회활동에도 후원을 아끼지 않던 은행들이었다.

그러나 그들이 외국계 은행이 되면서 사실상 지역사회에 기여하지 않고 무임승차를 원칙으로 정한 것 아닌가 싶다. 한국씨티은행에 지원을 요청했더니 뉴욕 본사에 문의해보아야 한다는 응답이다. 언필층 다국적 기업의 현지화를 강조하는 글로벌 은행이 사회적 책무를 회피하는 핑계치고는 꽤 궁색한 변명을 내놓고 있다.



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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