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위원은 금융감독당국의 삼성 봐주기가 법치 금융을 저해하고 우리 금융의 선진화를 막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 위원의 글이 여론의 주목을 받는 것은 그가 나름대로 금융 전문가라는 평을 받고 있고 전임 금감위 부위원장이라는 경력의 소유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위원 정도의 위치에 있는 학자가 이런 주장을 한다는 것은 그 자체가 우리 금융의 후진성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이다.
이 위원은 삼성카드가 보유하고 있는 에버랜드 주식이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금산법)을 위반한 것이므로 감독당국이 처분명령을 내려야 하나 감독당국이 묵인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감독당국이 처분명령을 내리지 않고 있는 것은 현행 금산법의 해당 조항이 위헌 소지가 있고 처분명령의 근거가 취약하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금산법의 관련 규정은 공정거래법상의 기업결합 관련 규정의 연장선상에 있다. 공정거래법은 경쟁을 제한할 가능성이 있는 기업결합을 규제하고 있다. 기업결합을 통해 시장지배력이 과도해져 시장에서 가격을 조작할 수 있는 힘을 가지게 되면 소비자에게 피해를 입힐 수 있으므로 그러한 기업결합은 제한하겠다는 것이다.
문제가 되고 있는 금산법 조항은 그러한 기업결합에 금융회사가 개입되는 경우에는 공정거래위원회 대신 금융감독당국이 심사를 하도록 하는 규정이다.
그런데, 현행 금산법은 금융회사가 개입된 기업결합에 대한 승인 기준을 재경부 장관이 정하는 시행령에 백지 위임하고 있고, 시행령은 금융회사를 통한 비금융회사의 기업결합에 대해서는 경쟁제한적 효과의 유무를 불구하고 원천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이는 법률이 시행령에 권한을 위임할 때에는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 위임하여야 하고 시행령은 법률에 의해 위임받은 범위 내에서 법률의 시행과 관련된 구체적 사항만을 정해야 한다는 법치의 기본 원칙에 어긋나는 것이다.
또한, 현행 금산법령에 의하면 금융회사가 자산운용차원에서 일상적으로 행하는 주식투자는 지배목적의 투자와 어떻게 구분하여 규제할 것인지가 명확하지 않다.
만일 금융회사가 자산운용 차원에서 행하는 주식투자의 경우에도 다른 금융계열사들의 해당 주식 보유상황을 일일이 확인하여 사전에 승인을 받아야 한다면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이렇게 현행 금산법령은 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이 위원은 또, 삼성에버랜드가 보유하고 있는 삼성생명 주식의 가치를 평가함에 있어 지분법이 아니라 취득원가 기준으로 평가함으로써 지주회사 관련 규제를 변칙적으로 벗어나려 한다고 주장한다. 에버랜드의 회계 문제는 회계의 기본 원칙에 비추어 적정성 여부를 판단해야 할 사항이다.
회계의 일반 원칙은 자산평가 기준과 관련해 어떤 기준을 적용할 것인지가 모호한 경우에는 보수주의를 택하도록 하고 있다. 자산가치를 실제 이상으로 부풀림으로써 주주, 채권자 등 관련된 이해관계자가 불의의 손실을 입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이 위원은 금융전문가인지는 모르지만 회계 전문가는 아니다. 회계와 관련한 문제는 회계 전문가들이 판단하도록 할 일이다.
삼성생명의 유가증권 평가이익 회계처리 문제와 관련된 이 위원의 주장은 사실관계마저 왜곡하는 터무니없는 것이다.
이 위원은 삼성생명이 계약자 몫으로 계상되어야 할 투자유가증권의 평가이익을 불법적으로 주주 몫으로 계상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 위원은 금감위 부위원장으로 재직하던 시절부터 유사한 주장을 해왔다.
그러나 삼성생명은 감독규정에 따라 유가증권 평가이익의 회계처리를 해왔고 지금도 관련 규정에 따라 처리하고 있다. 이 위원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그것은 중대한 범죄행위이며 삼성생명은 벌써 계약자들이 제기한 소송사태에 휘말려 있어야 한다.
또한, 이 위원 본인이 금감위 부위원장으로 재직하고 있을 때 삼성생명의 임원을 불법행위를 이유로 중징계했어야 한다.
사실, 이 위원이 제기한 사안들은 금융선진국에서는 유례가 없는 과잉규제에서 야기된 것이다. 금융회사에 대한 규제의 강도는 해당 금융업종이 시스템 리스크를 야기하는 정도에 따라 차등을 두는 것이 금융규제의 기초적 원리이다. 이런 원리에 따라 금융선진국에서는 은행에 대한 규제가 가장 강하고 증권, 보험의 경우는 규제의 강도가 약하며 카드업의 경우에는 규제가 전무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금산법이나 금융지주회사의 관련 규제는 이러한 금융규제의 기본 원리를 무시하고 금융회사라는 이름만 붙으면 일률적으로 규제하는 전형적인 과잉규제이다.
또한, 지주회사에 대한 규제는 일본에서 2차대전 후 점령군이던 미군정이 강요한 독점금지법에 전례가 있었을 뿐, 현재는 지구위에 존재하는 어느 나라에서도 유사한 규제가 없는 전형적인 후진적 규제이다.
이 위원이 금융전문가라면 이러한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야 한다. 또한, 삼성을 비판하기에 앞서 이러한 후진적 규제를 어떻게 정비하여 우리 금융을 선진화할 것인지에 대해 먼저 고민해야 할 것이다.
관리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