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매출과 신용카드 사용이 늘어나고 소비자 및 기업의 경기기대감이 호전되는 기미를 보이자 정부는 경기회복을 성급하게 단정한 것 같습니다. 정부는 올해의 경제성장률을 5%로 잡고 일자리도 40만개를 만들어내겠다고 장담했습니다.
그러나 낙관론도 잠시에 그치고 1/4분기 경제성장률이 2.7%에 그치자 허탈감과 함께 일종의 짜증스런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정책당국은 대안 없는 비판이 경제를 어렵게 한다는 둥, 책상 앞에 앉아있는 사람들이 현실을 모른다는 둥 하면서 오히려 엉뚱한 방향으로 비난을 돌리고 있습니다.
물론 고유가, 고금리, 환율불안 등 대외경제 여건이 악화되어 우리 경제의 어려움을 가중 시키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 가운데에도 미국, 일본, 중국 및 아시아 경쟁국들의 경제성장률은 모두 우리 보다 크게 앞질렀습니다.
이런 추세로 간다면 우리 경제가 언제 회복될지 알 수 없습니다. 정부는 그동안 올해의 예산을 조기집행하고 저금리정책을 고수하는 등 거시경제정책 수단을 모두 썼습니다만 경제는 여전히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경기가 회복되려면 소비와 투자가 회복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조만간 그럴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신용카드 부실화, 신용불량자 양산, 가계부채 증가 등으로 소비가 회복되지 않습니다. 정부가 외환위기 이후 경기를 부양한다는 구실로 신용카드 남발을 촉진하고 카드의 대중화를 추구한 것이 부실화되어 아직까지 경기회복의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기업투자도 정부규제가 많아서 부진하다고 합니다. 그런 가운데도 소비자와 기업들의 해외소비와 해외투자는 오히려 늘고 있습니다. 내수 확대를 위해서 국내 서비스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투자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경제의 구조적인 문제도 개선된 것이 거의 없습니다. 실업, 특히 청년실업 문제를 비롯해서 수출과 내수, 대기업과 중소기업, 수도권과 지방 등 양극화 문제도 진전이 없습니다.
참여정부가 명운을 걸다시피 한 부동산 투기 문제도 쉽게 꺾일 것 같지 않습니다.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은 당초부터 행정수도 이전이나 지역균형 발전 등과는 동떨어진 정치구호처럼 들립니다. 지난 2년 동안 땅값이 과거 어느 때보다 큰 폭으로 올랐다는 사실이 이를 반증합니다. 아파트의 투기수요를 억제하기 위해서 부동산 세금을 대폭 올리면서 저금리 정책을 병행하는 것도 정책효과보다 혼란만 조장하는 것 같습니다. 부동산 정책에 관한 한 참여정부는 마치 불을 싸지르면서 불 끄겠다고 소란을 떠는 것 같습니다.
그동안 정부는 분배를 강조해왔지만 소득격차는 더욱 악화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볼 때 분배를 강조하는 것이 정치구호로는 그럴듯하지만 경제를 활성화시키고 서민들의 생활을 개선하는 데에는 전혀 도움이 되는 것 같지 않습니다.
또 한 가지 문제는 정부가 경제회복을 위해서 나름대로 노력은 하는데 왜 효과가 나타나지 않느냐는 것입니다. 정책의 일관성이 결여되고 신뢰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정부의 경제정책이 무슨 의도로 무엇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정책발표만으로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이에 따르는 불안과 불확실성이 경기회복을 지연시키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정책접근도 잘못된 원인분석에서 출발하는 것 같습니다.
정부는 경제의 양극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 규제와 개입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오히려 문제의 본질은 정부의 과도한 규제 때문이라고 하겠습니다. 지나친 규제가 경제의 활력을 위축시키고 양극화 구조를 심화시킨다고 봅니다.
노동시장의 정규직과 비정규직 문제는 정부의 규제와 개입이 실업증대와 노동의 양극화를 심화시킨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정부가 개입해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을 유도하는 것도 얼마나 성과가 있을지 확실치 않습니다.
이같이 경제정책 과제들이 비경제적인 목적들과 상충하기 때문에 실효를 거두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정부정책이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경제논리로 올인해야 합니다. 정치논리의 개입이나 대중영합적인 정책은 우리 경제를 장기침체에 빠뜨릴 우려가 있습니다.
관리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