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 강진섭 직원만족팀장의 말이다. 강팀장의 말이 아니더라도 조직 시스템의 한 개체로 자기 일만 하면 그만이기 일쑤인 금융인, 특히 은행원들의 퇴직 후 새 출발은 실패로 끝난 사례가 압도적으로 많다.
이에 반해 본지 기획취재팀이 지금도 새로운 무대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전직 금융인들을 만나서 들은 투쟁담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 또는 법칙은 크게 다섯 가지로 압축된다.
◇ 법칙 1 = “스스로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를 파악하는 게 급선무”(테라로사 김용덕닫기

이들 전직 은행원들 뿐 아니라 현직 한 시중은행 임원도 “내가 무엇을 잘 할 수 있고 시장이 뭘 필요로 하는지 빨리 파악하는 게 첫걸음”이라고 지적했다.
물론 한 술 밥에 배부르지 않다고 여러 곳을 거친 끝에 자기 재질을 재발견한 경우도 있다. 여기가 마지막이란 각오로 일한 덕분에 회사와 함께 성장한 경우가 그것.(중견 IT기업 B사 이모 이사)
요는 자신에게 제격인 일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 공통점이다.
◇ 법칙 2 = 허정만 래디앙월드 사장은 “퇴직 전에 뚜렷한 목표를 갖고 나름대로 준비하면 천만 다행이지만 설사 그런 기회가 없이 나왔을지라도 용기를 갖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많은 사람들이 퇴직 후라도 인맥 네트워크, 오래된 취미, 옛 전공 등 여러 가지를 놓고 신중하게 저울질 하고, 일단 선택했다면 반드시 다시 일어서고야 말겠다는 마음을 버리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권고하고 있다.
은행 다닐 때 알고 지낸 선후배나 친지일 수도 있고 새로운 분야에 뛰어든 뒤에 새로 만날 수도 있으나 성실과 신의를 저버리지 않으면 도와줄 사람은 얼마든지 만날 수 있었다는 경험담도 즐비하다.
국책은행 퇴직자 중에 일반 고객은 물론 다녔던 은행 직원들과 그 가족을 대상으로 오작교클럽이라는 결혼정보회사를 열어서 열심히 뛰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구체적 예비 없이 “장사나 하지 100% 망한다”
“무엇을 즐겨 할 것인지 치밀하게 다져야 성공”
◇ 법칙 3 = 새 직장을 잡거나 창업을 했더라도 정상궤도에 빨리 오르는 사람에겐 하나 같이 그 분야를 쉼 없이 배우고 익혔던 사람들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김동윤 회장은 늘상 사업 현장을 누비면서도 부동산 관련 석사 학위에 이어 IT, 디자인 등 필요한 공부를 계속해왔다. 김용덕 사장은 비록 포기하긴 했지만 외국으로까지 음식 공부뿐 아니라 레스토랑 건축을 배우러 다녔고 커피의 세계에 새롭게 눈 뜬 뒤 세계 유명한 커피공장을 샅샅이 훑었기에 독창적인 영역을 세울 수 있었다.
은행 다닐 때 익혔던 실무의 연장선에 서서 그 분야에 맞게 보강하고 업그레이드 해서 성공한 사람들도 많다.
음식점을 열면 90% 이상 망하는 것이 정설로 알려졌지만 음식에 관심이 많았고 개업하기까지 요리 노하우의 강점을 확보한 경우에 성공하는 까닭도 부단한 전문성 연마에 있는 셈이다.
◇ 법칙 4 = 김동윤 회장은 “항상 하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일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사람들도 금융인 출신의 장점으로 리스크관리 역량을 꼽았다. 다만 창업을 한 경우 다른 전담자나 전담부서에서 절대 도와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고 스스로 챙겨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 법칙5 = 금융회사에 몸 담고 있을 때 고객과의 약속을 지키는 것을 우선으로 여기고 고객 감동을 위해 고민을 많이 한 사람이면 유리하다는 지적도 대체로 공통적이다.
어려울 때 도와주는 건 역시 신뢰를 쌓았던 동업자 또는 주변 사람이고, 힘이 되는 건 한솥밥을 먹는 임직원이라는 걸 뼈저리게 느꼈다는 이야기 또한 마찬가지.
추영화 현대건설 상무는 해외 지점 근무때 사귀었던 지인들과 맺었던 좋은 관계가 힘이 된 경우다.
중견 IT업체 이모 이사는 믿었던 경영인의 부도덕함 때문에 발길을 돌리기도 했지만 다시 옛 동료와 손잡고 재기를 할 수 있었다.
<창간 13주년 기획 시리즈> “그때 그사람들 지금은…” <2>퇴직 금융인의 생존 투쟁담
기획취재팀
관리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