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합병을 불과 20여일 앞둔 LG투자증권과 우리증권의 상황은 위태롭게만 보이는 게 사실이다. 이미 지난해말부터 구조조정 및 고용보장 등을 놓고 두 회사 노-노간 갈등이 불거지면서 직원들간에도 고운 시선만은 아닌 듯 싶다. 물론 두 증권사 직원들 모두가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일부 직원들 사이에서 ‘박힌 돌의 텃새’와 ‘대형사라는 자존심’을 내세우면서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지지 않았나 싶다.
문제는 이런 깊어진 갈등이 아니라 이를 해결하려는 의지가 약하다는 데 있다. 즉 노조 등 직원들의 대표성을 가진 협의체를 중심으로 서로의 갈등에 대해 ‘결자해지’를 해야겠다는 의지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여기에 합병 주체인 우리금융 측에서도 이에 대해 적절한 해답을 찾지 못한 건지 개의치 않는 것인지 뒷짐만 지고 있을 뿐.
합병시너지란 무엇일까? 직원규모, 자산규모, 시장점유율, 계열사 배경… 등 시너지라고 말할 수 있는 요소는 너무나 많다. 어떤 각도나 방향에 따라 1위도 되고 2위도 되고 3위도 될 수 있다는 논리다. 하지만 이는 분명 외형상 시너지에 불과할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렇다면 합병 후 얼마나 성과를 낼 것인지 어떻게 숨은 역량을 발휘할 것인지가 합병시너지가 될 것이고 결국 기업문화와 분위기가 상이했던 두 회사 직원들간 신뢰와 조화가 합병시너지의 가장 든든한 뿌리가 아닐까?
LG-우리증권 이외에도 현재 합병을 추진하고 있는 증권사들이 다수 줄지어 서 있다. 이 증권사들이 합병 후의 영업전략 등 큰 그림도 중요하겠지만 합병 전부터 미리미리 두 회사 직원들간 이질감을 없애고 신뢰와 조화를 만들어내는 데 조금만이라도 주의를 기울이는 것은 어떨까?
합병 후부터 인위적으로 화합을 이끌어낸다는 발상은 좀더 쉽게 다가설 수 있는 목표점에 더욱 힘들게 이르게 할지도 모른다. 화살은 이미 날아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화살을 쏘기 전 화살촉에는 이상은 없는지 시위는 알맞게 팽팽한지 등을 확인하고 잘못된 부분을 시정한다면 쏜 화살이 과녁을 향해 제대로 날아가겠지만 화살을 쏜 이후 무엇이 잘못됐는지를 뒤늦게 살핀다면 화살은 과녁을 크게 빗나갈지도 모른다.
김재호 기자 kjh@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