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은행 국내지점들은 해외 본점에 빌려줬던 대출자금을 서둘러 회수했고, 수출기업들은 수출대금을 미리 받기 위해 서둘렀다.
반면 주식 및 채권 등 증권투자자금은 환율하락에도 불구하고 외국인 자금과 내국인 자금이 모두 해외로 빠져나가는 엇갈린 행보를 보였다.
◇ 해외대출금 급격 회수, 수출대금 미리 받기도
2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외국은행 국내지점들은 총 20억9000만달러의 본점대출금을 급격히 회수했다. 국내 은행들도 3억달러 가량의 해외 대출금을 회수했다.
순수 국내은행과 외은지점이 지난달 회수한 해외대출금 24억달러는 올들어 9월까지 대출증가액 100억달러의 4분의 1 가량에 해당하는 상당한 규모다. 이로 인해 올해 해외대출 순증액은 75억8000만달러 가량으로 급감했다.
예금은행, 특히 외은지점들은 올들어 본점대출 등 해외운용을 대폭 늘려 왔다. 국내외 금리차가 올들어 역전상황까지 가면서 국내운용보다 해외운용이 유리한 면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환율이 급락하고 달러약세 기조가 상당기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자 오히려 환차손이 커질 것을 우려해 서둘러 회수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 한국은행의 설명이다.
수출업체들은 환율이 더 떨어질 것을 우려해 수출대금을 미리 받았다. 이로 인해 수출선수금과 관련된 무역관련 신용 순도입은 9월 3억달러에서 지난달 10억3500만달러로 급증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무역관련 신용의 대부분은 조선업체의 수주가 늘어났기 때문일 것"이라면서도 "환율이 하락하니까 대금을 미리 앞당겨 받은 면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 환율 내렸는데 내국인 해외채권 대거 매입..알고보니 국민연금
환율하락에도 불구하고 내국인들은 해외 채권을 대거 사들이는 기현상이 나타났다. 이달에 환율이 폭락한 것을 감안하면 헤지를 하지 않았을 경우 이미 상당액의 환율평가손실이 발생했을 것으로 보인다.
내국인들은 지난달 해외채권을 5억달러 가량 순매수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국민연금이 미국 국채를 산 것이 대부분이었다.
국민연금은 정부와 통화스왑(CRS) 계약을 맺고 `제2의 외환보유액` 역할을 하며 환율방어에 동원되고 있다. 국민연금이 미국 국채를 사면 이로 인해 발생하는 달러 이자를 정부에 주고 정부는 원화이자를 국민연금에 주는 조건이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내국인의 해외채권 순매수 5억달러 중 4억달러는 정부부문에서 발생한 것"이라며 "구체적으로는 국민연금이 미국 국채를 산 것이고 일반기관으로는 생명보험사나 증권사 자금이 2억달러 가량 나갔다"고 설명했다.
미국 정부와 한국은행은 환율하락을 제어하기 위해 거액을 쏟아부었다. 경상수지 흑자로 유입된 달러를 사들이기 위해 최소 15억달러 이상을 투입한 것으로 보인다. 외환보유액은 이로 인해 이자수입 등을 합쳐 지난달 20억달러 가량 증가했다.
◇ 외국인 국내주식 대거 처분..삼성전자 자사주매입 등 영향
외국인 주식자금과 채권자금이 대거 이탈한 것은 환율보다는 삼성전자의 자사주 매입과 대만증시의 MSCI지수 비중 확대 및 국내 경기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 때문이라는 것이 한국은행의 관측이다.
외국인들은 지난달 국내 주식을 15억2810만달러어치 처분해 가지고 나갔다. 국내 원화채권도 3억4800만달러어치 현금화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환율하락만을 감안하면 환차익을 얻을 수 있는 국내 증권투자를 늘려야 하는데 그 반대로 됐다"며 "삼성전자가 대규모 자사주 매입을 하고 있는데다 내년 경기와 주가전망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는 시각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또한 그동안 MCSI지수에서 시가총액의 55%만 반영되던 대만증시 비중이 11월 75%, 내년 100%로 확대되면서 포트폴리오 조정 차원에서 국내증시에서 대만증시로 이동한 외국인 주식투자자금도 적지 않을 것이란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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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