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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개혁의 본질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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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04-10-23 20:24

최동석 상임고문 교보생명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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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육이란 무엇인가?



교육이란 학습자가 인간의 가치를 이해하고, 그에 따라 사고하고 행동할 수 있도록 교육자가 도와주는 과정이다. 여기서 인간의 가치란 두 가지 의미를 갖는다. 하나는 인간의 존엄성, 즉 인간이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는 본래적 가치를 말하고, 다른 하나는 인간의 시장성, 즉 인간이 사회가 필요로 하는 것을 제공함으로써 사회발전에 공헌할 수 있는 가치를 말한다.

전자인 존엄가치는 인간이면 누구나 향유해야 하는 절대적 가치이고, 후자인 시장가치는 자신의 성과와 능력에 따라 차별될 수 있는 상대적 가치이다. 존엄가치가 시장가치를 결정하도록 해야 하며, 후자는 전자를 따라야 한다. 이러한 우선순위는 절대로 바뀌어서는 안 된다.

그러므로 학교교육은 어떠한 경우에도 존엄가치의 논리를 우선하여야 한다. 그러나 인간의 존엄가치를 가르치는 교육활동을 돕고 지원하는 교육행정시스템은 반대로 시장가치의 논리로 운영되어야 한다. 시스템운영의 효율성은, 그것이 어떠한 시스템이든, 시장가치의 논리에 가장 민감하기 때문이다.



■ 사교육 번성의 원인


그러나 놀랍게도 우리나라의 교육현장과 교육행정시스템을 살펴보면, 이것이 거꾸로 되어 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학습이 이루어지는 교육현장에서는 인간을 시장가치의 논리로 가르친다. 학부모의 촌지문제에 따른 폐해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교사들은 일류대학 진학률을 높이기 위해 학생들에게 고등학교 3년간 열심히 공부해서 일류대학을 가면 평생을 보장받는다는 식의 교육활동이 공공연히 이루어지고 있고, 이에 따른 사교육 경쟁 등을 보더라도 시험성적에 따라 학생들에 대한 인격적 차별이 거침없이 행해지고 있다. 시험성적이 인간을 평가하는 모든 것이 아님을 누구나 알고 있으면서도 우리의 현실은 시험성적으로, 시장가치로 학생들을 차별하고 있다.

이에 반하여 교육행정시스템은 존엄가치의 논리로 운영되고 있다. 교육행정가들이 교사 위에 군림하도록 제도화되어 있으며, 그 영역은 거의 성역화되어 있다. 비판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 곳이 바로 교육계이다. 그것은 교육에 관한 비판은 교사들에 대한 비판이며, 나아가 교사들의 우두머리인 교장, 즉 교육행정가에 대한 비판이 되고, 그것이 결국은 교육 자체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교장이 곧 교육의 화신인 것이다.

그래서 언론에서조차 교육에 대한, 그리고 교육자에 대한 비판은, 교육이 국민적 불신을 받을 때 학생들에게 미칠 교육적 폐해를 감안하여 자제하는 편이다. 비판 자체가 적을 뿐 아니라 비판의 칼날이 잘 먹히지 않는 곳이 바로 교육계이다. 그만큼 왜곡된 논리로 교육행정시스템이 무장되어 있었기 때문에 오랫동안 개혁의 사각지대로 남아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사실을 왜곡하거나 진실한 정보를 숨겨버림으로써 문제의 핵심을 피해 왔던 것이다. 문제의 핵심을 거시적으로 보면, 교육성과에 관한 진실한 정보를 생산하지 못하기 때문에 실제로 성과를 내는 능력이 아니라 학력이나 학벌을 중시하는 풍토가 만연하게 되었다. 한편, 문제의 핵심을 미시적으로 보면 교육성과를 객관적으로 측정·평가하는 메커니즘이 구축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교육활동의 효과성이 저하되어 공교육이 경쟁력을 상실하게 되었고, 그 결과 사교육이 번성한 것이다.



■ 교육개혁의 실패



교육계의 문제점이나 실패의 원인과 핵심을 제대로 분석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각종 교육정책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거나 부작용을 초래하였다. 대표적인 예가 평준화 정책이다. 평준화 정책의 이념은 바람직하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정책의 선의가 반드시 결과의 선의로 나타나지 않는다. 평준화 정책이 학력 저하 또는 공교육의 부실화를 초래케 하는 부작용을 낳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부작용이 나타나는 원인은 교육현실에 관한 진실한 정보의 부족으로 교육 이해관계자들이 교육성과에 관해 제대로 된 판단을 할 수 없었던 데서 비롯된 것이며, 이것은 교육성과를 올바로 측정·평가하는 메커니즘이 구축되어 있지 않다는 점과 깊은 연관이 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지 않은 채 정책적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해 여러 가지 미봉책을 억지로 써왔고, 그러한 미봉책들은 또다시 부작용을 낳을 뿐 국가적 교육패러다임을 바꾸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이러한 교육개혁의 실패는 공교육에 대한 불신을 가져왔고, 국민들이 믿을 것이라고는 자신의 간판인 학력 또는 학벌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 결과 사회 전체가 성과와 능력보다는 학력을 우선시하는 풍조가 강화된 것이다.



■ 악순환 고리를 끊으려면



이러한 악순환의 고리를 제대로 끊어내려면 원인분석부터 올바로 해야 한다. 교육계의 악순환의 원인을 솔직하게 분석하려면, 교수내용은 인간의 존엄가치를 내포하고 있어야 하지만, 교수활동 자체를 신성시하거나 존엄한 그 무엇으로 봐서는 안된다. 학부모들이 자녀를 학교에 보내는 것은 교육을 통하여 자녀들이 어떻게 성장하기를 기대하는 바가 있기 때문이다. 그 기대가 학교에서의 교수활동의 결과물에 의해 충족될 수 있다면 교수활동을 학부모에 대한 용역(서비스)제공으로 이해해야 한다.

따라서 교육의 결과는 곧 교사들의 교육서비스 제공의 결과인 셈이다. 오늘날 교육 붕괴의 현상은 교육서비스가 오랫동안 수요자인 학부모와 학생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상태가 지속되어 왔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좋은 제품과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면 고객이 만족하는 데서 알 수 있듯이, 오늘날 공교육에 대한 불만과 불신은 교육서비스의 질적 수준이 오랫동안 매우 낮은 상태에 있었기 때문이다.

어째서 국민적 히스테리 증상을 보일 정도의 교육공황상태(educational panic)가 그토록 오랫동안 지속되는 것이 가능했을까? 그것은 교육서비스의 질적 수준을 판가름할 수 있는 객관적이고도 공정한 원인분석과 평가 메커니즘이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즉, 시장의 원리를 무시한 채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시장의 원리가 교육에 개입되면 인간의 존엄가치가 훼손되기 때문에 그래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교육을 교육활동과 교육행정으로 구분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한 것이다. 교육활동은 인간의 존엄가치를 기반으로 그 가치를 발현할 수 있는 교육과정에 따라 이루어져야 한다. 하지만, 교육행정시스템은 교육활동을 돕기 위한 수단적 성격을 갖기 때문에 반드시 시장의 원리를 기반으로 구축되어야 한다.

앞서 언급한 대로, 우리나라 교육현장을 보면 이것이 거꾸로 되어 있다. 교육활동은 시장가치에 의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으며, 오히려 교육행정은 철저히 존엄가치에 따라 성역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교육혁명이 일어나야 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거꾸로 된 것을 바로 잡아야 한다.



■ 시장원리에 따른 교육혁명



가장 공정한 교육혁명은 시장의 원리에 따라 시장참가자들이 교육서비스에 대해 자율적으로 판단하도록 내버려두는 것이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교육행정에 있어서 시장의 원리가 작동하도록 장(場)을 만들어 주면 된다. 즉, 교육에 관한 왜곡되지 않은 ‘진실한 정보’를 시장참가자들에게 제공하는 것이다.

시장의 원리를 작동시키기 위한 가장 기본이 되는 전제는 진실한 정보의 자유로운 소통이다. 요컨대 정보의 비대칭성을 줄여 나감으로써 누구에게나 교육에 관한 진실한 정보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해야 시장의 원리가 작동한다는 뜻이다.

뉴질랜드 정부가 1989년 교육개혁을 하면서 가장 역점을 두었던 사항이 바로 이 점이다. 교사의 교수활동이 수요자인 학부모에 의해서도 선택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교육계 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어떠한 문제와 실패도 숨길 수 없게 했다. 문제점들이 비밀리에 은폐될 수 있다면, 그것은 교육현장이나 교육하는 방법을 개선하고 나아가 교육 자체를 발전시킬 수 없다고 믿었기 때문이었다.

교육에 관한 모든 정보를 만천하에 드러내어 공개적으로 토론하고 더 좋은 개선방안을 모색해 가는 것을 제도적으로 강제한 것이다. 그들이 명시적으로 말한 것은 아니지만, 시장의 원리를 교육행정에 도입한 것이다.

따라서 존엄가치의 논리에 따라 교육활동이 이루어지게 하되, 시장가치의 논리에 따라 교육행정시스템을 조성할 때, 학생들에게 인간의 존엄가치를 효과적으로 함양시킬 수 있게 된다. 한국교육시스템에 시장가치의 논리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존엄가치조차 구현될 수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이다.



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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