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심사역들과 전문가들도 체계적인 교육과 객관적인 평가·보상 및 책임을 가질 수 있는 체제의 정착이 시급하다는 데에 입을 모으고 있다.
◇ ‘심사역-RM’전문직군으로 한 순환보직 및 양성 = A은행의 여신담당 부행장은 “심사역 65명 중 10%, RM중 50%, 지점장중 80%는 심사교육을 받지 못했다”며 “이는 다른 은행도 정도 차이가 있을 뿐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심사역과 RM을 하나의 전문직군으로 구성하고 채용 혹은 입사 직후부터 이 직군 안에서 순환보직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기업은행 한 심사역도 “RM, 지점장, 여신담당 임원 등 심사역의 육성경로를 확정하고 이에 따라 장기적인 시각에서 심사역을 양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산업은행 등 일부 은행만이 운영하고 있는 ‘SCO (Seniorn Credit Officer) -CO (Credit Officer)-CA (Credit Assistant)’ 등 단계별 심사역제를 도입해 단계에 따라 선발기준 강화 및 교육 등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연구원 손상호닫기

채용·양성·인사 3박자 갖춰 고급화도 절실
“심사역 전결권·독립조직화로 책임 높여야”
◇ 은행 심사문화 반영된 전문 교육 = 시중은행 한 여신담당 임원은 국내 은행엔 심사역을 육성하는 자체 프로그램이 없음을 꼬집으며 “외국계 은행에서 크레딧 애널리스트가 되기 위해선 6개월 동안 준 MBA코스처럼 고강도 훈련을 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손상호 선임연구위원도 “외국의 경우 심사역이 되려면 1년 동안 교육을 받은 후 현업에 배치돼 2년 정도 훈련(온더잡트레이닝)을 받는 것으로 안다”며 “이 기간엔 독립적으로 분석 보고서를 쓸 수 없으며 최소 3년의 교육을 거쳐야 정식으로 심사역이 된다”고 전했다.
국내 은행중에선 기업은행이 비슷한 유형을 띠고 있다. 여신부문에서 3년 이상의 경력을 갖고 있는 직원만이 심사역 자격을 얻을 수 있는 필기시험과 면접을 볼 수 있다. 이를 통과하면 6개월의 금융연수원 연수를 받은 후 실무에 배치된다. 이때 2년 동안은 예비 전문심사역으로 근무하며 이 과정을 무사히 통과해야만 2년 후에 전문심사역 자격증을 부여한다.
현재 조흥은행은 고유의 심사문화를 반영한 심사역 양성기관인 ‘크레딧 트레이닝 센터’를 만드는 작업에 나섰다. 이를 통해 기업, 소매, 중소기업 등으로 분류해 심사역과정, 대출실무과정, 신용분석과정 등을 교육하고 자격증을 부여한다는 방침이다.
또 이미 심사역 교육을 받은 직원에게도 향후 변화된 환경 및 제도에 따라 보수교육도 병행한다.
이같은 양성 프로그램과 함께 외부에서의 중간채용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금융연구원 지동현 선임연구위원은 “대학 졸업 후 입행해 심사역 발령이 난 경우는 간접경험 밖에 될 수 없으며 관련 업종에서의 경험있는 전문가를 채용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점차 업종이 다양해지고 특수한 산업이 등장하는 추세여서 외부에서의 중간채용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 평가 성과보상체제 확립= 심사역과 RM을 전문직군으로 엮어 운영할 경우 장기근무가 가능해짐에 따라 이에 따른 객관적인 평가시스템 구축도 가능해진다.
이때 ‘주니어 심사역-주니어 RM’, ‘시니어 심사역-시니어 RM’을 한 단위로 묶어 순환배치 뿐 아니라 실제 영업과 심사를 연계하는 방안도 있다. 즉 이들 단위에 여신 전결권을 주고 자기 책임하에 여신 심사 및 영업이 가능하도록 함을 의미한다.
전결권 범위는 능력에 따라 차등 부여한다.
이 경우 전결권이 부여됐어도 부실이 생기면 그만큼 책임이 따르기 때문에 신중한 심사 및 여신 실행이 이뤄지게 된다는 지적이다.
물론 이같은 체제는 장기 근무가 정착되고 이에 따른 전문성 확보와 함께 객관적인 평가시스템 구축이 전제돼야 한다.
더 나아가서는 외국계 은행에서 시행하고 있는 것처럼 조직 자체를 분리해 심사역과 RM 등 대략 6~7명으로 구성된 조직이 여신에 대한 모든 전결을 갖고 하나의 펀드 형태로 운영을 하는 방안도 있다. 장기적으로 이같은 ‘론 오피서’ 기능을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도 조심스레 나온다.
원정희 기자 hggad@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