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맹점이 카드사의 수수료 현실화에 대해 부당공제대금반환소송을 제기한 것은 처음 있는 일로 앞으로 법원의 결정이 주목된다. 수수료라는 시장가격의 결정 메커니즘이 당사자가 아닌 법원의 판결로 이루어져야 하는지 답답한 마음이지만 아직까지 진지한 대화노력을 찾을 수 없다는 점이 유감이다.
사실 이 문제의 발단은 양 당사자간의 대화의 부재에서 출발되었다. 특히 유통업체의 대리전에 나선 가맹점단체협의회는 카드사의 수수료 인상이 자신들의 경영부실을 가맹점에 전가하는 행위라고 역설한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
1990년대 말 이후 카드사용이 일상화되면서 가맹점이 널리 확산되었고 수수료 인하요구가 늘어나게 되었다. 실제 1992년 평균가맹점수수료는 3.5%이었으나 이후 매년 0.1%씩 내려서 2002년도에 이르러는 평균 2.27%가 되었다.
이는 대손비용과 인건비를 제외한 2.32%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말하자면 가맹점이 부담하여야 할 비용 일부를 카드사가 떠맡아 온 셈이다.
이번의 수수료 현실화는 현금서비스 중심의 영업에서 신용판매에 역점을 두는 영업패턴의 구조전환이며 과거의 부실을 처리하기 위한 방편이 아니라 향후 부실이 없는 건전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생존차원의 최저율이다.
카드사가 구조조정을 먼저 하라는 요구도 현실을 제대로 보지 못한 소치이다. 경기침체 등의 여파로 카드사의 부실채권은 근년에 꾸준히 늘어나게 되어 지난해와 금년 상반기를 합하여 약 13조원의 손실이 났다. 이러한 극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하여 그 동안 4조 5천억원의 자본을 확충하고 기존의 카드자산 69%와 인원 29%를 감축했다. 동시에 고비용 구조개선을 위한 뼈를 깎는 구조조정이 진행 중이다. 마른 수건을 더 이상 짤 수도 없는 혹독한 시련이다.
수수료 인상율이 지나치다는 주장 역시 억지이다. 수수료원가의 산정은 국내 최고의 회계법인에서 산출한 객관적 자료이다. 이번에 수수료 현실화는 원가에도 못 미치는 수수료를 받는 이마트 등이 대상이다.
이들 가맹점 수수료는 1.5%로 원가에 턱없이 모자라는 수준이다. 이와 같이 밑지는 장사를 계속하는 한 경영정상화는 기대할 수 없다. 끝 모르는 경기침체는 카드사의 회생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금년도 상반기 카드 이용금액이 전년에 비하여 무려 35.6%나 줄어 들었다. 그만큼 회생이 어렵다는 반증이다. 수수료는 시장에서 형성되는 가격일 뿐 아니라 당사자간 계약의 산물이기도 하다.
소모적인 논쟁이나 억지 주장으로 상대를 설득 수는 없다. 송사로 기(氣) 싸움하거나 장외에서 실력행사를 할 계제는 아니다. 진지한 대화로 타협의 실마리를 찾는 길이 해결의 지름길이다.
카드사도 부실을 가맹점에 전가한다는 가맹점의 주장에 대하여 귀를 열어야 한다. 열린 귀는 수익성보다는 시장확장에 주력한 과거의 그릇된 전철을 다시 밟지 않게 할 것이다. 카드사의 부실은 결국 리스크 관리 문제이므로 이에 대한 새로운 기법을 찾고 보완하여 거듭나야 한다. 현대 금융시장은 소비자금융시대이며 그 중심에 카드가 있다.
카드의 성장이 금융산업의 발전이며, 결국 가맹점이나 소비자에게 더 나은 서비스와 편익으로 이어질 것이다. 이번의 수수료분쟁은 도리어 상생의 기회이다. 대화로 슬기롭게 풀어지기를 기대한다.
관리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