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들이 바젤Ⅱ 대응 준비를 진행하는데 있어 감독기준이 마련되기 이전에는 제도 도입에 따른 영향분석을 정확하게 할 수 없으며 측정시스템 구축 착수도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은행 담당자들은 감독기준 조기 마련이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 감독기준 마련 시급 = 현재 바젤Ⅱ 신용리스크에 대한 표준방법은 외부 적격 신용평가 기관의 신용평가 등급을 사용토록 하고 있어 감독기관은 국내 자산에 적용할 기관을 선정해 기관 등급과 바젤Ⅱ가 제시한 등급을 연결(Mapping)해야 한다.
그러나 아직 감독당국은 외부 적격 신용평가 기관 선정은 그다지 급한 사항이 아니라고 여기고 있다. 신용평가 기관도 그저 막연하게 준비를 하고 있을 뿐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향후 계량 영향에 따라 자산 포트폴리오 재구성이나 자본 확충 등이 필요하게 되는데 감독기준이 마련되지 않는 상황에서는 대응능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더욱이 국내 대출 차주 대부분은 신용평가 등급이 없는 상태이고 특히 프로젝트 파이낸싱 등 유동화 관련 자산은 신용등급이 없는 경우가 더욱 많은 실정이다.
따라서 기업대출의 대부분을 무등급으로 처리해야 하며 유동화관련 자산은 자본차감을 할 수 밖에 없다. 신용평가가 미성숙한 상태에서의 무리한 제도 도입은 바젤Ⅱ가 지향하는 개선된 리스크관리 제도로의 전환보다는 자기자본 규제만 강화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고 관계자들은 설명하고 있다.
◇ 감독규제 유연해야 = 은행은 현재 내부신용평가모형을 리스크관리 측면에서 계속적으로 개선, 보완, 추가 신설하고 있다. 사후적 경험을 바탕으로 모형의 수정 또는 산업별, 규모별에 따른 모형 개발 작업을 통해 부실예측 능력을 제고하고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거래자 구분 능력을 높여가고 있다.
그러나 국내 은행들의 모형 운영 경험이 아직은 시작 단계에 불과해 충분한 백테스트 경험이 없다. 바젤Ⅱ 내부등급법은 감독기관의 승인 후 사용할 수 있는데 이 때 은행의 내부등급모형에 대한 인증이 매우 중요하다.
이는 인증 기준에 따라 은행들이 자체 운영해 오던 모형에 대한 수정이 불가피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 바젤Ⅱ 실무자는 “인증기준은 가능한한 최소의 조건을 충족하도록 설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향후 은행은 리스크 민감도가 높은 바젤Ⅱ 영향으로 고객에 대한 선호도와 리스크 반영은 엄격해 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은행은 생존을 위한 자율 경영을 강하게 주장하며 정부나 정책 당국의 협조나 통제를 벗어난 의사결정을 하는 경향이 커질 수도 있다. 이는 외국계 주주의 금융기관 지배력이 커지는 것도 그 배경이다.
◇ 은행권 요구와 감독당국 입장 = 은행권은 감독기준안 조기마련과 신용평가된 기업 확대, 은행의 자율경영 인정으로 감독역할 최소화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감독당국인 금융감독원은 현재 은행 실무진들과 함께 감독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전담반을 구성, 운영하고 있다. 이에 따라 빠른 시일내 감독기준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금감원은 9월경 기준안을 은행에 전달한 후 의견을 수렴해 기준을 재정비하고금융감독위원회로부터 승인을 받을 계획이라는 말이 전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 신BIS실 이강세 실장은 “감독기준 마련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감독기준으로 인해 발생되는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 실장은 “최종 규정에 대해서는 엄격하게 적용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 감독원장이 정할 수 있는 기준 = 신용리스크 부분에서는 적격 외부 신용평가 기관 선정과 내부등급법 사용승인 및 시정계획 제출 요구권이 가장 주요 내용이다. 이밖에 바젤Ⅱ 적용 대상은행 선정, 특정 위험가중자산 산출 방법 권고 또는 지시, 내부등급법 적용 금지 지시 등이다.
표준방법으로는 표준 차감률 지정과 시장리스크 내부모형 인증이다. 이밖에 신용등급에 관계없이 기업에 대해 100% 위험가중치 적용 승인, 주요지수 선정 등도 있다.
내부등급법에는 은행의 위기상황분석의 적정성 평가 및 수정 지시를 비롯해 IRB를 적용할 때 감독원이 다양한 승인기준을 정할 수 있게 돼 있다.
운영리스크 부분에는 고급측정법 사용에 대한 사전 승인, 표준방법, AMA로 소요자기자본 산출시 1년이상 예비운용 의무, 예비운용 결과에 따른 시정 지시, 운영리스크 관리시스템에 대한 점검 등이 있다.
이밖에 자본적정성에 대한 평가 및 조치를 지시할 수 있고 은행별 수준에 맞는 최저 자기자본비율을 설정케 할 수 있다.
신혜권 기자 hkshin@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