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은 지난해 지분공시의무 위반자에 대해 경고 525건, 주의 391건 등 제재 조치했지만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주의 경고조치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고 한계를 지적했다.
특히 이 같은 상황에 대해 금감원의 개선의지가 부족한 것으로 보이고 있어 일각에선 향후 전반적인 공시시스템의 부실화를 우려하고 있다. 최근 기업지배권 변동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개인의 5%보고가 M&A 신호탄으로 인식, 투기적 테마를 형성하는 등 지분공시의 중요성이 요구되는 시점이기에 대비책 마련이 절실한 것으로 관측된다.
◆ 최근 한 달간 외국인 지연공시 증가 = 2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상반기 외국인 신규 5% 지분공시가 20% 이상 증가한 가운데 5% 이상 지분보유자의 대량보유(변동)보고서 공시건수는 3055건(상반기)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 2724건에 비해 331건 증가한 것이며 8월 24일 현재 3950건에 이르고 있다.
특히 금감원이 최근 외국인 지연공시가 잦아지자 지난 6월말부터 7월말까지 한 달 동안 외국인 지연공시건수를 파악한 결과 총 153건(신규 및 변동보고)중 26건(17.0%)이 지연 보고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연 사유로는 외국계 자산운용사의 보고방식변경 이후 펀드별 개별보고(12건), 규정 미숙지(8건), 글로벌 시스템 오류로 보고시점이 미확인(3건), 기공시된 내용 중 누락분 정정(2건), 주요계약내용 현황파악 지연(1건) 등이 지목됐다.
이에 대해 금감원은 대부분 외국인의 지연공시는 외국계 자산운용사의 보고방식 변경(2002년 4월) 이후 적용되는 개별펀드별 신규보고와 규정미숙지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등 고의성이 없는 것으로 자체 판단내리고 특별한 제재조치를 내리지 않고 있다.
이에 앞서 금감원은 지난해부터 계량 비계량기준을 신설 및 보완해 수사기관 통보 등 제재수준을 강화하는 등 지분공시제도의 실효성 제고방안을 강조해왔다.
특히 지분변동 상시감시시스템을 통해 사업보고서 등 각종 공시서류와 지분보고서를 상호비교 검색해 미보고자 등을 적극 적출해 감독의 사각지대 해소에 주력한다는 차원에서 공시의무 위반시 과징금 제도의 도입여부도 검토해 왔다.
◆ 금감원, “공시지연, 시장 영향 미미” = 그러나 이로부터 1년 이상 지났지만 뚜렷할만한 개선책은 보이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지분공시에 대한 실무자들의 마인드도 약해 보인다. 또 지분변동 상시감시시스템이란 것도 정기 보고서(사업보고서 등)와 지분보고서를 비교해 일치하지 않는 것을 찾아내는 수준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현재는 공시한 자만을 대상으로 위반여부를 찾고 있으며 공시를 아예 안 한 미공시자가 얼마나 될지 찾을 방법이 사실상 전무하다”며 “특히 지분공시는 기업공시와 달리 자율적인 성격을 가지며 공시가 늦더라도 시장에 영향이 없기 때문에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고 답변했다.
또 “향후 과징금 부과 계획에 대해서도 애초 과징금 부과 취지는 부당한 방법으로 경제적 이득을 취했을 때 제재를 하는 것인데 사실상 5% 공시 위반으로 얻은 경제적 이득을 따지기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 전문가 모든 정보는 제때 공시돼야 = SK경영경제연구소 이재상 수석연구원은 “주주자본주의 하에서 모든 정보가 제 때에 공개돼야 주주들이 어떤 판단의 근거를 마련하지 않겠느냐”며 “작은 정보 하나로도 주가가 수시로 오르내리는 상황에서 짧게는 1∼2일, 길게는 1년 이상 늦게 공시하는 행태에 대해 적극적인 감독당국의 제재조치가 있어야 장기적으로 시장이 안정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업계 한 관계자도 “공시를 한 사람은 손해를 보고 아예 공시를 하지 않고 있는 투자자는 밝혀지지 않는 이 같은 구조를 바꿔야 한다”며 “지금처럼 공시지연 사례가 잦고, 제재조치도 미미하다면 차라리 공시의무를 없애는 것이 낫지 않겠냐”고 꼬집었다.
한편 지난달 26일 미국계 투자펀드인 얼라이언스 캐피탈매니지먼트는 농심과 한화석유화학, 지난 2일엔 INI스틸과 LG건설에 대한 대량보유신고를 공시했으나 이미 지난해 7월부터 각 사의 지분 5% 이상을 보유해왔다. 이에 5%공시룰을 위반, 최근 금감원에 경위서를 제출했다.
또 미국계 투자회사 GMO가 운영하는 GMO이머징마켓펀드도 지난해 10월과 올해 2월 크로바하이텍와 소디프신소재 주식을 5% 이상 매입했지만 지난 19일에야 공시해 짧게는 6개월에서 10개월 가량 늦게 보고하는 등 공시지연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홍승훈 기자 hoony@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