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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棺)속에 들어간 물가안정 목표제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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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04-08-18 22:59

전성인 교수 홍익대학교 경제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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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12일 한국은행은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보였다. 7월중 소비자 물가가 4.4% 상승하고 생산자 물가는 무려 7.0%가 상승하는 상황에서 버젓이 콜금리를 0.25% 포인트 인하한 것이다. 시장은 경악했다. 선물시장과 외환시장은 요동쳤다. 그러나 이번 해프닝의 가장 큰 피해자는 한국은행 자신이다. 설립목적이 무의미해졌기 때문이다.

한국은행법 제1조는 “통화신용정책의 수립과 집행을 통하여 물가안정을 도모함으로써 국민경제의 발전에 이바지함”을 한국은행의 설립 목적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물가안정을 도모하지 않는 한국은행은 존재할 필요가 없다.

그렇다면 이 목적은 경우에 따라서 피해갈 수 있는가? 그렇지 않다. 한국은행법 제6조제3항은 “한국은행은 물가안정목표를 달성하는데 최선을 다해야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이 목적을 피해가는 방법은 없다. 물론 한국은행이 다른 정책목표를 어느 정도 감안할 수는 있다. 그러나 한국은행법 제4조제1항은 이 경우에도 “물가안정을 저해하지 아니하는 범위내에서”라고 그 재량권의 한계를 명시하고 있다. 다시 말해 그 어떤 호화찬란한 정책목표도 그것이 물가안정을 위협하거나 저해하는 한, 한국은행이 추구할 수 있는 대상은 아니다.

그러나 한국은행은 전술한 바와 같이 누구나 물가가 위험하다고 느끼고 있는 상황에서 버젓이 콜금리를 인하했다. 이것은 확실히 잘못된 행동이고, 거의 위법하기까지 한 행동이다.

더 큰 문제는 한국은행의 망동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지난 2001년 7월의 상황을 상기해보자. 그 때의 상황은 지금과 너무나 흡사했다. 그 당시 소비자 물가는 6월까지 5.2%가 올랐고 연말까지 가면 전체적으로 4.4%의 상승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었다. 실제로 2001년 소비자 물가는 결국 4.3%가 올랐다. 그런데 한국은행은 겁도 없이 7월에 콜금리를 0.25% 포인트 인하하더니 8월에도 역시 0.25% 포인트 인하를 단행했다. 9월에는 9·11 테러에 대비한다는 명목으로 0.5% 포인트를 인하하였다. 불과 석달만에 1% 포인트가 인하된 것이었다.

그 결과는 이제 와서 새삼 다시 거론한 필요도 없는 대혼란이었다. 한국은행의 맹목적인 통화팽창은 먼저 부동산 가격의 폭등으로 나타났다. 일년이 채 지나기도 전에 전국의 주요 아파트 가격은 모두 두 배가 되었다. 일부 서민은 목매달아 자살하고 살아 있는 사람들은 투기라는 단어만 생각했다. 그 다음 부작용은 신용불량자의 양산이었다. 물론 신용불량자 문제는 카드사의 방만한 경영이 가장 큰 원인이었지만 한국은행의 맹목적인 신용팽창이 이를 부추긴 것만은 틀림없다.

혹자는 이번 물가상승이 지난 2001년과는 많이 다르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번은 석유가격 상승이라는 총공급 충격에 의한 것이고, 물가안정목표가 연간 목표에서 중기목표로 바뀌었고, 근원인플레이션률은 아직 물가안정목표인 3.5% 수준 이하로 유지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설혹 이 수치가 일시적으로 3.5% 수준을 초과한다고 해도 “중기적인 안정”만 달성하면 되는데 무엇이 문제냐고 반문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것은 좋게 말해서 자기 꾀에 자기가 도취된 경우이고, 나쁘게 말하면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자는 것이다.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4%를 넘고, 생산자 물가 상승률이 7% 부근에 있다면 이것은 물가불안이다. 지표선정의 문제나 정책시계의 장기화 등을 내비치면서 어물쩡 넘어가려고 해서는 안된다. 총공급 충격이기 때문에 괜찮다는 논지 역시 총공급 충격의 효과가 경제내의 여러 부문으로 파급되기 시작하면 그 때부터는 물가당국의 책임범위내로 들어왔다고 보아야 한다.

한국은행은 콜금리를 결정하기에 앞서 매달 소위 “전문가 설문조사”라는 것을 한다. 필자는 이번 달 설문조사 결과가 정말 궁금하다. 과연 그 많은 경제전문가들이 이번에 콜금리 인하를 건의했을까? 아마 아닐 것이다. 한국은행은 말도 되지 않는 자기 합리화에 앞서 이 설문조사 결과부터 공개해야 할 것이다.



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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