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은행권에 따르면 은행들은 금리나 대출기간 등이 제각각 이지만 주로 거치기간을 두고 이자만 받다가 원금분할 상환은 다년간에 걸쳐 쪼개서 갚도록 하기로 했다. 아울러 대출상환만 독촉하는 게 아니라 취업알선과 지원에 적극 나선 은행도 늘어났다.
◇신한·기업·한미 지원책 새로 확정= 신한은행은 이날, 밀린 이자만 납입하는 경우를 비롯해 채무의 5%이내, 10%이내, 20%이내, 20% 이상 등 상환을 많이 할수록 이자만 내는 기간을 최대 4년까지 늘려주고 원금상환은 거치기간 포함 최장 8년까지로 늘려주는 신용대출을 하겠다고 밝혔다.
연체이자를 일단 유예했다가 새로운 대출을 다 갚은 사람에게 감면해 주는 폭도 상환비율에 따라 늘어난다. 채무액의 5% 이내, 10%이내, 20% 이내 등의 등급별로 감면되는 기존 연체이자는 각각 30%, 50%, 70%까지이며 채무의 20% 이상 갚고 신용대출 받는 사람은 기존 연체이자가 전부 감면된다.
신한은행은 이 때 추가보증인 입보는 면제하고 금리는 가계대출 고시금리 기준에 따라 최고 12.25 %로 하되 영업점장이 0.5%까지 깎아줄 수 있도록 하고 조기 상환할 경우 수수료도 물리지 않을 방침이다.
신한은행은 또 담보대출 연체의 경우 15년간 분할 상환대출로 돌리거나 담보 부동산 매각을 적극 돕기로 했다.
특히 오는 6월30일까지 영업점장 전결권을 기존 30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늘려 특별대환대출에 나설 수 있게 한다고 밝혔다.
기업은행은 개인신용회복 도우미(크레딧 헬퍼)를 두고 상환관리를 적극적으로 돕고 있다. 나아가 신용불량자가 연체 이자를 모두 갚을 경우 원금을 대환대출하고 성실하게 변제하는 사람에게는 이자율을 경감시켜 주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한미은행도 단일 소액 연체로 인한 신용불량자에 대해 최장 8년간 10% 미만의 금리로 분할 상환하고 성실하게 갚는 사람에게 이자 감면 혜택도 주기로 했다.
또한 잠재 신용불량자에게는 원금의 10~20%를 내면 일반 신용대출과 같은 금리로 최장 4년간 분할 상환기회를 준다.
◇우리·하나는 벌써 시한 정하고 시행=이와 달리 우리은행은 지난 11월부터 이 은행 단독 연체자 가운데 최저생계비 이상의 수입이 있으면서 2000만원 이내의 채무 때문에 신용불량에 처한 사람을 구제 대상으로 삼았다.
기간 연장이나 재약정의 경우 최장 3년까지로 하고 분할상환의 경우 최저 6%의 금리로 최장 8년까지 허용할 한다.
은행 관계자는 이같은 지원제도에 대해 “지난해 11월부터 시행한 결과 2만2350건에 적용됐고 이자 및 원금 감면 금액이 169억원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하나은행도 지난 2월23일부터 500만원 이하의 소액신용불량자들에게 연체대출금을 연6%의 저리 장기분할상환 대출로 바꿔 주고 있다. 4월말까지 한시적으로 연체 원금의 5%를 갚으면 나머지 대출원금을 최장 8년까지 쪼깨 갚을 기회를 주고 있다.
조흥은행은 분할 상환 가능한 신용카드 연체자에게는 100만원 범위 안에서 최장 3년까지 연 이자 16~18%의 조건으로 카드론을 시행해왔다. 여기에다 추가대책도 곧 마련하기로 했다.
◇옛 제도 업그레이드 나설 국민·제일= 이밖에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신용회복지원은행 프로그램과 흡사한 제도를 시행한 경험이 있는 국민은행과 제일은행도 파격적인 프로그램을 예고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리테일상품팀, CSS팀, NPL관리팀 등으로 TF팀을 꾸리고 구체적인 방안을 검토중이다.
이 은행 관계자는 “일정 소득이 있는 사람의 경우 만기를 3~8년까지로 늘려주고 신규 대출해 주는 상품을 취급한 적이 있기 때문에 이보다 더 보강된 제도를 도입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제일은행은 2002년 11월부터 소액연체자 가운데 채무액 20%를 갚으면 최장 5년 만기로 대출해 주는 ‘하나로대출’을 시행해 왔다. 연이자율이 17%~18.9% 수준이어서 정부 등이 권장하는 수준으로 금리를 조정하는 부분과 만기를 더 늘려줄 수 있는지 여부를 놓고 실무팀이 검토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취업 지원 연계 하나·국민·농협 돋보여= 은행들이 연체 회수만 하는 것은 아니다.
하나은행은 실업상태인 신용불량자 30여명을 채권관리팀을 비롯해 자회사나 협력업체 등에서 일하도록 해줬고 이같은 맞춤형 취업알선 규모를 100명까지 늘릴 계획이다.
국민은행도 단독 거래 신용불량자들을 대상으로 운영중인 구인·구직 사이트를 통해 취업한 사람들에게 최대 3000만원까지 대출해주는 프로그램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농협중앙회는 이달 중으로 구인자와 구직자 연결을 돕는 동시에 농협자회사 및 공판장이나 사료·비료회사 등의 계통회사 임시직으로 소개해 주는 서비스에 나서기로 했다.
정희윤·한계희·원정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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