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영기닫기

지난 7일 황영기 회장 내정자가 당당하게 내정자로 언론 앞에 나왔다. 유력하다는 얘기가 나온지 무려 3일만이다. 회장추천위원회가 청와대와 재정경제부의 신호를 기다리느라 시간이 지연됐다는 소문이 떠돌았다.
이성진 위원장은 반대의사를 밝혔다. 점차 투쟁수위를 높이겠다는 경고도 보냈다. 삼성그룹 사람, 즉 산업자본이 은행을 집어 삼키려는 속셈이라는 것이 반대 이유였다. 물론 구조조정 문제도 걸렸을 법하다.
10일 황영기 내정자는 바쁜 하루를 보냈다. 부담스러운 자리였을 수도 있다. 취임후 노조와 첫 대면이 있었기 때문이다.
다행히 우리은행과 경남은행 노조는 분위기가 좋았던 모양이다. 황내정자의 전략과 경영스타일이 훌륭하다는 평가를 내렸다. 그런데 광주은행은 그렇지 못했다. 행장추천위원회 때문이다.
경남은행 노조의 경우 사람을 반대하는 것이 아닌만큼 절차상의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만 했지만 광주은행 노조는 사람이 문제 있다고 대놓고 얘기한다.
사실상 내정된 정태석 교보증권 사장이 96년부터 97년 10월까지 광주의 유력기업이었던 한남투신에서 전무와 대표이사를 역임했다는 것이 문제가 된다는 주장이다. 설득력 있다.
당시 한남투신은 동남아 투자로 대규모 손실을 입은 이후 거평에 인수됐고 결국 현대투신으로 병합됐다. 요란했던 만큼 광주지역에서 ‘이를 가는’사람도 많다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이에 앞서서는 보도자료에서 행추위 위원의 발언을 인용, “대주주가 특정후보를 결정해달라고 해서 당황스럽다. 들러리에 불과한 행추위는 곤란하다”는 내용을 타전하기도 했다.
즉 행추위 위원들도 반대한다는 것이다. 다른 의견도 있다. 한 위원은 “설득하는 시간을 가지겠다”고 밝혔다. 그대로 밀고 나가겠다는 것이다.
이제는 행추위에서 정사장을 추천해도 모양새가 우습게 됐다. 다시 행추위 무용론이 거세질 것이다. 노조는 단식투쟁도 불사하겠다고 한다.
결국 문제는 화합이다. 황내정자의 경영스타일을 볼 수 있는 첫 번째 시험대일 수도 있다. 가뜩이나 허울 좋은 ‘위원회’만 있고 ‘추천’은 없다는 조소가 나오는 판에 납득할만한 결과가 나올 수 있기를 바란다.
한계희 기자 gh01@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