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한 “직무별로 필요한 자격요건과 필요한 훈련 및 직무경험내용을 명확히 한 가운데 자기계발을 할 수 있도록 교육훈련 투자와 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처방이 나왔다.
이같은 제언은 한국금융신문 창간 12주년 기념 설문조사 결과 은행마다 인사적체가 심각하다는 인식이 광범위하고 동시에 그 동안의 인력구조조정의 결과, 직업에 대한 불안감이 부정적 요소로 지적된 데 따른 것이다.
한국금융연구원 김병연 선임연구위원과 이재연 연구위원은 7일 ‘은행원들의 기를 살릴 제 처방과 과제’분석 평가서를 통해 발상 전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들은 먼저 은행 인력구조 특성이 중간계층 비대화가 뚜렷한 항아리형이다 보니 인사적체 문제가 누적돼 왔지만, 명퇴나 비정규직화 등의 처방은 직업 안정성에 대한 믿음을 잃게 만들어 은행원들의 기를 꺾는 딜레마가 연출됐다고 진단했다.
특히 명퇴나 비정규직화가 연령층간 및 직종간 갈등을 불러올 우려 마저 있으므로 “과거와는 발상을 달리해 ‘役職 중심 경력개발제’와 조직구조를 모색하자”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자금운용역, 프라이빗 뱅커, 신용분석역 등 전문지식과 경험이 필요한 곳은 모두 역직을 두고 미래 경력목표가 부장 또는 은행 임원이 아니라 그 분야 최고 프로페셔널이 되도록 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은행업무는 창구텔러업무나 총무직 같은 일반관리직도 있고 고객을 응대하는 업무와 후선 업무 등으로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크게 3개군으로 나누어 경력개발제를 두자고 이들은 제시했다.
3개군은 △펀드매니저처럼 개인 능력이 은행 수익 및 위험과 관련성이 큰 직종 △심사역 또는 RM처럼 특정 전문지식과 경험이 훈련돼야 하는 직종 △일반관리직 또는 역직제가 적합치 않은 직종 등으로 구분했다.
이렇게 하면 은행원들이 대리 과장 부장 등 과거와 같은 단순한 직위 승진이 아니고 직무군별 특성화된 직책상승 체계를 갖춤으로써 자기존중과 자아실현 욕구를 구현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는 것이다.
김병연 선임연구위원은 이와 함께 합리적이고 효과적인 경력개발제도 못지 않게 은행원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어떤 목표를 실현해야 하는지 자기계발 과제도 명확히 해 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런 경력개발 과정과 조직변화와 함께 은행 경영관리 업무를 수행할 경영자 양성 계획의 수립과 실행도 시급한 과제라고 지적했다.
*은행 현장의 소리*
이성남 국민은행 상근감사위원
“혼연일체 이룰 실마리부터 찾아야”
이성남 상근감사위원은 “항상 신바람 가득한 은행으로 만들려는 노력이 중요하다”며 “절대 일회성 이벤트를 남발하는 식으로 접근해선 안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은행 전체가 누릴 과실을 크게 만들면서 은행원들이 직업과 직장에 만족하고 미래를 향한 비전도 자연스럽게 갖도록 하는 선순환 구도를 확보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선 생산성을 높이는 게 유일한 활로인데, 단기간 성과에 매달리는 충격요법 역시 곤란하다는 견해를 표했다.
“이왕 먹을 욕이라면 화끈하게 좀 오랫동안 먹더라도 제대로 된 해법을 찾아서 혼연일체가 되어 그 해법대로 움직일 수 있는 경지까지 이르게 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열쇠는 단연코 임원에서 말단 행원에 이르기까지 허심탄회한 커뮤니케이션 구조를 갖추는 것이라고 그는 주장했다. “어떻게 하면 더 큰 열매를 얻어 함께 나눌 수 있는지에 대한 컨센서스에 동화되는 것이야말로 그 출발점이 될 것”이라며 “결코 쉬운 일이 아니나 필수 불가결하다”고 말했다.
이건희 신한은행 노조위원장
정년연장과 삶의 질 향상 함께 해야
급여를 올리고 직원 복지를 높여주는 것으로 은행원의 기를 살릴 수 있다는 생각은 단순하다.
현재 정도의 급여수준이라면 오히려 외적인 부분이 은행원의 사기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정년이 확보돼야 한다. 정년까지 근무하는 사람이 많으면 인사적체가 생기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들텐데 이는 끊임 없는 직무개발로 해결할 수 있다. 승진의 경우가 좋은 예가 될 것이다.
지금까지 승진을 한다고 해도 기존의 업무는 변하지 않았다. 그 자리에 앉아있되 호칭만 바뀌는 셈이다.
하지만 기존 관리자에게 직무개발로 다른 일을 주고 승진자가 그 업무를 승계하면 효율적인 인사관리가 가능하다. 현재 신한은행의 경우도 직무개발로 인해 승진이 빨라져 인사적체를 크게 줄이고 있다.
정년 보장은 직원들에게 안정적인 기회를 주고 업무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해 은행 경영에도 크게 도움이 된다.
외환은행 PB팀 이경향 차장
“비정규직 처우 개선돼야”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급여차를 줄이는게 시급합니다”
외환은행 PB팀 이경향 차장은 동일 직종에 근무하면서도 월급을 다르게 받음으로써 은행 전체적인 분위기를 흐린다고 지적했다.
이 차장은 “은행 창구에 가보면 여직원 3명중 2명은 비정규직”이라며 “급여, 복지 등 이들에 대한 처우가 눈에 보이게 차이나면서 직원들의 사기 뿐 아니라 전체 분위기도 가라앉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성과주의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열심히 일해서 은행에 이익을 남기는 직원이 있는가 하면 같이 묻어가는 직원들도 많다”며 “이들에 대해 공정하게 평가해 인센티브를 제공한다면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공정한 성과 측정 툴을 전제로 함을 강조했다. 즉 그 평가에 대해 모두가 공감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우리은행 남기명 부부장
개인성과급 직원사기 떨어뜨려
돌이켜보면 요즘같이 편안한 적이 없다. 경영이 잘된 덕이다. 후생과 복지수준이 높아졌고 무엇보다 구조조정이 마무리되고 있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
그만큼 안정됐다는 증거다. 경영이 잘되니 직원들의 자신감도 높아졌다. 요즘에는 자연스럽게 사고도 거의 없어졌다.
은행원들의 기를 살리는 방법은 안정된 직장을 보장하는데서 시작한다. 어려울 때 ‘호프데이’ 등 여러 행사를 하긴 했지만 별 효과는 없었다. 언제 그만둬야 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힘을 내기는 어렵다.
또 한국적 성과체계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개인 성과급은 직원들의 사기와 생산성을 오히려 떨어뜨린다.
특히 일괄적으로 성과에 따라 원래 받았던 월급보다 많이주는 인센티브 제도 역시 정서상 거부감이 있는데 적게 주는 차별적 성과급을 주면 생산성을 더욱 해칠 것이다.
관리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