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우리금융그룹과 기업은행 등 금융권은 물론 금융감독원 감사에 대한 인사까지 겹치면서 재정경제부가 인사적체 해소 기회로 삼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그룹은 지난 20일 이사회를 열고 회장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키로 했다.
위원회에는 사외이사 3명, 외부전문가 3명, 주주대표 또는 주주대표가 추천하는 1명 등 총 7명으로 구성키로 하고 23일 첫 회의를 열기로 했다.
현재 우리금융은 윤병철 회장, 전광우·민유성 부회장과 자회사인 우리은행 이덕훈 행장, 경남은행 강신철 행장, 광주은행 엄종대 행장이 3월 임기 만료를 앞뒀다.
이에 앞서 기업은행 역시 지난주에 민간전문가 7명으로 구성된 행장후보추천위원회(평가위원회)를 구성했다.
기업은행은 김종창 전행장이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으로 선임되면서 공모를 통해 17명의 후보군을 선정한 상태다.
이밖에 금감원 이종구 전감사가 총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사표를 낸 상태고 홍성주 전북은행장 역시 3월에 임기가 만료된다. 3월에만 금융권에 줄잡아 9명이 거의 동시에 자리를 바꾸는 셈이다.
문제는 공모라는 형식을 띠든 추천위원회를 구성하든 이들 자리가 대부분 재경부의 ‘셈’에 따라 전략적으로 배치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과부하가 걸릴 만하다.
재경부 고위 관계자는 “인사가 이뤄져야 할 곳이 너무 많아 적임자 선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듯하다”며 “거대한 퍼즐 맞추기에 비견될 만한 작업이어서 시간이 오래 걸리고 있다”고 귀뜸했다.
이쯤되니 해당 은행은 공백이 장기화되고 그만큼 업무는 차질을 입는다. 당장 기업은행의 경우 27일로 예정돼 있는 주주총회가 문제다.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기업은행장에 자원한 17명에 대해 평가하고 가려내야 할 평가위원회 활동이 중단상태이다.
이 관계자는 “평가위원회 활동이 중단된 상태”라며 “주주총회 이전에 기업은행장이 선임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지적했다. 기업은행은 김인환 직무대행이 역할을 하고 있지만 지난 2일 김종창 전행장이 금통위로 옮긴 이후 한달 가까이 행장 자리가 공석인 셈이다.
한 은행의 전략을 책임질 수장의 공석이 길어지니 업무 역시 추진력을 받기 어렵다.
한 은행 관계자는 “요즘 은행의 1년은 10개월이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며 “CEO가 어떻게 바뀌느냐에 따라 전략이 달라질 수 있는데 누가 맘 놓고 업무에만 전념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금융권은 이들 기관 CEO 인선이 마무리되더라도 자체적으로 단행할 임원 인사와 부서장 인사 등을 감안하면 업무공백은 훨씬 길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정희윤·한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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