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은행의 만류에도 교보생명이 지난 27일 3025억원의 채권을 회수한데다, LG카드 자금지원에 참여하지 않은 한미은행도 300억원의 만기도래 채권을 상환받았다.
2조원의 신규자금을 지원한 8개 은행은 `남좋은 일만 시켰다`며 불쾌한 심정을 드러냈고, 투신권과 생보사 등 2금융권은 만기연장에 대한 적극 협조가 모든 채권의 100% 만기연장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교보생명은 상환받은 3025억원 매출채권의 경우 회사채나 기업어음(CP)과 달리 만기연장 대상이 아니며, LG카드의 상환은 당연하다고 밝혔다. 특히 해당채권을 교환에 회부한 것이 지난 26일이고 하루가 지났기 때문에 상환요구를 철회하는 것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고 교보측은 설명했다.
감독당국도 교보생명이 상환을 요청한 3025억원(원금 3015억원) 채권은 LG카드가 교보생명에 자산을 매각한 뒤 `선량한 관리자`로서 자산을 관리해온 상태며, 자산이 이미 매각됐기 때문에 상환요청시 이에 응해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와 유사한 성격의 채권중 만기가 돌아올 물량은 8000억원 가량인 것으로 추산된다. 교보생명이 보유했던 3025억원에 이어 삼성생명이 내년 4월 이후 만기가 돌아오는 3000억원 가량을 보유하고 있다. 또 은행권이 5000억원 가량을 나눠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은행의 우려는 금융권의 상환요청을 초반에 원천봉쇄하지 않으면 금융권의 만기공조는 사실상 물건너 가고 LG카드의 정상화도 힘들어진다는 것이다. 처음이 어렵지 한번 독에 구멍이 뚤리면 너나 할 거 없이 불가피한 사정을 들어 채권상환을 요구할 지 모른다는 설명이다.
28일 LG카드에 주의를 촉구하는 공문을 발송한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채권단 관계자는 "LG카드에 파견한 관리인과 회사측이 교보 매출채권이 성격을 파악중에 있다"며 "만기연장이 가능한 채권으로 판정될 경우 당초 약속한 2조원 지원금에서 3025억원을 차감할 것"이라고 밝혔다.
LG카드는 추가적인 유동성 위기도 없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금융계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금융권의 만기연장 공조가 흔들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의석 기자 eskim@fntimes.com